모두보기닫기
일반공지 ‘1층이 있는 삶’ -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짜 맛집’을 꿈꾸며...
작성일 : 2022.04.22 00:00:00 조회 : 4360

‘1층이 있는 삶’

-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짜 맛집’을 꿈꾸며...

​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용섭소장

​

‘그 곳에 들어갈 수 있을까?’

​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음식점을 예약해야 할 때 일반적으로는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하는 생각을 먼저 하겠지만, 휠체어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나의 경우에는 지인들과 약속장소를 정하려면 가장 먼저 그곳에 들어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

​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나요?”

“장애인 화장실은 갖추어져 있나요?”

​

아무 음식점에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나에게 ‘맛집’은 음식이 맛있는 가게가 아니라, 경사로가 있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곳이다. 그래서 ‘음식 맛집’보다 ‘경사로 맛집’이 우선인 나에게 경사로가 설치된 가게는 무조건 단골이 될 확률이 높다. 무심히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습관처럼 주위를 살피고, 처음 가보는 곳이라도 접근성이 보장되는 가게는 유심히 봐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스마트폰에 기록해서 찾아가곤 한다.

​

그러나 접근성이 보장되어 있는 가게라도 모두가 휠체어 장애인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영업주와 이용자인 나 사이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었다. 나는 식당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조금의 불편쯤이야 무뎌졌는데, 가게 주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좁은 공간에 전동휠체어가 들어와 의자 몇 개를 치우며 두 사람 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상황이 그들에게는 불편이고, 영업 방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장애인 손님이 있으면 ‘미관상 안좋다’거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 등으로 씁쓸한 거부를 당했던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장사한다지만, 그들은 특정인만 손님으로 보는 색안경을 쓴 게 분명하다. 받고 싶은 손님과 받기 싫은 손님을 거르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적어도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면 장애인을 차별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언제든지 오갈 수 있는 가게, 주인도 손님도 서로 공생하며 존중받는 가게.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가게를 꿈꾸는 것이 그렇게나 불가능한 일인가?

​

1984년 김순석이라는 소아마비 장애인이 서울시장에게 ‘서울의 턱을 없애주시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돈이 있어도 물 한 모금 자유롭게 마실 수 없었고, 밥 한술 마음 놓고 먹을 곳이 없었다고 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턱 때문에 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행인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고, 육교를 오를 수 없어 차도를 건너다 무단횡단으로 경찰에게 잡혀가기 일쑤였다고 했다.

​

그런데, 2022년에도 김순석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1984년 휠체어 탄 장애인 김순석이 외친 절망은 2022년 오늘을 살아가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도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다. 1984년의 김순석이 식당 문 앞의 턱 때문에 배고픔을 참고, 가게 계단 앞에서 목마름을 참으며 돌아서야 했던 쓸쓸한 모습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모든 가게를 1층처럼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우리는 매일, 매순간, 일상 속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하여, 누군가를 만나기 위하여, 혹은 무엇을 구매하기 위하여 어딘가를 찾아간다. 목적지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더 이상 장애인이 혼자 고민하고 눈치보고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속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장애인에게 1층이 있는 삶’을 위한 권익옹호 활동을 한다.

​

일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barrier-free가 충족되는 지역 사회를 위하여 ...

‘경사로 맛집’을 넘어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진짜 맛집’을 꿈꾸며...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확인

예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