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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 [2018.07] 과소비에 불편한 지구 - 디지털시대 골칫거리 전자폐기물과 친구들

글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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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신제품의 출시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분명 신제품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또 다른 신제품이 나온다. 말이 신제품이지, 기존 제품에서 디자인만 조금 바꾸거나 사소한 기능 몇 가지를 추가한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제품을 광고하면 더욱 구매하고 싶은 것이 소비자 심리다.

 

제품의 단명화, 계획된 노후화

새로운 제품 개발, 제품 교체 주기 단축 등으로 전자 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하고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이 저개발 국가로 수출되어 부적절하게 처리되면서 주변 지역 환경오염과 미래 삶을 파괴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물건이 고장 나면 고객서비스센터에서 고친다는 생각보다는 새 물건을 구매하는 데 더 익숙해져 있다. 생산업체는 기기를 조작해 수명을 조정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형 제품을 가능한 한 빨리 신형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각종 이벤트를 벌인다.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수리보다 신제품 구매를 권한다면 ‘계획된 노후화’다.

30년여 전에 출시됐던 전기·전자제품은 수명이 매우 길었다. 1997년에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금성 골드스타 제품으로 중고 냉장고를 구매해서 올봄까지 사용했는데 그동안 고장 한 번 없었다. 고향 집에는 선풍기가 3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시원한 선풍기는 40년 전에 구입한 선풍기로 아직까지 고장 없이 잘 사용하고 있고, 수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과거에는 이처럼 모든 전기·전자제품 수명이 길었다. 예전에는 5년을 거뜬히 사용하던 휴대폰이 이제는 1년만 되어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배터리 충전이 제대로 안 되어 스트레스 쌓이는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제품 기능이 다양해진 반면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수명을 짧게 만들면서 더 많은 제품이 폐기물이 되어버린다. 전자 폐기물에는 눈에는 안 보이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중금속이 들어 있다. 반도체와 모니터 스크린, 전력 조절 장치에 들어 있는 납과 카드뮴, 비소와 수은은 독성물질이고, 생산과정에 쓰는 셀렌은 황과 결합해 유독한 화합물을 만들기도 한다. 쇠의 부식을 막는데 쓰는 크롬도 화합물이 되면 호흡기 손상을 일으키고, 6가 크롬(EU에서 발표한 특정 위험물질 사용제한 지침과 국내법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6가지 특정 유해물질 중 하나)은 코가 뚫릴 정도로 독한 금속이다. 이렇게 유독한 물질이 들어 있는 전자 폐기물은 안전하게 해체하고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선진국들이 신제품 교체 주기를 빠르게 하고 과다하게 제품을 구매하고 폐기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전기·전자제품을 사랑한다. 최근에 신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항목은 제습기나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아기 전용 세탁기, 건조기 등이다. 소비자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핫한 전자제품이다, 집집마다 냉장고는 몇 대씩 보유하고 더 나아가 소주, 와인, 김치 전용 냉장고가 생기는 데다 기본 냉장고 사이즈는 커지고 있다. 결국은 제철 식품의 영양까지 파괴하면서 비싸게 보관하는 것이다. 냉장고 1대에 많은 식구들이 사용했던 예전에 비해 가구당 냉장고 3~4대씩 갖고있는 현재 삶의 패턴이 올바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고 가지면서 깨끗한 환경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이기적일 수 있다. 조금 덜 가지더라도 불편하지 않은데, 더 많이 가지고 더 편리하고자 욕심을 부린다면 중요한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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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4,000~5,000만 톤 이상의 전자 폐기물, 일명 하이테크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2015년 아시아 국가 중 중국은 연간 668만 1,000여 톤, 일본은 223만 2,000여 톤, 인도네시아는 81만 2,000여 톤 전자폐기물이 발생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전자 폐기물 증가 속도는 IT산업 발전과 비례한다. 우리나라는 1년에 냉장고 약 140만여 대를 버리고 세탁기는 약 120만여 대를 버린다. 폐휴대폰은 2,000만여 대인데 단순 계산하면 한 사람이 1년 6개월마다 휴대폰을 바꾸는 셈이다. 즉 신규 모델이 출시되면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의 80%는 서남아시아, 서아프리카 등의 저개발 국가에 불법적으로 수출된다. 저개발 국가로 간 전자 폐기물은 환경 안전 처리가 안 된 곳에서 해체된다. 뜨거운 화롯불에 인쇄회로기판(PCB)을 올려놓고 녹인다. 그 속에 있는 유가금속을 녹여서 빼내기 위한 것이다. 구리를 채취하기 위해서 각종 전자제품 폐전선을 모아 노상에서 석유를 붓고 태워버리면 타지 않는 구리만 남는다. 이렇게 유가금속과 자원을 채취하면서 노동자들은 독성가스를 흡입하고, 주민들은 독성물질이 함유된 식수를 마시고 건강과 생명을 잃어간다. 대부분 전선은 합선을 막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도록 PVC 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 PVC 제품을 태우면 지구상에서 가장 유독하다는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전자 폐기물에는 암을 유발하는 다이옥신과 퓨란, 그리고 납과 카드뮴 등 50여 종의 유해 중금속과 신경계 독성 물질을 함유해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스위스 그린크로스와 미국 블랙스미스 연구소는 2013년 ‘지구촌 최악 환경오염지역’으로 가나 아그보그블로시를 선정했다. 이곳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전자 폐기물 처리 지역으로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납 오염이 미국 허용치 400ppm보다 45배나 높은 1만 8,125ppm에 달했다.

유해 폐기물 국가간 이동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바젤협약’은 저개발 국가에 유해 폐기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고 물품은 예외 항목으로 세관에 신고하면 합법적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악용, 전자 폐기물을 중고 물품으로 이름을 바꿔 수출하는 것이다. 선진국이 전자 폐기물을 자국 내에서 처리하지 않는 이유는 수거, 운반, 처리 과정에 드는 비용이 저개발 국가에서 처리하는 비용보다 10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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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소비자가 사회를 바꾼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생활 편의를 이유로 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 연간 2,000만 대 폐휴대폰이 발생하지만 재활용은 10%도 안 되고 집에서 장롱폰이 되고 있다. 연간 1회용 비닐 봉투는 약 200억 장이 소비된다. 1회용 종이컵은 230억 개, 플라스틱 컵 30억 개가 발생한다.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50m 높이 나무 1,500만 그루를 베어야 하고, 12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이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또 60억 원이라는 비용을 들인다. 생활 쓰레기 중 40%는 과다한 포장재 사용에서 나온다. 이는 자원 낭비 및 쓰레기 처리 문제, 이산화탄소 발생 원인이 된다. 올해 4월 쓰레기 대란은 1회용 포장재에서 불거진 것이다. 사용할 곳은 적은 데 비해, 발생량은 많아 갈 곳을 잃은 쓰레기들이 대란을 만든 것이다.

지구촌은 하나이고 아프리카, 중국 등 타 국가의 환경오염은 결국 우리에게도 고통을 준다. 변화된 소비 행동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틀림없는 명제다. 기업홍보 마케팅에 따라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지 따져보고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되었는지, 최소 재질을 사용했는지를 살펴서 제품을 구매하는 깐깐한 소비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소비문화가 정착되면 지구촌 모든 생명이 행복할 것이다.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서 계획적인 소비, 사용한 후 철저한 분리 배출, 5R 실천하기도 꼭 필요하다.

 

 5R이란, 첫글자가 R로 시작하는 5단어로서, reformulation(제품재구성), redesign(설비재배치), reduce(감량화),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

 

김미화 님은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산같이 쌓여있는 tv와 컴퓨터 모니터들, 바구니 한가득 전기전자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 툭하면 바꾸는 스마트폰 사진이 있습니다.

본문 중 5R이란, 첫글자가 R로 시작하는 5단어로서, reformulation(제품재구성), redesign(설비재배치), reduce(감량화),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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