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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동행 [2021.06] ① 공항난민 인권 개선의 초석을 마련하다

 

공항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단체 등의 인권 보호 및 증진 사업을 선정·지원함으로써 인권의 저변을 확대하고 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인권단체 공동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심사를 거쳐 선정된 12개 사업에 대해 총 2억 원의 예산을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당초 사업진행방식을 수정하고 논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진행된 12개 사업 모두 의미와 결실을 거둔 한해로 평가됩니다. 그 중 내외부 평가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선정된 7개 우수사업의 운영 사례를 공유하고자 인터뷰 지면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호에는 ‘공항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을 운영한 ‘두루’와 ‘지구대·파출소 및 치안센터 장애인접근성 모니터링 사업’을 운영한 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의 활동가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사단법인 두루의 '공항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한 김진 외국 변호사, 최초록 변호사 (왼쪽부터)
사단법인 두루의 '공항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한 김진 외국 변호사, 최초록 변호사 (왼쪽부터)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들르는 공항은 당연히 사람이 장기간 머물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약 없이 공항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공항난민’들이다. ‘공항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은 공항난민의 인권 실태를 다각적으로 파악한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으로, 공항난민 인권 개선의 밑바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공항난민의 현실을 들여다보다

 

부푼 꿈을 안고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동유럽 출신 주인공이 본국의 내전 발발로 인한 비자 취소 때문 에 미국에 입국하지도,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9개월간 공항에서 노숙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터미널〉. 안타깝게도 이러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공항에서 말이다.

 

2013년 7월 난민법이 시행된 뒤, 인종·종교·정치·경제·사회적 이유로 행해지는 본국에서의 박해를 견디지 못한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난민임을 인정받기 위한 심사 기간 동안 공항에 머무는데, 대부분의 의식주를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한다. 공항 자체가 오랫동안 머물기 불편한 장소인데다가 이렇다 할 거처가 마련돼 있지 않고 물가마저 비싸기에, 본국에서 급히 피신 해 온 난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틴다.

 

공항난민 인권 개선을 위한 모니터링 사업(이하 공항난민 모니터링 사업)’은 이렇듯 위태롭게 살아가는 공항난민들과 관련 제도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공항난민 인권 개선의 마중물로 활용하기 위해 작년에 진행된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이다. 국제 인권, 아동·청소년 인권, 장애 인권, 사회적 경제, 환경 등 5개 영역에서 공익변호사 10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가 작년 5월부터 6개월여 간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에 참여 한 최초록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공항난민은 그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예요. 그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사람들의 관심도 거의 없죠. 그러다 보니 공항난민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나라에 입국하지도, 생존의 위협을 받는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공항에 방치돼 있어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깝죠. 이게 저희가 공항 난민 모니터링 사업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공항난민 당사자 인터뷰
공항난민 당사자 인터뷰

 

결과 보고대회
결과 보고대회

 

‘인권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

 

공항난민 모니터링 사업은 이전의 공항난민 실태 조사보다 한층 심층적으로 진행됐다. 과거의 실태 조사가 인천공항 송 환대기실을 위주로 이뤄진 반면, 공항난민 모니터링 사업은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의 송환대기실·환승구역·난민심사대기 실 등 공항난민이 체류하는 모든 장소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더불어 난민신청자뿐 아니라 송환대기실 직원, 공항공사 담당 직원 등 공항난민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심층 인터뷰함으로써 조사의 깊이를 더했다. 김진 변호사가 이번 사업의 진행 과정과 의의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사업 전반기에는 공항난민 현황 조사와 관계자 심층 인터뷰, 관련 정보공개 청구와 해외사례 조사 등이 진행됐고, 후 반기에는 그 결과를 하나의 보고서로 엮었습니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공항에 사람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죠. 이번 사업을 통해 완성된 결과보고서는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공항난민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데 활용될 전망 입니다. 사람들이 이를 통해 ‘인권 사각지대’인 공항난민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항난민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파악된 그들의 의식주 환경은 생각 이상으로 열악하다는 게 두 변호사의 공통된 의견 이다. 세 끼 내내 햄버거와 콜라를 먹으면 그나마 다행, 돈을 아끼기 위해 하루 한 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일같이 공항 벤치와 구석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 겨우 몸을 씻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본 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귀국하면 곧바로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두루는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항난민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다각적으로 파악한 현실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난민인권네트워크 등 과 함께 지속적인 공항난민 인권 개선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두 변호사가 한목소리 로 외쳤다. “공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결과보고서 작성 기획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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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 기획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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