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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세상 [2021.08] 김포장애인야학 학생들의 여름을 품은 제주도 여행기

글 장민경(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활동가)

김포장애인야학 학생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김포장애인야학에서는 매년 소규모로 여행팀을 꾸려 여행을 떠난다. 학생들이 스스로 회의를 통해 장소와 숙소를 정하고 여행코스를 짜 여행을 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이동과 접근’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이동이 편리하고, 접근이 가능하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장애인 이동은 더욱 열악하다.

 

김포장애인야학 학생들의 여름을 품은 제주도 여행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떠난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첫 번째로 항공권을 예매했다. 항공사에 문의해보니 휠체어 3대가 한꺼번에 들어가려면 아주 큰 비행기만 가능하다고 하면서, 가능한 비행기 기종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출발하고자 하는 시간대에 맞출 수 없었고, 우리가 탈 수 있는 비행기는 한정적이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항공사에 전동휠체어 배터리가 어떤 종류인지, 크기 등 정보를 넘기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전동휠체어의 배터리 정보를 찾아내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아예 의자를 분리해야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이 문제는 공항에 가서도 계속되었는데, 비행기를 타기 전 항공사에 배터리 정보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 내에서 소통이 잘 안되었는지, 지속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물어왔다. 이 과정이 너무나 답답했다.

 

 

김포장애인야학 학생들의 여름을 품은 제주도 여행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많이 구축되어야 한다.
나에게 불편함이 없는 장소라 할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갈 수 없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의 모습 그대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구름 위를 나는 기분

 

우리는 제주도의 ‘삼달다방’이라는 숙소를 이용했다. ‘삼달다방’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숙소가 많지 않아서 숙소를 고를 때 선택지가 적었는데, 제주도를 한껏 품고 있어서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장애인 편의시설까지 완벽한 숙소라니! ‘삼달다방’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우리들은 참 운이 좋았다.

 

제주도에서 첫날 ‘절물휴양림’과 ‘4.3기념관’을 방문했다. ‘절물휴양림’은 울창한 수림이다. 빽빽하게 심어진 삼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휠체어도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함께 절물휴양림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장소로 4.3기념관을 방문했다. 제주 도민의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곳이어서 제주도가 품고 있는 아픈 역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스럽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공간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김포장애인야학 학생들의 여름을 품은 제주도 여행기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

 

그 외에도 섭지코지를 함께 걸으며 제주 바다의 풍경도 함께 보고, 바다에서 물놀이도 함께 했다. 물놀이가 끝난 뒤 샌드위치와 과일을 나눠 먹고 담소를 나누던 매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날 여행을 마무리하며 제주도에서 기억에 남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그린 그림을 함께 공유하며 제주도에서 있었던 추억들을 다시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여행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라고 말씀해 주신 활동지원사 님의 소감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이동을 위한 특장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었고,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숙소와 여행지들을 잘 알고 있는 가이드 덕분에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장애인들의 여행 장벽은 ‘이동할 권리’의 부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동에 어려움이 없고,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많이 구축되어야 한다. 나에게 불편함이 없는 장소라 할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갈 수 없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의 모습 그대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김포장애인야학 학생들과의 제주도 여행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된 동시에 잊지 못할 제주도 여행이 되었다.

 

삼달다방 | 제주 서귀포의 성산읍 삼달리

장애인과 비장애인 공익활동가들이 긴 시간 충전할 수 있는 한 달 살이 집.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여행자 문화공간이자 제주와 육지를 잇는 소통공간, 제주의 자연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편견과 가름 없이 조화를 이루고, 사람과 문화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또 새로이 인연이 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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