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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1.11] [서로의 안부를 묻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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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복희(국가인권위원회 청원경찰)

 

다들 안녕하신가요?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상담조정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첫 관문으로 민원인을 만나는 공간이다.

 

민원인이 인권위를 찾는 방법은 전화, 이메일, 홈페이지, 팩스, 우편 등 다양하며, 민원인은 중복적인 방법으로 인권위를 찾아온다.

 

한 해에 서울 인권위를 방문하는 사람은 2,000여명 정도이다. 갓난아이부터 90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 성별, 장애, 국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인권위를 방문한다. 상담을 요청하고, 민원을 제기하고, 인권침해, 차별을 당했다고 진정하고, 조사관과 직원 면담을 요청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커피를 마시러 오고, 신문을 보러 오고,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자신을 집을 누가 감시해서 피신하기 위해, 코로나 19에 모든 시설 및 기관들이 문을 닫아 마실 물을 받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인권위를 찾아온다.

 

그들은 인권침해, 차별을 당했으니 인권위에서 해결해 달라고 누가 여기 가보라고 해서 어렵게 찾아왔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인권위는 업무가 정해져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없다고 죄송함을 전하면, 욕설을 하거나, 그럼 “인권위가 왜 있냐고” 항의를 한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오랜 시간 들어준 것에 대해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한다.

 

인권위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경찰, 법원, 구청, 행정복지센터, 그 외 공공기관을 다녀서 마지막으로 인권위를 방문한다.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언어로 전달 된 경험보다 악다구니며 허무맹랑하고 사실이 아닌 이상한 이야기로 들려 면담이 거절되고 경찰의 신고를 받았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지면을 빌려 조금은 특별한 분들에게 인사를 전하려고 한다.

 

간혹 초록색 A4 용지를 덮어 조사철로 묶여 조사국까지 도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원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시는 분들. 문 주변을 서성이시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관심과 따뜻한 인사가 꼭 필요한 분들에게…

 

A에게 목소리가 너무 크고 악을 쓰며 말하는 것 같아 ‘잘 들리니 목소리를 작게 해주시길’ 부탁하면 “목소리 질환이 있다”, “의사소견서도 있다”고 한다. A는 사법부에의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진정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 위원회를 방문했다. A가 나타나면 모두들 긴장한다. A는 더 큰 목소리로 직원들을 다그친다.

 

직원을 상담하던 방에 감금하고, 물을 쏟고, 물건을 던지고, 욕설하고 무작정 찾아와서 조사관을 만나게 해달라고 안 만나주면 집에 가지 않겠다고 협박을 일삼았다.

 

B는 북에 가족을 두고 혼자서 남한에 왔다. 목숨을 담보로 한 탈북과정을 겪고난 후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목소리는 더 커졌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 다른 행동을 했다. 그런 그녀를 관계당국은 정신질환자로 진단했고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입원 조치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결정하였으나 결정이후에도 그녀는 1인 시위를 하고 현수막을 펼치고 바닥에 드러눕는다.

 

C는 자신을 미행하는 검은색 스타렉스 차량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어디가든 따라오며 아마 경찰이 시켰을 것이라며, 쉬지 않고 끊임없이 서서 똑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그러기를 몇 시간, 퇴근도 센터직원들과 같이 한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한 명의 민원인이 오면 많은 센터직원(간혹 조사관도)들이 함께 응대 한다. 상담조정센터는 대면업무뿐만 아니라 전화상담, 민원 등 행정처리 업무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그들의 소란이나 장시간의 큰소리는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민원인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하며 아파하면 그들도, 우리도 변한다. 소란을 피우다가도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저 이제 애들 밥하러 가야 해요. 오늘은 그만 가시고 다음에 또 오세요.” 하면 어떤 이는 자신의 물건을 챙겨 주섬주섬 일어나 귀가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한다. 자신이 계속 국가기관 등을 찾아다니면 딸이 의절 한다고 했다며 “더 이상 오지 않겠다.”고 하기도 한다. 모두들 어디서나 건강하게 잘 살길 바라며 들리지 않는 안부를 전하고자 한다.

 

그들도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아버지였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에서도 누구도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으니 큰 목소리, 악을 쓰며 거친 행동을 했을 것이다. 살기 위한 방식으로 선택 했던 것이 자녀와 이웃과 사람들과 멀어지게 했을 것이다. 그런 외로움과 힘든 점을 알아차려 주면 당장 인권침해나 차별이 해결 된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장시간 들어 주고 공감해준 것에 너무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한다.

 

민원인들이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지금 발현된 행동이 아니고 그들의 생애 전체에 걸쳐서 있었던 일들의 영향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처음 만난 날 보여주는 행동이 다소 거칠더라고 이해하려고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했던 이들은 그나마 가진 아무 것도 버릴 수가 없다. 유난히 큰 가방, 케리어 심지어 박스까지 가지고 오는 이들이다.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쓰면서도 끊임없이 손잡아 주기를 요구하는 이들이다.

 

위원회는 조사로 정책으로 교육으로 그 사명을 다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년이 되었다고 내외부에서 칭찬의 말도, 질책의 말도 풍성한 것으로 안다. 위원회 법에도 어떤 사무규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 ‘듣는’ 일도 꼭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건 매일 이 치열한 일상을 살아내는 인권상담조정센터의 ‘듣는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격려가, 문턱을 넘지 못하는 대부분의 ‘말하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오늘 하루를 존재하게 하는 기적일지도 모르니.

 

다들 안녕하시죠? 국가인권위원회가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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