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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22.03]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

글·사진 서재철(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은 백두대간, 비무장지대 환경탐사를 비롯해 생태환경 지킴이로서 기후위기 극복과 산불 예방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가 있습니다.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

 

 

2022년 3월, 한반도에 기후위기 재난이 현실로 나타났다.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가 어떻게 재난으로 이어지 는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울진·삼척 산불은 213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산불이 휩쓴 면적은 2만 923㏊, 서울시의 3분의 1이 넘는 면적이 불탔다. 지금까지 가장 피해 면적이 넓었던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2만 3,794㏊) 이후 최대 면적이다. 피해액은 2,261억 원으로 동해안 산불 피해액 1,0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크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단일지역 산불로 최장기간, 최대면적 피해를 기록했다. 이제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의 대명사가 되었다.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산불은 국가적 재해·재난 중 가장 위험한 재난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울진·삼척 산불이 이렇게까지 커진 원인은 유례없는 겨울 가뭄에 있다. 울진을 비롯한 경북과 강원 동해안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순까지 극심한 건조에 시달렸다. 대구지방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겨울철(2021년 12월~2022년 2월) 대구·경북 강수량은 6.3㎜(평년 대비 ­67.5㎜, 7.1%에 해당)로 역대(1973년 이후) 최소치였다. 2021~2022년 겨울 경상북도와 강원도 동해안의 가뭄은 기후위기의 한 단면이다.

 

울진·삼척 산불로 기후위기와 재난의 상관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산불 예방과 진화대책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불정책과 제도를 비롯해 기술과 연구 측면에서도 기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 더욱 강해지고 공격적인 산불이 전국 산지에서 소나무를 찾아서 어른거린다. 대형산불로 번질 객관적인 조건은 이미 충족되어 있다.

 

 

열악한 산불예방 환경, 투자 시급해
예산 절반 투입해야

 

산불 예방과 진화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2015년 전후로 산불 비상경계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 이상 늘었다. 하지만 산림청과 지자체의 산불 관련 인력은 변화가 없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토를 보전하기 위한 조직 중 전문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산불 분야가 유일하다. 소방학교와 경찰학교를 비롯해 재난안전 분야의 정부조직에는 체계적인 교육이 마련돼 있다. 재해·재난과 같은 특수 분야의 교육은 국민의 생명뿐만 아니라 투입되는 조직과 대원들의 생명과 안전도 담보한다. 산불은 기후위기로 인한 국가적 재난이다. 따라서 이에 걸맞은 조직과 예산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산불이 기후위기 재난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상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실전에 투입돼 배우면서 알아가는 수준이다. 진화 헬기도 더 늘려야 한다. 예산이 문제라면 산불 비상대책 기간만이라도 국방부 헬기 20∼30대를 산림항공에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진압되지 않는 강도의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로 인한 화재 조건이 급격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산불대응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산불예산의 절반 이상을 예방을 비롯한 사전 대비에 투자해야 한다.

 

2016-2020년 산불통계현황

 

산불의 지상 진화역량 강화도 시급하다. 현재의 인력규모와 운영방식으로는 대형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 산불 발생 시 현장에서 주불과 맞서는 전문인력은 현재 산림청 산하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를 비롯하여 지방산림관리청 및 국유림관리소의 소수 인력이 담당한다. 이 중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전체 인원 중 63%가 여전히 10개월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산불처럼 고산지역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한다면 전문성을 갖춘 훈련된 진화인력이 필요하다.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답
산불 경각심 높여야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4%가 산지이고, 이 중 30%가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다. 소나무가 아니면 대형산불 위험은 현격히 줄일 수 있다. 강해지고 공격적인 산불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소나무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 및 공간 정보화를 통해 준비하고 대비하는 전술 변화가 필요하다. 산불은 산에서 발생하는 재난이다. 도시와 건물의 화재도 건조한 날씨에 영향을 받지만, 산불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후변화의 최일선에 재해·재난이 있고, 그 중심에 산불이 도사리고 있다.

 

산불이 연중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후위기로 인한 여름철 폭염성 가뭄과 겨울철 이상고온 및 건조 현상으로 1월, 6월, 8월의 산불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산불 조심기간 이외에 발생한 산불의 비율이 1990년대 11.6%에서 2010년대에는 21.2%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불의 예방과 진화를 전담하는 공공기관 형태의 조직 마련이 시급하다. ‘산불은 1~2개월 정도 대응하면 된다’라는 안이한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산불은 안전기간이 사라진 채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대형산불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적 재난으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산불의 예방과 진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화 이전에 예방’을 산불 방지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답이다. 건조와 강풍이 만나는 날씨에는 얼마나 많은 눈과 발이 산불 위험의 발화점을 감시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상예보를 주시하면서 해당 시·군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동원 가능한 최대한의 감시 인력이 소나무숲 주변을 촘촘히 들여다보는 것이 실효성 있는 산불방지 대책이자 대형산불을 막는 지름길이다.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

 

매년 1만 2,000여 명의 산불감시원을 배치·운영하고 있지만, 국토의 약 64%에 달하는 산지를 모두 담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산림지역의 비율과 소나무숲의 비율을 고려하여 대형산불의 위험이 높은 곳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감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역과 경북 동해안권은 현재의 3~5배 수준으로 산불감시인을 늘려야 할 것이다. 산불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CCTV 등의 감시 장비도 늘려야 한다. 또한 감시인과 감시 장비를 한층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산불 감시체계의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 가능한 산불진화 매뉴얼을 만들고, 헬기부터 산불 진화차량 그리고 진화 조직과 인력의 접근과 전개까지 새로운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건조와 강풍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겨울부터 봄까지 더 길어진 건조기와 더 강한 바람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포위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진화 체계와 장비를 고도화해도 대자연의 경고인 기후위기의 변화무쌍함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좀 더 촘촘한 산림 관리를 기반으로 소나무숲의 분포와 지형 공간을 고려한 산불 예방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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