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 > [특집] 깊이읽기 > 군인권의 시작, 훈련소의 인권상황형으로

[특집] 깊이읽기 [2022.05] 군인권의 시작, 훈련소의 인권상황형으로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이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논산훈련소)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이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논산훈련소)

 

국가인권위원회는 각 군 신병훈련소(신병교육대대) 훈련병들의 인권상황 실태를 파악하고 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2021년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수행기관: 용인대학교 산학협력단)>를 진행하였다. 실태조사 연구진은 육· 해·공군·해병대 훈련병(신병) 1,348명 및 훈련소 운영요원 470명을 대상으로 △생활관·목욕 및 샤워시설·화장실·식당· 군매점 이용 여건, △급식 및 보급품 만족도 △흡연 금지 방침, △TV 시청 여건, △인터넷 이용 여부, △두발 기준, △구타·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피해 및 신고 경험, △코로나19 격리조치 등의 적절성, △전반적 인권상황 만족도 등에 관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2021년 5월부터 약 6개월간 설문조사 위주로 이루어졌으며, 전화조사(전입신병 등 총 28명 대상), 문헌연구 등도 병행 실시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별·구체적 사안을 검토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 훈련소 기본생활 여건
생활관, 침대형 개선사업 신속하게 진행해야

 

각 군 신병훈련소 생활관은 침대형이 41.2%, 침상형이 58.8% 수준으로 여전히 침상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훈련소의 경우 침대형으로 일부 개선했으나 기존 생활관에 2층 침대를 설치하다 보니 1인당 생활공간이 턱없이 좁아지고, 천장 높이도 낮아져서 2층 침대에서 생활하는 훈련병들은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 실정이다.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개조하려면 내부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에 침대를 설치하도록 생활관 개선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2005년 국방부 병영문화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침대형 생활관으로의 개선사업은 보다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생활관의 냉·난방 상태가 불편(5.5%)하거나 시설 상태가 낡고 불편(11.2%)하다고 생각하는 훈련병들은 많지 않았으나, 생활관의 1인당 생활면적에 대해서는 훈련병 4명 중 1명(25.8%)이 ‘좁다’고 응답했다.

 

 

목욕 및 샤워 시설

 

훈련소의 목욕 및 샤워 시설, 온수 공급, 양치·세면 여건에 대해서는 비교적 양호하다는 응답이었지만, 사용 인원에 따른 공간면적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보통 수준(51.2%)이므로 생활관 개선 사업 시 샤워 및 목욕 시설 공간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군의 경우 목욕·샤워 시설에 대해 불편하다는 응답이 23.5%에 이르고 있으며, 육군훈련소는 온수 공급에 있어 24.2%가 불편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특히 유념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

 

화장실, 대변기 숫자 증가시켜야

 

훈련병 4명 중 1명(26.1%)은 사용 인원에 비해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해군 훈련병의 경우 절반 이상(56.8%)이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생활관 시설에서 화장실이 주요 문제로 제기되는 이유는 인원수 대비 화장실 대변기 개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잦은 고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훈련병들은 기상 후 짧은 시간에 용변을 해결해야 하므로 동시에 많은 인원이 화장실에 몰리게 되는데, 현재 기준에 맞춰 6명당 1개를 설치하면 병사 1인당 5분씩 용변을 보더라도 30분이 소요된다. 따라서 신병훈련소의 경우 대변기 숫자를 증가시키고 고장 난 대변기는 즉시 수리가 가능하도록 시설보수팀을 운영해야 한다.

 

 

병사 1인당 급식기준량 늘려야

 

많은 훈련병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문제가 급식량이 적어서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는데, 그 원인을 조사해 보니 국방부가 병사 1인당 1일 주식(主食) 기준량을 300그램으로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활동량이 많고 영내매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훈련병들에게는 부대급식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급식기준량을 늘려야 한다. 신병훈련소 급식과 관련된 또 다른 개선 요구는 맛 좋은 음식을 제공해달라는 것인데, 각 군 신병훈련소뿐만 아니라 일반 야전부대에서도 군대 급식이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군대 급식을 마련하는 조리병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리병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이유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조리병 지원을 기피하므로 충원율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리병 충원율을 높일 수 있도록 입대 시기 선택권·조리사 자격증 수당 지급·휴가일수 확대·전역 시 중소기업 취업 추천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과 후 개인 정비시간 보장해야

 

훈련병들에게 주어지는 일과 후 개인 정비시간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39.4%에 불과하고, 23.7%가 부족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특히 공군 훈련병의 61.5%, 해군 훈련병의 35.3%가 부족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므로 일과 후 개인 정비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일과 운영에 대한 개선안이 필요하다. 휴무일 휴식시간에 대해서도 육군은 대체로 긍정적인 응답이 다수이나, 공군 훈련병의 53.0%, 해군 훈련병의 34.2%는 부족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야간 취침시간도 해군의 31.3%, 공군의 20.1%가 부족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므로 해군과 공군은 훈련소 훈련병들의 일과시간 이후 휴식 여건에 대한 개선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 침해 피해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인권교육 수시로 진행해야

 

훈련소 입소 후 인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가에 대해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성희롱·성추행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없었다는 응답이었으나, 부당한 군기훈련에 대해서는 11.5%가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이것으로 볼 때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은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훈련병들이 부당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군기훈련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을 유형별로 구분해봤을 때, 응답자 전체 1,348명 중에서 피해사례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부당한 군기훈련 등은 주로 조교에 의해서 이뤄지며, 성추행과 성희롱은 교관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훈련소 운영요원인 교관 및 조교 선발 후 임무투입 전 직무교육에 인권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며, 근무 기간 중 수시로 인권교육을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침해 피해 대응 위한 구제제도 인식교육 강화해야

 

훈련병들이 훈련소 입소 기간 중 인권침해 피해를 봤을을 때 본인이 겪은 피해 사실을 보고나 신고했는지에 대해서는 94.1%가 보고나 신고를 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훈련병들이 인권침해 피해를 보고도 보고나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군대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보고나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오히려 처벌받을 것 같아서’, ‘부대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등의 순으로 응답하였는데, 이것으로 볼 때 인권침해 피해를 봤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침해피해 구제제도에 대한 인식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훈련병 인권 만족도
훈련병을 위한 국방정책 결정권자들의 사고의 전환 필요해

 

‘훈련병의 전반적인 인권보장 수준’에 대해서는 훈련병 10명 중 8명(78.9%)이 긍정적으로 평가(해병대 훈련병들은 97.0%가 긍정 평가)하였으나, 공군 훈련병들의 경우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다(긍정 38.3%, 부정 49.0%). ‘입대 전에 생각했던 것과 비교할 때 훈련병의 실제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훈련병 10명 중 6명(60.4%)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다’ 고 응답하였다.

 

군 훈련소 훈련병들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훈련소가 민간인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곳이라는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자녀와 형제자매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개선하기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교체하지 못한 이유가 단순히 예산이 부족해서라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실을 공개하고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훈련병들에게 해줄 것은 해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도록 국방정책 결정권자들의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