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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깊이읽기 [2022.05]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초급간부

글 김의식(용인대 군사학과 교수)

 

‘초급부사관 KCTC 훈련’ 중 적진기동전술 훈련 모습. (제공:육군)
‘초급부사관 KCTC 훈련’ 중 적진기동전술 훈련 모습. (제공:육군)

 

우리나라는 징병제하에서 대부분의 남성이 병사로 입대하여 의무복무를 해야 하므로 입대 대상자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군대 인권상황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내려온 폐쇄적인 군대조직문화와 남북분단이라는 안보 상황 때문에 장병들의 인권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오랫동안 매우 제한되었었다. 그러나 2005년에 발생했던 육군훈련소 인분사건1)과 530GP 총기 난사사건을 계기로 장병들의 인권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군인들의 인권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1년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군대 내 장병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방부와 다각적으로 협력해온 결과, 장병들에 대한 인권교육과 인권침해 예방체계가 구축되었으며, 피해자를 위한 구제제도까지 마련되었다.

 

 

군 간부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

 

현재 의무복무 병사들에 대한 인권상황은 2016년에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되고, 군인권 업무 훈령까지 시행되면서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2021년 코로나19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격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군 외부로 알려지면서 병사들의 인권상황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간부들, 특히 초급간부들의 인권상황에 대해서 한 번쯤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해 봐야 한다. 앞서 진행된 『2017년 군인권실태조사(군 간부 대상 조사 결과)』(한국국방연구원), 『2018 부사관 인권상황 실태조사』(국가인권위원회), 『2021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군대조직의 하부계층인 초급간부들의 인권상황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대 간부라고 하면 장성급 지휘관이나 영관급 장교들을 떠올리면서 의무복무 병사들의 인권상황 개선에만 많은 노력을 집중하는 사이에, 군 전투력 발휘의 핵심 계층인 초급간부들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되어 온 것이다.

 

 

초급간부가 처한 군내 대 인권문제

 

군 간부 조직에서 가장 인원수가 많으며, 전투 시 선두에서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는 초급간부들이 처해있는 군대 내 인권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인격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초급간부들은 군복무 경험이 채 5년도 되지 않는데 지휘관이나 상급자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평가해서 초급간부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상급자들뿐만 아니라 병사들조차 초급간부들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부 하사들은 병사들보다 군복무 경력이 짧고, 연령도 어리다는 이유로 병사들로부터 반말을 듣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둘째, 휴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부대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초급간부들의 보직률이 낮아서 당직근무, 5분대기조, 수색매복 인솔 등으로 인해 한 달에 2주 이상 퇴근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으며, 일과시간 이후 퇴근했다가 다시 부대로 돌아가서 밤늦게까지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들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셋째,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병사들이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해 외진을 가야 하는데 부대에 가용한 공용차량이 없으면 간부들이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서 다녀와야 한다. 짧게는 수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킬로미터를 다녀와야 하는데 여기에 따르는 비용(기름값, 통행료 등)은 인솔 간부가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부대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게 되면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데 상급자들이 하급자 야근시킨다는 말을 안 들으려고 눈치를 줌으로써 근무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2) 그리고 초급간부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당직 수당(평일 1만 원, 휴일 2만 원)을 받으면서 월평균 3~5회씩 당직근무를 서고 있다.

 

넷째, 자기 변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병사들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군에서는 소원 수리, 마음의 편지, 익명으로 제보가 가능한 단톡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병사들이 마음의 편지와 단톡방에 허위사실을 제보하더라도, 해당 간부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먼저 불이익을 준 다음에 제보자 병사에게는 소원 수리 처리결과라고 통보하고 있으므로 초급간부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다섯째,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병사들은 하루 세 끼니를 부대에서 제공하는데 초급간부들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식사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과거처럼 간부식당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영내 급식을 먹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1개월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미리 신청한 영내급식은 실제 취식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밥값을 지불해야 하므로 미혼인 초급간부들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자체 해결하고 있으므로 양질의 식사를 할 수가 없다.

 

여섯째, 사생활이 침해당하고 있다. 초급간부들은 대부분 미혼이므로 영내외 독신자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초급간부들의 숙소가 2인 1실, 3인 1실 등 공동거주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부대에 따라서는 1인실에 2인이 거주하는 사례도 있다. 그리고 야간에 숙소 복귀시간을 정해놓고 초급간부들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강조하는 부대들도 있다.

 

 

‘초급부사관 KCTC 훈련’ 중 드론공격 방어 훈련 모습. (제공:육군)
‘초급부사관 KCTC 훈련’ 중 드론공격 방어 훈련 모습. (제공:육군)

 

초급간부 인권상황 실태 파악 시급,
이후 개선방안 마련해야

 

앞에서 제시된 사례만을 통해 우리 군 초급간부들의 인권상황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군대 인권 개선의 초점이 병사들의 인권상황 개선에 맞춰져 있었으므로 간부들 특히 초급간부들이 직면하고 있는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만약에 병사가 자살하거나 인권 침해를 당하면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간부들의 인권 침해 사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다. 따라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먼저 파악한 다음에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대화를 나눴던 초급간부는 2025년도까지 병사 급여를 2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국방부 발표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고 하였다. 『2021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초급간부들의 연간 보수가 하사 30,821,000원, 소위 31,474,000, 중위 34,798,000원이었다. 반면에 병장은 급식비와 피복비를 포함하여 11,589,600원이었다. 그런데 향후 병사 급여가 대폭 인상된다면 굳이 간부로 임관해서 병사들보다 더 오랫동안 복무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실제로 병사 급여 인상 소식과 더불어 야전에서 초급간부들의 전역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증언하였다. 금년도 ROTC 지원자가 대폭 감소하여 육군에서 모집기간을 연장하였으며, 학사사관과 부사관 지원율도 수년째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군대조직에서 초급간부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창끝과도 같은 위치에 있으므로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과 명예심이 그 어떤 계층보다도 높아야 한다. 그러므로 초급간부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생활환경과 인권상황에 버금가는 복무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우선 당장 급하다고 일부 상급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초급간부들의 인권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다음에 당사자인 초급간부들과 상급지휘관들, 그리고 국민들이 공감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 2005년 1월 10일 육군훈련소 중대장 이 모 대위가 용변 뒤처리 미흡을 문제 삼아 소속대 훈련병 192명을 모아놓고 화장실에 방치된 대변을 손가락에 묻혀 2회에 걸쳐 5초간 입을 벌린 상태에서 입에 넣었다 빼도록 한 사건을 말한다.
2)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하려고 하면 면전에서 “능력이 없으니 일과시간에 못하고 야근한다”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려 초과근무시간을 축소해서 기록한다.

 

김의식 용인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인 권리보호 및 구제체계 보완방안』, 『군대내 부사관 인권상황 개선방안 연구』 논문과 『부사관 인권상황 실태조사』(2018), 『군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2021)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군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인권상 군대 분야 최초 수상하였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노동과 인권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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