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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기 [2022.06] ③ 팬데믹에 필요한 것은 인권이라는 백신

글 강수돌(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

「인권」은 기후위기로 인해 소외당하거나 발생할 인권 침해의 오늘과 내일을 직시하고 경각심을 높이고자 ‘기후위기 속의 인권’ 연재를 기획하였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강수돌 교수가 선택한 대중영화를 통해 기후위기 사례를 알아보았다. 「인권」은 독자와 함께 2022년 기후위기와 인권위기를 넘어서는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③ 팬데믹에 필요한 것은 인권이라는 백신

 

지구 온난화와 야생동물 상품화는 둘 다 바이러스 공포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지구 온난화는 시베리아 동토 속에 얼어 있던 바이러스를 활성화, 마침내 인간에게 옮길 수 있다. 야생동물 및 가축 상품화, 그중 동물 요리는 음식 자체를 통해 또는 요리 도중에 묻은 피를 통해 동물 속 바이러스를 인간 몸으로 옮기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봉건주의 말기 내지 자본주의 맹아기인 14세기 중반의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약 2천만 명)을 희생시켰다. 자본주의 근대화 이후엔 의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규모 전염병은 오히려 갈수록 빈발한다. 그 희생자 규모는 등락을 반복하지만, 절대 예사롭지 않다. 1918년의 ‘스페인독감’에서는 5천만 명이, 그리고 1957년의 ‘아시아독감’에서는 100만 명이 죽었다. 1968년 ‘홍콩독감’ 은 800만의 목숨을 앗았다. 숱한 생명을 뺏은 전염병은 2002년의 ‘사스’와 2003년의 ‘조류인플루엔자’, 2009년의 ‘신종플루’, 그리고 2019년의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계속됐다. 코로나19의 경우, 2022년 4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을 감염시켰으며 사망자도 6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한국의 경우 최근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인구의 1/4인 1천 7백만 명에 이르고, 총사망자도 2만 명을 넘었다. 최근엔 북한도 코로나 위기다.

 

 

팬데믹과 인권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

 

2011년 미국 영화 <컨테이젼>은 홍콩 출장을 다녀온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직장인 여성 베스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얘기를 다룬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영화 <컨테이젼>의 대표 메시지다. 출장에서 돌아온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놀란 남편이 아내의 사망 원인을 찾기도 전에 아들까지 죽는다. 이 무슨 불행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에서 같은 증상의 사망자가 속출한다. 사람들의 인적 접촉을 통해 확산하는 전염병은 한 명에서 네 명으로 늘어나는 식으로 기하급수적이다. 개인이나 당국이나 통제 불능 상황! 그러니, “누구도 만나지 마라!”

 

이런 비상 상황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장 치버는 이 분야에 경험 많은 에린 미어스 박사를 현장으로 급파한다. 바이러스 연구원 엘리 헥스텔 박사 또한 스스로 실험까지 하며 백신 개발에 헌신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일러노러 오란테스 박사는 최초 발병이 진행된 역학조사에 나선다.

 

이 영화에서 ‘기후 위기와 인권’이란 주제와 연관되는 지점을 셋만 추리면 이렇다. 첫째, 열대우림 지역을 개발하는 다국적기업 에임 앨더슨(AIMM Alderson) 사의 불도저가 숲을 파괴하는데, 이 회사 직원 베스가 출장 뒤 죽은 배경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둘째, 이 영화에서는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와 육식으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을 다룬다. 그런데 이 팬데믹 상황을 악용, 가짜뉴스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돈벌이만 추구하는 이가 나온다. 팬데믹과 인권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 셋째, 135일 만에 백신 개발로 팬데믹이 종식되는데, 예방 접종 시 사람들이 팔에 부착하는 인식표가 인권 차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들을 하나씩 보자.

 

 

재난 자본주의, 불평등과 통제는 또 다른 팬데믹

 

첫째, 흥미롭게도 영화의 초입에 죽어간 여성 베스 엠호프는 회사 일로 홍콩에 출장을 갔다가 자기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감염돼 변을 당한다. 그런데 그 회사가 토목개발 다국적기업 에임 앨더슨(AIMM Alderson)이다. 영화에서 베스가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 직전, 이 회사 서류에 서명을 한다. 그 뒤엔 한 일본인이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그 서류를 검사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런데 영화의 끝부분에선 바로 이 회사의 불도저가 열대우림을 파괴(개발)한다. 이는 지구의 허파인 숲을 대량 파괴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가속함과 동시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예, 박쥐)이 인간 주거지로 접근하게 한다. 영화에서는 서식지 파괴로 야생 박쥐가 인근 농가의 돼지 축사 가까이 갔다가 바나나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이를 돼지가 먹는다. 홍콩 출장 중 베스는 저녁에 카지노 인근 식당에서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먹고 주방장과 인사하고 사진까지 찍었는데,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베스가 먹은 돼지고기는 박쥐 속 바이러스와 돼지 속 바이러스가 결합한 신종 바이러스를 품고 있었다. 주방장은 그런 위험도 모른 채 고객의 청으로 피 묻은 조리복 차림에 악수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돼지 속 바이러스와 피가 문제였다. 요컨대, 베스 입장에서는 자신을 먹여 살리는 회사가 결국 자신을 죽이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 셈! 오늘날 자본주의와 우리의 운명이 바로 이렇다.

 

둘째, 이 영화에서는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이 사태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팬데믹 상황에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자기 돈벌이만 추구하는 이가 있다. 일종의 ‘기레기’! 영화 속 프리랜서 기자이자 블로거인 앨런 크럼위드가 바로 그다. 그는 정부 조치나 백신을 믿지 말라고 하며, 사적으로 개발한 ‘개나리액’을 상품화해서 큰돈을 번다. 심지어 약국에서도 이것을 판매하는데 워낙 많이 팔려 품절이 되자, 사지 못한 사람들이 분노하며 약국을 털기도 한다. 그만큼 가짜뉴스 유포자임에도 영향력은 막대하다. 나중에 ‘사기죄’로 옥살이를 하지만 추종자들이 돈을 줘 보석으로 풀려난다. 요컨대 그는 기후위기 못지않은 팬데믹위기를 묘하게 이용, 돈벌이를 추구하는 바람에 온 사회의 인권을 짓밟았다. 우리 현실에도 이런 존재들은 있다.

 

한편, 팬데믹 재난 속에서도 부의 세계적 불평등이 커졌다.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한복판인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 사이에 세계 10대 부호의 재산은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세계 최빈층은 매일 2만 1천 명이 죽어갔다. 이유는 코로나 상황에서 의료 접근성 부족, 물가 상승과 기아, 젠더 폭력, 기후 붕괴 등이다. 이 최빈층에는 최빈국의 대다수 국민만이 아니라 선진국 내에서의 이주민이나 유색인, 소수자 그룹도 포함된다.

 

일러노러 오랑테스는 WHO 소속 과학자인데, 팬데믹의 최초 발병 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홍콩의 카지노로 가 CCTV 영상을 확인하고 돌아가던 중, 같이 조사에 참여한 홍콩인 동료 일당에게 백신 100개와 교환 조건으로 납치당한다. 이 납치 사건은 얼핏 돈 문제로 인한 범죄 행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각을 좀 달리하면, 동일한 팬데믹 상황에서서도 백신 분배의 ‘빈익빈 부익부’가 있음을 암시한다. 즉, 부자 나라나 공공 보건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선 백신 공급이 문제없지만, 빈국 내지 공공 보 건 시스템 부재 국가에서는 백신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역시 동일한 참사 속에서도 인권 불평등이 증가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셋째, 영화 속 헌신적인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135일 만에 백신 개발과 예방 접종이 이뤄진다. 문제는 예방 접종 시 정부 지침에 따라 사람들이 오른팔에 인식표를 팔찌처럼 다는 것. 이는 전형적인 국가 통제 시스템의 한 단면인데, 인권의 시각에서 보면 양면성이 또렷하다. 그것은 한편에서 공공 통제의 강화로 팬데믹 상황을 조기에 종식하려는 의도를 보여주지만, 다른 편에서는 국가의 이름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인권 상황을 일방적으로 제약하기 때문. 물론 예방 접종 후 인식표를 단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진실의 일부일 뿐. 특히 코로나 사태로 혼쭐이 난 미국 정부는 최근에 의료개혁법을 통과시켜 사람들 신체에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형태의 인식표를 심으려 한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향후에 ‘칩 임플란트’를 자연스럽게 여기거나 당연시하도록 홍보하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 언론에서도 이런 ‘칩 임플란트’가 “건강, 검역, 군사 기술 등에 큰 잠재력”을 지닌다고 선전되기도 했다. 만일 이게 성공하면 조지 오웰이 소설 『동물농장』에서 고발한 ‘빅 브라더’ 시대가 더 체계적으로 구현될 것이다. 요컨대, 이 영화는 전염병은 물론 전쟁, 경제 파탄, 기근, 지진, 기후 위기(산불, 가뭄, 홍수 등)와 같은 재앙 상황에서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을 통제하게 될지 미리 보여준다.

 

 

③ 팬데믹에 필요한 것은 인권이라는 백신

 

평등과 평화를 위한 이타적 우애가 진짜 백신

 

이처럼 영화 <컨테이젼>은 지구상의 70억 인구가 이유도 모른 채 글로벌 재앙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모든 재앙에는 원인이 있다. 이 영화가 고발하는 팬데믹 상황은 결국 지구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회사, 그리고 그런 파괴를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직장인들, 평소에 건강하지 않은 생활 방식, 이 모두 문제다. 또 그 와중에 상황을 역이용, 돈벌이하려는 악덕 언론인까지! 그렇다면 이런 재앙을 예방하려면? 영화 속에서 암시하는 것만 추려도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첫째, 파괴적인 개발(성장)지상주의를 멀리하고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 보존해야 한다. 특히 지구의 숲은 한편으로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며, 다른 편으로 야생동식물의 건강한 터전이자 생명 다양성의 토대다.

 

둘째, 우리가 취업하거나 일할 때, ‘무조건 취업’ 또는 ‘묻지 마, 취업’이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좋다는 식은 곤란하다.

 

셋째, 육식보다는 채식 중시 방향으로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식생활 변화가 사회적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성까지 드높인다면 의미 있는 한 걸음이다.넷째, 보편 인권을 위해서는 의료 민영화 대신 의료 공공성을 드높이고, 특히 질병 예방 조치들이나 백신 개발 사업에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백신 개발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하며 동시에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 모순도 극복해야 한다. 바이러스 공포심은 분열과 혐오, 차별과 배제를 낳지만, 이타적 연대는 화합과 우애, 평등과 평화를 낳는다.

 

끝으로 민주 정부가 인권이나 민주주의, 삶의 질을 고양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개인 정보의 무단 수집과 활용, 권위주의 권력화나 자본에 의한 상품화를 경계해야 한다. 일방적 통제 시스템은 아무리 필요악이라지만 ‘빅 브라더’ 시스템은 막아야 한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는 기업과 공공부문 노사관계, 이주노동자의 삶과 운동, 일중독과 건강 문제, 중독 시스템 문제 등을 연구했고, 주경야독을 하며 학생과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함씨네와 함께 하는 ‘나부터’ 밥상 혁명』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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