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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동행 [2022.09] 주거권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

 

“내가 느낀 주거 문제를 나의 권리로서 여러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
“주거권은 세입자라도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권리예요.”
(성북·종로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

주거권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중요한 나의 권리로서 인식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주거권 보장의 시작이고,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빈민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과 성북·종로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을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반대’ 국회 농성 현장에서 만나 도시빈민 주거 현실과 대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원호 집행위원장, 김선미 센터장
2022년 10월 21일,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농성 현장.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과 성북·종로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

 

유해정 주거권은 교육권, 의료권과 같은 다른 사회적 권리들과 다르게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이원호 2018년,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방한했습니다. 특별보고관이 일주일 동안 주거현장을 조사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민들은 주거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어요. 주거는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인 복지제도이거나 자기의 개인 능력에 따라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교육의 공공성,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사회적 운동이나 투쟁은 있었지만, 주거의 공공성은 철거민들과 홈리스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구호 정도로만 인식하다 보니, 모든 시민들이 요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적 권리라고 인식되지 못한 거죠.

 

성북·종로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
성북·종로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

 

유해정 보편적으로 모두의 주거권이 보장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김선미 제일 중요한 것은 세입자라도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권리예요. 서울연구원에서 전세임대주택1) 세입자가 한집에 계속 사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있었는데, 2년 이후 감소하더니 5년 이후는 거의 제로에 가깝더라고요. 재계약하기가 진짜 힘든 거예요. 2년 뒤에 돈을 확 올려버리니까요. 공공임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전세임대여도 늘 이사를 걱정하게 됩니다. 한집에서 오래 살기! 주거권의 핵심 요소죠. 생활환경, 환기, 환풍, 채광도 중요하죠. 외국은 주택품질기준이라고 해서, 창의 크기, 위치, 잠자는 방의 면적 기준까지 정해져 있어요. 우리는 주택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 만든 최저주거기준 정도가 있지요. 우리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요. 다중주택의 경우엔 기준이 없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지불 가능성입니다. 이 부분이 주거권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죠. 임대료가 체납되어서 쫓겨날 위기에 있는 분들을 저희는 종종 만납니다. 본인 소득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높으니까요. 거기에 수도광열비까지… 사실 우리나라는 지불 가능한 집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지불이 가능한 사람이 집에 들어가도록 하는 거죠.

 

유해정 아직까지 주거권은 특히 빈민, 취약계층이라는 말과 결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선미 우리나라 「주거기본법」이 2015년에 제정되었어요. 많이 늦었습니다. 주거복지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IMF 외환위기 때 실직으로 인해 노숙인이 발생하면서죠. 그전까지는 철거민들 이야기가 중심이었어요. IMF 외환위기 이후에 노숙인들이 나오면서,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실직하면서 바로 집을 잃을 수가 있구나’라고 하면서 주거문제를 조금 더 다루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도시빈민과 쪽방 이야기를 했죠. 노숙인 대책과정에서 쪽방 밀집지역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또 그에 맞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요구를 해왔고요. 그때 당시에 이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2)을 시작했거든요. 지금도 정책 대상은 매우 협소하죠. 국민임대를 공급했던 부분을 더 확장해 나가지 못한 것은 좀 안타깝죠. 공급하는 대상도 확대하고, 소득 4분위까지 올리고, 공공임대주택 평형도 조금 늘리긴 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던 거죠. 당시 공급을 확대했다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유해정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전면적으로 확대하지 못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선미 집 문제를 시장에 맡기는 데 기인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당연히 돈 주고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50대인데, 저 어렸을 때 학교는 도시락을 싸가는 곳이지 밥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는 밥을 주는 곳이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 같아요. 그런 경험을 했느냐? 하지 못했느냐?

 

이원호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돈과 땅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국가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낸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서 합니다. LH 등이 기금을 저리로 대출받아서 사업하는 거죠.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LH 등에게는 임대주택을 짓는 일이 계속 손해가 나면서 부채가 쌓이는 일로 여겨집니다. 임대주택 보증금이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잡히거든요.

 

또 LH가 택지 개발을 한 땅을 민간에 팔고 그 수익으로 임대주택을 짓는 교차보전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니 실제로 임대주택을 지을 토지도 부족하죠. 여기에 부채를 이유로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공격을 받으니 LH 등은 땅을 팔아 부채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토지와 재원이 점점 부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해정 지옥고3)가 수도권 일대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왜 주거취약계층들은 수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까요?

 

이원호 취약계층일수록 도심을 벗어나는 것이 어렵습니다.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도 도심권에 몰려 있죠. 출퇴근하기 위해서는 교통도 좋아야 하니까 도심에 머무는 것이고요. 복지 서비스 체계도 도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도심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많이 갖고 계신 것이 사실이죠.

 

김선미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과 상관없이 안전하고 독립적이고 편안하게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능력, 시설에 격리되지 않고 살아왔던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라고 말을 하잖아요? 제가 50대에 들어서니 익숙한 공간이나 설비가 아니면 위축이 되더라고요. 취약한 분들이 간간이라도 연결되는 일자리를 버리고 멀리 가기란 쉽지 않죠.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는 방법… 그것을 보장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적정한 것이 매입임대주택4) 같아요. 도심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법… 오래된 아파트를 겁내시는 분들이 계세요. 재개발임대아파트는 민간분양아파트 사이에 한 동뿐인 경우가 많아 굉장히 소외감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원호 도심권에서는 건설형 임대주택을 공급할 만한 땅들이 부족한 게 사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재개발, 재건축하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는데, 그건 사실 기존의 저렴주택5)을 사실상 멸실시켜버리는 거죠. 결국은 생활권 내에 기존의 주택들을 최대한 많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런 의미에서 매입임대주택이 생활권 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임대주택의 유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공급이 굉장히 더디고 아주 적어요. 집값이 비싼 상황에서 기존의 매입 단가로는 구매하기 어려운 점도 있죠. 국가가 조금은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어요. 일례로, 프랑스 파리 시 정부는 2015년, 신년 도시계획을 발표했어요. 프랑스는 문화 다양성을 중시하는 나라인데,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지역 고급화로 인하여 다양한 문화들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약 8천 세대가 있는 구역을 소형임대주택 구역으로 지정해 놓았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거래되는 주택은 무조건 1차로 시와 정부가 선매권을 갖는 정책을 펼쳤죠. 시와 정부가 매입하지 않으면 그다음에 민간에 팔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정부가 매입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있어요. 공공선매권 제도라고 하는 적극적인 정책인데,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도 사회적 보존령6)이라고 해서 선매권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이런 방식의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매입임대주택들이 활성화될 수 있어요. 그런데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으니까 매입임대주택 공급이 잘 되지 않고, 민간 전월세 주택의 보증금만을 지원하는 전세임대로만 다 돌리는 거 같아요. 특히 지금 서울시, 매입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완전히 후퇴하고 있죠.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

 

빈익빈 부익부, 계층역진

 

유해정 매입임대주택 정책은 정부가 시장 가격으로 주택을 매입해서 저렴하게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면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힘들게 일해서 비싼 비용으로 집을 샀는데, 왜 정부는 집을 비싸게 사서 취약계층에게 집을 싸게 주지?’라는 비판도 나올 것 같은데요.

 

이원호 전반적인 집값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공공임대주택이 해야 해요.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한 30% 정도가 된다면, 실제로 일반 민간임대주택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은 전세임대나 분양전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는 전체 주택의 약 5.5%~6%밖에 되지 않다 보니 민간임대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진짜 왜 비싸게 사서 소수만 혜택을 받느냐? 이런 이야기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주변 사람들 3~4명 중의 1명이 공공임대주택에 산다면 그런 인식들이 생기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적다 보니 저소득계층, 취약계층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 그런 이야기 나오는 거죠. 서울만 놓고 봐도 자치구별 공공임대주택 편차가 심해요. 정작 취약계층이 사는 곳에 공공임대주택이 잘 공급되지 않죠. 예를 들면 용산구 같은 경우도 주거 빈곤율이 높은데 공공임대주택은 서울시 평균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요. 종로에도 공공임대주택 필요한 분들이 많은데 되게 공급량이 적고요. 그래서 저는 자치구별 쿼터제 같은 것들을 둬서 일정한 비율을 달성하게 도시계획 차원에서 목표를 세우게 하고, 일정 기간 달성하지 못할 때는 페널티를 주거나 달성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프랑스에서는 하고 있고요.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대주택의 중산층화, 고급화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임대주택이 당연히 질적으로 개선되고 또 평수나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반적인 물량 확대 계획 없이 임대주택 고급화나 중산층화로 가다 보니까, 점점 취약계층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되던 게 국민임대주택으로 확대되면서 영구임대주택은 완전히 공급 안 돼버리는 거죠.

 

유해정 8월에 발생한 신림동 반지하 참사는 기후위기가 주거권에 미치는 위험을 새삼 상기시켰는데요. 기후위기가 주거권에 미치는 영향, 어떤 게 있을까요?

 

이원호 기후위기가 일종의 기후 불평등으로 나타나는 부분의 대표적 사례가 쪽방이죠. 쪽방은 다 도심권 내의 고층 빌딩들에 둘러싸여 있어요. 기후위기로 인해서 사용한 고층 빌딩의 에어컨 열기가 다 쪽방 쪽으로 가요. 그러면 쪽방이 더 달궈지는 거예요. 서울시는 개발 중심의 주거 정책들을 펼쳤는데, 기후위기를 더 증폭시키고 있는 거죠. 맨땅이 없어지고 다 콘크리트가 되는 거죠. 시멘트 제조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굉장히 높거든요. 건설 폐기물 문제도 있죠. 이런 문제들이 계속 연동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같아요.

 

유해정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반대 농성을 ‘빈곤철폐의 날’(10월 17일)부터 시작하셨습니다. 농성을 시작한 이유와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원호 8월 초, 반지하 참사 이후에 사회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들이 좀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불과 3주 만에 발표된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7천억 원, 전년 대비 약 28% 대폭 삭감했어요. 공공임대주택이 제도화된 것은 1980년대 철거민들의 투쟁과 희생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철거민들에게 방 한 칸 분양 딱지를 줬을 때, 그게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그분들이 외치면서 공공임대주택을 국가에 요구하면서 제도화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은 그런 33년의 공공임대주택 역사를 부정하는 예산안입니다. 주거복지의 근간 자체를 흔드는 예산 편성이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예산안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예산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내려고 농성에 돌입했죠. 당연히 삭감된 예산은 회복시키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게 최종 목표죠.

 

유해정 왜 그 큰 예산을 삭감한 것인가요?

 

이원호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 7천억 원이 깎이고, 공공분양주택 예산이 약 3조 원 정도가 증액됐어요. 청년원가주택7) 분양 공급이나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예산을 늘린 거죠. 계속 소유 중심의 주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거죠. 이것의 문제는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 주면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에게 주거복지 재원이 다 가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 등 연소득 1천만 원~3천만 원 정도 수준의 월세 세입자들에게 가는 정책은 거의 전무한 거죠. 그리고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예산 규모는 많지만 수혜자는 되게 적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돈으로 더 시급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열악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게 더 맞는다는 거죠.

 

유해정 주거취약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상황에서 보다 간단하게 도입, 개선 가능한 정책, 제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선미 우선 체납임대료에 대한 긴급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현재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있는데요, 거처를 확보할 경우에만 지원하지 체납임대료에 대한 지원은 없거든요. 임대료 체납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많으니… 또 주거급여도 지원금액이 낮아요. 서울시 1인가구의 경우 32만 원 선이에요. 고시원 등에서 거처를 옮기기란 쉽지 않은 금액이죠, 그것도 질금질금 올리다 보니까 임대인들도 따라서 임대료를 올리는 거예요. 결국 주거급여로는 더 나은 곳으로 못 가는 거죠. 물론 선정기준도 낮고 생계급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니 그것도 한계고요. 지하 거처에 남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지하 거주가 일순간에 해소가 안 되잖아요. 지하는 늘 습기와의 싸움이거든요. 한국에너지재단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어컨 설치(선풍기 공급)를 지원하고 있어요. 제습기 품목도 포함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하는 화장실 겸 욕실로 올라가는 계단이 대부분 있어요. 주거약자 등 신체적으로 취약한 분들의 경우 손잡이를 설치해주면 사고를 막을 수 있고요.

 

이원호 집수리 관련 지원이 건물 소유주를 지원하는 체계로 가다 보면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요. 실제 거주하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정부나 서울시의 방침은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잖아요. 기존의 저렴주택 등을 없애는 방식이다 보니까 사실 더 취약 주거로 내몰릴 우려가 발생하죠. 물론 필요한 곳은 재개발 재건축을 해야겠죠. 하지만 좀 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겠어요. 더 쉽고, 더 빠르게 개발하는 방식은 주거권에 역행하는 것 같아요.

 

김선미 주거급여에 관리비를 포함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주거급여에는 월세만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중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은 별도 관리비를 내야 합니다. 재개발임대주택의 경우 단지가 적고, 호수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리비를 내야 해요. 그런데, 주거급여는 월세만 포함되어서, 결국 관리비는 생계급여로 충당해야 하죠. 평균 주거급여 지급액수를 보면 15만 원선이라고 하니 불용액에 대한 지급방식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주거권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권리

 

유해정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김선미 주거급여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없어서 일까요? 계측하던 최저 주거비 내에 관리비, 유지수선비, 이사비 등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국토부로 주거급여가 이관된 이후 기준임대료만 책정해 발표하시더라고요. 주거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서 발표하면 좋겠습니다. 2월, 3월이 되면 가스공급이 중단된다는 예고장을 받았다고 도움을 청하는 분들이 계세요. 에너지바우처가 있어도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노후주택은 동절기 에너지비용이 부족한 것이 다반사이다 보니 생계비에서 또 지불해야 하고… 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비, 대책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유해정 우리 사회가 참고할 만한 해외의 주거권 보장 사례가 있을까요?

 

김선미 우리나라 「주거기본법」에는 최저주거기준 외에 유도주거기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것과 유사한데요. 우리는 유도주거기준8) 조차도 아직 만들지 않았어요. 2011년에 최저주거기준이 한번 개정되었어요. 1인당 최저주거면적이 12㎡에서 14㎡로 바뀌었죠. 그런데 구조, 성능, 환경에 대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어요. 너무 답답하죠. 많은 것 바라지 않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조금만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이원호 청년주거단체에서 많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주택감독관제도 도입이에요. 외국은 주거 관련된 기준들이 굉장히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되어 있죠. 그런 기준을 가지고 주택을 감독하는 주택감독관제도 같은 것을 두고 있거든요. 그래서 기준 미달 주택들에 대해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제재를 가하죠. 독일은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통제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는 나라죠. 기본적으로 대륙법 전통에 있는 나라들에서는 노동법과 임대차법이 거의 같은 개념이죠. 기한을 정하지 않는 고용과 계약이 기본값이죠. 그렇기 때문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는 거죠.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는 사회주택 비율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죠. 오스트리아 국가 자체로는 사회주택 비율이 약 20%~25% 사이인데, 수도 빈은 50%가 넘어요. 빈 세입자들의 60% 이상이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고, 도심 곳곳에 사회주택들이 분포되어 있죠. 그런 것들도 사실 좀 부러워요.

 

유해정 모든 사람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 무엇이 있을까요?

 

이원호 젊은 세대는 인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잖아요? 그런데 그 인권의 영역이 여전히 시민·정치적 권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느낀 주거 문제를 나의 권리로서 여러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 집을 부동산이나 재테크로만 주변 사람들하고 얘기하잖아요? 권리 차원에서 나의 주거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죠.

 

김선미 질문을 던지면 좋겠어요.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집을 찾으러 다니는 삶이 정상인가? 큰 보증금을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있는데 괜찮나? 떼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세입자로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지금 이상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유해정 마지막으로 주거권과 관련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원호 한국은 토건 중심의 경제 성장 정책을 너무 오랫동안 펴왔어요.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경제 성장 수치를 높이는 데는 토건만 한 것이 없어 그런 정책을 펴왔던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토건 중심의 경제 성장을 ‘모르핀 경제’라고도 표현하잖아요? 당장 기분이 좋아질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파괴되는 것처럼 한국 경제의 근간 자체를 토건 중심으로 끌고 가면 경제성장의 수치는 높일지 몰라도, 삶의 질이나 경제 안정성이 더 낮아진다고 생각해요. 토건주의에서 탈피하는 건 주거권의 관점에서 중요하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서도 중요합니다.

 

김선미 주거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택에 대한 정보는 누구나 갖고 있지도 않아요. 내가 어디에 갖고 갈 수도 없는 상품이고 너무 비싸서 접근도 쉽지 않죠. 그간 시장에 맡겨만 두다 보니 주거취약계층이 너무 많기도 하고, 취약한 거처에서 발생한 사고를 해결하는 대책만 세우고 있는 형편이라…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국가가 주거문제 해결에 개입해야 합니다.

 

유해정 활동가는 인권기록센터 ‘사이’ 활동가이자,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기록과 연구 모두 인권활동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는 세상을 위해 고통과 희망의 뿌리를 삶의 언어로 기록하고 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나는 숨지 않는다』가 있습니다.

 

1)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공공임대주택 방식
2) 쪽방, 여인숙, 비닐하우스 등 도시빈민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3) 지하(반지하)와 옥탑방·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와 주거빈곤가구의 고충을 표현한 신조어.
4) 저소득층 거주지 근처에 위치한 주택 등을 주택공사 등이 매입해, 개보수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
5)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택. 공공주택, 사회주택, 공공임대주택 등.
6) 사회적 보존령은 구역 내 거주인구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령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을 유지하고, 저소득층이 도시에서 축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령.
7) 무주택 청년가구에게 건설 원가로 주택을 제공하는 맞춤형 분양주택.
8)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지표로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정·공고하는 주거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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