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의 집>은 경기 남양주 녹촌리에 자리 잡고 있다. 눈물과 시름의 세월로 뒤덮인 그곳에 어느 날 사람들이 찾아왔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도 잘 못했지만 잘 살아보고 싶어 한국으로 건너온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얼굴, 다른 언어라는 이유로 외면 받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조용히 끌어안은 곳이 바로 <샬롬의 집>이다. 성공회 이정호 신부는 97년 <샬롬의 집>을 개원하여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와 의료·문화를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글날인 지난 9일 이 곳을 찾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안경환 위원장 등 ‘인권 현장방문단’에게 이 신부는 ‘이주노동자 합법화’ 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외국인 노동자가 20만이 넘습니다. 제조업은 사실상 그들 없인 마비상태라고 봐야죠. 그러나 그들의 가치에 비해 대우가 너무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인권에 대해 강조했다. <샬롬의 집>에선 그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생활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상담프로그램을 개설해 문화적인 갈등과 충돌을 최소화하고,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실질적인 부당함을 돕고 있다. 또 의료공제회를 통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학 의료봉사팀과도 연계해 이주노동자의 건강을 살핀다. 뿐만 아니라 한글, 컴퓨터, 취미, 법률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체육대회나 축제 등 다양한 행사도 열어 한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신부의 정성과 여러 단체들의 협조 덕분에 이주노동자들은 <샬롬의 집>을 깊이 신뢰했다. 왕스스(36)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만 3년이 된 서울 공덕동 새댁이었다. 멀리서 오느라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환경이 좋아서’ 기쁘게 온다고 했다. “친구도 만나요, 사람들 좋아요” <샬롬의 집>에서 배웠다며 열심히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예뻤다. 그는 <샬롬의 집>으로부터 양육에 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저귀 접는 법, 우유 타는 법부터 아이가 아플 때도 <샬롬의 집>을 찾게 됐다고 했다. 또 문화 차이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는데 상담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결혼 7년차인 왕정(40)은 중국에서 사업하던 남편을 만나 한국 아줌마가 됐다고 했다. 뭐가 가장 힘드냐고 물으니 ‘아이들 교육’이라 답한다. “내가 말을 잘 못하니까요. 공부 도와줄 수 없어요. 국어를 잘해야 다른 과목도 잘하는데 애들이 저보다 국어를 잘해요.” 그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뭐든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샬롬의 집>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취미생활도 했단다. 그래서 지금은 초등학교 중국어 특기적성 교사로 일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샬롬의 집>은 ‘제도’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고충을 세심한 ‘배려’로 보듬고 있었다.

이 날이 마침 한글날이어서 안경환 위원장은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강’을 실시했다. 한글의 유래, 훈민정음의 의미, 한글을 통해 본 이주민 정착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강의했다. 수업을 경청하는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글에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듯 했다.

강의가 끝나고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방문했다. 사무 가구를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바닥에 수북이 쌓인 하얀 톱밥이 눈에 띄었다. 그런 환경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억지로 짓는 미소가 아닌 즐겁게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사장님이 좋아요. 잘해줘요. 반찬도 줘요.” 의례적인 사장님 칭찬이겠거니 했는데 직접 만나 본 공장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똑같이 살게 해야죠. 똑같은 사람인데.” 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고용허가제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고용허가제 인력을 신청하면 보통 1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그 1년 동안 일을 멈출 수 없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에서 고용허가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절차도 무척 까다로워 제도를 위한 제도가 아니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들을 고용하는 상황이 불법이란 게 난감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수업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밖에서 온 손님을 내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손님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도움을 주는 산업일꾼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이지만 제조업계의 인력은 고갈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없이는 국가 산업의 기초가 되는 제조업계가 붕괴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간에 그들이 우리 자본을 모두 유출해 나라가 어려워진다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엄청난 착각이다. 결국 그들은 우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노고를 갚기는커녕 앙갚음해선 더욱 안 된다.

 글: 국가인권위 홍보협력팀 송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