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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01] 인간을 위한 비인격화는 없다

글 김원영 그림 아이완

 

인간을 위한 비인격화는 없다


어떤 사람을 '비인격'으로 대우하는 일과 그에 대한 '예의 바른 무관심'은 완전히 다른 태도다. 후자는 상대방의 인격성을 당연히 인정하되, 그를 배려하기 위한 적극적 무관심이다. 카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읽는 책과 통화하는 내용은 우리에게 다 보이고 들리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같이 웃거나 울지 않고 의도적으로 무관심하려 애쓴다. 이런 무관심은 내가 타인을 인격적으로 배려한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비인격화와 예의바른 무관심에 대하여는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 지성사, 2015 를 참조했다.


반면 비인격화는 그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그를 욕구나 결정권이 없는 존재로 취급 하는 것이다. 나는 수년 전 시각장애를 가진 선배와 휠체어를 탄 다른 친구와 함께 삼겹살집에 들어선 적이 있다. 주인은 장애를 가진 우리 세 사람을 모두 명확히 '보았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주문 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무관심은 예의 바른 무관심과는 다른, '비인격화'의 사소한 예다. 소비 주체로서 식당에 들어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 태도, 그는 아마도 우리와 함께 따라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고 밥값을 낼 '비장애인'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 비싼 거 시켜 먹자. 내가 쏠게!” 소비 주체로 인정받기 위한 이 연극적 대사를 던진 이후에야, 나는 주인에게 '고객'이 될 수 있었다.

 

┃ 정신병원 강제입원 위헌 제기



신체장애에 대한 비인격화는, 2016년 한국에서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현실에 비하면 하찮을 정도다. 우리 법체계는 정신장애인을 잘 치료하고 빠른 사회 복귀를 돕겠다는 취지의「정신보건법」을 두고 있다. 특히 제24조 보호의무자(주로 가족이 된다)의 입원제도는, 가족들이 환자의 질환을 발견해 그를 쉽게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게 한다. 가족 두 사람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한 사람의 진단이 있다면 환자 본인이 아무리 거부해도 최소 6개월 동안이나 제3자의 별다른 심사 없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식으로 입원된 사람들의 수가 정신병원 전체 입원 환자 8만 여 명 가운데 73.1%에 이른다. 그러던 중 2014년 이 법률 조항이 정신질환자(장애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이들을 돕는 인권단체들이 주장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 입원 조항이 헌법에 반한다는 의견으로 헌법재판소에 그 판단을 구하였다(이를 위헌법률심판제청이라고 한다).




┃ 가족들의 '선의'에서 시작되나....




강제입원 과정은 통상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정신질환(조현병, 중증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이 있음을 알게 되면, 가족들이 먼저 병원에 가보자고 설득한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이런 제안을 거부한다. 그러면 오랜 시간 견디다 지친 가족이 인터넷 포털에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검색한다. 환자들을 병원까지 신속하게 모셔다주겠다는 전화번호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전화를 걸면 '응급이송단'이 집으로 찾아오고, 보호(의무)자가 될 가족은 이송단 직원과 환자 이송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때로는 이송 과정에서 다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한다. 환자는 이송단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묻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외치지만, 이송단은 환자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그를 차에 태운다.


난데없이 집에서 끌려나온 환자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차에 실린다. 정신병원에 도착하면 병원 직원이 나와 환자를 인계받는다. 병원 직원도 이송단과 이야기할 뿐, 환자에게는 환자복을 주고, 소지품을 압수하며, 그저 “선생님 치료가 필요해서 보호자들이 저희 병원에 입원시키신 거예요”라고만 대꾸한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보다 보호자를 먼저 만나고, 환자의 증상을 전해들은 후, 이를 환자 초진 기록지에 적는다.


강제입원 제도가 부당하게 이용되어 재산 문제나 종교적 갈등으로 가족을 강제입원시키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강제입원은 대부분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받게 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선의'에서 비롯될 것이다. 응급이송단이나 정신병원의 직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강제입원 과정에서 환자는 그 신체가 집에서 병원까지 옮겨지면서도,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누구도 그의 존재를 못 본 척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는 그저 의례적이고 체계화된 정신의학 관리 시스템이라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이송, 탈의, 환자복 착의, 생활용품 압수, 약물주사, 병동 이동의 '말없는'(인간적 상호작용이 없는) 단계를 밟아갈 뿐이다.




┃ 의사 한 사람의 진단으로 최장 6개월 입원 바꿔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정신보건법 제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가 헌법에 반하고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강제입원이 설령 필요하더라도, 지금의 제도는 의사 한 사람만의 진단으로, 일단 입원한 후에는 6개월까지 다른 기관의 개입 없이 강제입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가 너무 크다고 했다. 다른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자가 입원한 병원 의사가 아닌 제3자에게 자신의 입원이 정당한지를 다시 심사받기 위해 환자가 스스로 심사청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날벼락같이 병원에 끌려가 강제로 안정제 주사를 맞고 보호실에 갇혀 온몸을 강박당하기 쉬운 환자가, 정신을 차리고 인신구제 청구서를 작성해서 법원에 발송하는 것은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관한 국제규범도 환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병원과 독립된 기관의 '자동적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와 같은 의견에서 더욱 근본적인 것은, 우리의 입원 제도가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의심받는 순간 그 사람을 완전히 '비인격화'한다는 데 대한 반성이다. 이송업체는 찾아와 환자의 말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은 채 보호자와만 이야기하고 환자에 대한 운송 계약을 체결한다. 이는 실제로 대부분 위법한 이송 행위에 해당한다. 정신과 의사가 강제입원이 필요하다고 대면진단?이송업체가 환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송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 계약은 마치않는다.

의사 역시 보호자의 말을 진지하게 귀담아듣고 진료기록지에 기재하지만, 환자의 진술은 간호기록지 한구석에 '입원에 불만을 품으심'이라고 적는 것으로 대체한다. 우리의 제도는 환자가 직접 청구서를 작성해서 보내면 심사해주겠다고 규정할 뿐, 환자의 입원을 앞두고 먼저 누군가 찾아와 그에게 입원이 필요한지를 상담하거나 그의 주장을 담당 의사나 법원, 또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 등에 효과적으로 호소하도록 도와주지도 않는다.

어쩌면 환자를 빨리 치료해 그의 '진정한 인격'(그런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을 구출하려는 선거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권규범이 더욱 중시하는 것은 동정심에 기초증의 정신질환을??, 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필요한 경우 그가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구축될 필요가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라면 어차피 강제로 입원시켜야 하는데 그의 의견을 듣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은 불필요한 강제입원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사회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비인격화의 경향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삼겹살을 먹으러 간 세 명의 장애인에게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김원영 님은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1) 비인격화와 예의바른 무관심에 대하여는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 지성사, 2015 를 참조했다.

2) 이는 대부분 위법한 이송 행위에 해당한다. 정신과 의사가 강제입원이 필요하다고 대면진단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의 보호자와 응급이송업체가 환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송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 계약은 마치 환자를 물건처럼 운송하는 택배 계약과 같다. 우리 민법은 이런 사인들의 계약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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