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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08] 훈육이라 쓰고 아동학대라 읽는다

글 이호균, 그림 아이완

 

훈육이라 쓰고 학대라 읽는다



┃  아동, 하나의 인격체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

몸을 부모에게서 받았으므로 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이 말은 유교사상의 핵심으로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깊이 자리 잡게 했다. 이러한 사고는 부모가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순간에 자신의 자녀를 먼저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서슴없이 하게 한다.


  아직은 미성숙하고, 성인기를 향해서 계속 성장ㆍ발달해나가는 단계에 있는 아동도 현재를 살아가는 하나의 사회 구성원이고 인권을 가진 주체라는 개념은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승인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991년 이 국제협약에 서명하면서 이를 실천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은 가정이 아동을 양육하는 역할을 다 하지 못해 아동이 유기되거나 가출한 후에 국가가 부모 역할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 보호자가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도록 추동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에 전부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가정 내 아동학대 문제에 국가와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고, 이에 따라 아동 안전망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  친권, 징계권 남용에 대한 제재


「민법」 제913조와 제915조는 친권을 가진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를,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 제912조는 부모가 친권을 행사하는 데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규율하고 있다. 자녀를 교양하기 위해 부모에게 법적으로 징계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자녀의 복리를 우선 고려할 것을 요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는 징계권만 내세우면서 자녀를 학대하고 있다.


  보호자의 친권과 징계권의 남용으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 10월 개정 「아동복지법」에 아동학대 금지 조항과 처벌 조항이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 사건이 증가하면서 이에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기 위해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또한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한 자녀의 체벌과 폭력, 폭언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5조에서는 “보호자는 가정에서 아동을 그 성장 시기에 맞추어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양육해야 하고,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인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율하고 있다. 가정을 대신해 영유아를 보육하는 보육교직원들 역시 영유아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고성,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영유아보육법」 제18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다.


┃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발생하는 아동학대


주로 보호자에 의해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가정 내 아동학대와 방임이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주위 사람에 의해 알려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학대가 발생되었다고 추정되는 가정을 방문하면, 학대 부모 대다수는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또는 버릇이 나빠서 훈육 차원으로 벌을 주었을 뿐이다.” “내 아이 내 마음대로 하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냐?”라고 반응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고,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서는 자녀 신체에 손상을 줄 만큼 때려도 무방하고, 내 자식이 잘되라고 내 방식대로 훈육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사고에서 나온 반응이다.


  보호자들이 자녀의 버릇을 고친다는 목적으로 선택하는 훈육 방법이 '사랑의 매'라고 미화된 체벌이다. 손바닥, 엉덩이 때리기로 시작한 체벌은 주위에서 쉽게 손에 잡히는 회초리, 옷걸이, 빗자루, 심지어 골프채 등을 휘둘러서 자녀의 몸에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신체 학대로 발전하게 된다. 한번 시작된 신체 학대는 밀치거나 화상을 입히는 등의 극단적인 상태로까지 나아가서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신체적인 폭력 행사는 훈육을 빙자한 학대이며, 부모 자신의 분노와 좌절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인 폭력과 더불어서 보호자들이 쉽게 선택하는 훈육 방법은 언어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너 나가 죽어라.” “너 같은 아이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옆집 아이는 잘하는데 넌 왜 그 모양이니?“와 같은 언어적인 모욕, 비교하기, 정서적 위협, 더 나아가서 어두운 방에 감금하거나 밖으로 내쫓거나, 행동을 억제하는 이러한 모든 행동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최근 메스컴을 통해서 심각한 학대로 인해 아동이 사망한 사건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신체적인 학대는 눈에 보이는 징후로 인해 학대로 판정하기 쉽고, 관련 기관에 보고되면 법적인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서적인 학대인 언어적인 폭력이나 폭언은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처벌 기준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린 시절 정서적인 학대를 받은 경험은 평생 뇌 신경회로 발달에 치명적인 이상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는 정서적인 학대에 대해서도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아동학대로 기소된 보육교사가 정서적인 학대행위를 처벌로 규정한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 및 71조 1항2호가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을 냈고, 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KBS 뉴스 2016. 4. 9). 아동에 대한 언어적인 폭력이나 폭언, 심지어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아동의 정신적인 건강과 발달에 위해가 되는 행위이고, 이런 행위는 처벌할 수 있음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것이어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비폭력적인 훈육을 통한 아동학대의 예방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훈계를 하게 되는데, 훈계는 자녀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것'이고, 올바른 훈계는 '설명해서 알아듣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자녀가 반복적으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부모의 훈계에 저항할 때에 부모는 감정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지고 순간적으로 감정에 치우쳐서 손찌검과 언어폭력을 하게 된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부모 중 일부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힘없는 아이에게 감정을 폭발하고 훈육을 빙자한 학대를 자행하게 된다.


  부모 대다수는 부모가 되는 준비 과정 없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스스로 부모 역할을 터득하게 된다. 핵가족으로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주위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양육의 도움을 얻기 어려우므로 부모는 주로 자신이 부모로부터 양육당한 경험을 자녀양육 방법으로 선택하게 되고

  올바른 양육을 위해서 부모는 자녀의 발달단계별 특성을 잘 이해?한 자녀가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하고, 반복해서 설명하고 행동할 때까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러한 비폭력적인 훈육, 긍정적인 양육 방식을 배울 기회가 부모에게 주어져야 한다. 아직 부모가 되기 전인 고등학교나 대학 과정에서 예비 부모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부모의 우울 성향, 부모의 스트레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경험, 부부 갈등, 부부 폭력이 있는 가정, 고립된 가정 등에서 아동학대가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가정에 대해서는 조기 개입을 통한 부모 양육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아동학대를 예방해야 한다.


  학교나 어린이집 등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집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참석이 가능한, 대체로 건강한 부모들 대상의 교육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집합교육보다는 임신 전부터 가정을 방문해 임신과 출산 및 자녀 양육에 대한 개별적인 교육과 정보를 주는 것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정부는 최근 부모의 양육 지원을 위해 다양한 바우처 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자녀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바우처나 양육비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과 양육 방식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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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균 님은 한국아동권리학회 부회장, 아동행복포럼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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