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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6.08] <국제인권 따라잡기 8> 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

글 김형구 그림 강우근

 

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



최근 이웃 나라 일본의 장애인시설에서 무고한 장애인 19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살인 용의자는 “중증장애인을 죽여서 도와주고 싶었다”고 진술해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장애인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장애인 대부분은 자신들을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닌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권을 갖는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여겨줄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즉 장애인의 기본적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편의시설 및 조치의 제공은 추가적인 특혜나 은혜로운 것이 아닌, 인간이기에 누려야 할 권리를 실현하는 데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념은 여기서 다룰 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12월 유엔 총회에서는 멕시코의 제안으로 장애인권리협약 초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고 2008년 5월 3일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26개국 이상이 가입한 범세계적인 조약 체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국내적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및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차법)을 제정했고, 이듬해인 2008년 12월 11일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장애인권리협약의 당사국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권리협약선택의정서는 같은 해 협약 체결과 동시에 발효됐으며 현재 92개국이 서명했습니다. (대한민국 미가입)


  장애인권리협약은 21세기 들어 마련된 최근의 인권 조약으로 기존의 다른 인권 조약과 달리 장 또는 부(part)로 나누어지지 않고 총 50여 개 조문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협약은 '장애'의 개념을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며 장애인 개인의 손상과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사회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 사이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기인된다”(전문)고 천명함으로써 21세기 인권 담론에서 언급되는 '장애'의 개념을 이른바 '상호관계적' '사회적 개념'으로 새롭게 설정함으로써 그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권리협약은 제4조(일반의무)~제32조(국제협력)까지의 조문에서 기존의 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 및 고문방지협약 등에서 천명하고 있는 내용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장애인도 '인간'이자 완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짐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권리협약은 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제거하기 위한 인식 제고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하고 있으며(제8조), ② 도시 및 농촌 지역에서 장애인이 처한 물리적 환경, 대중교통,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 체계를 포함하는 정보와 의사소통 등 서비스의 접근성 확대 의무를 지우고(제9조), ③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통합 및 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자립적인 생활과 사회통합을 위한 지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9조). 그리고 ④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논쟁 사안 가운데 하나인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해 체약국은 최대한 독립적으로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20조), 아울러 ⑤ 재활권(제26조), ⑥ 정치적, 공공적 생활에의 참여권(제29조), ⑦ 문화, 오락, 스포츠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제30조)를 실체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협약은 그 이행과 관련해 체약국에 장애인과 관련한 통계를 조사하고(제31조), 국내 인권 정책을 감시할 수 있는 국내 기관을 설립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제32조). 이뿐 아니라 장애인권리위원회를 설치해 체약국은 정기적으로 그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음은 기존의 여타 인권 조약의 이행 체제와 유사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차법을 마련하고 국가인권위원, 유관 기관 및 여러 시민단체가 장애인의 권리 보호와 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록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의 대부분이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 등이 담고 있는 인권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해도 특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개인통보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선택의정서의 가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현재 생명보험 제공에 있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제25조 (e)호의 적용 유보를 선언하고 있고, 상법 제732조에 의거해 보험 가입에 차별을 용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장애인의 보험 가입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현행 유보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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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님은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한국항공대학교와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국제법, 국제기구론, 국제인권법, 국제항공법, 국제형사법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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