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6.09] 원숭이 임금님

글 박애진 그림 조승연

 

원숭이 임금님


 

옛날옛날 먼 옛날 일입니다. 동물 나라를 다스리던 현명한 사자 임금이 있었습니다. 사자 임금이 죽자, 동물들은 새 임금을 뽑기로 했습니다. 동물들이 모여 누가 임금이 되면 좋을지 의논했습니다. 그때 원숭이가 나섰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인간에게 잡혀 죽었습니다. 난 인간에 대해서 잘 압니다. 내가 임금이 되면 인간들이 동물을 함부로 사냥하지 못하게 모두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동물들은 원숭이가 하는 말을 의심했습니다. 원숭이는 잔꾀가 많고 교활해 종종 동물들을 속여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동물이 원숭이의 말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숭이에게만 맡기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원숭이가 새 임금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원숭이는 임금이란 직분이 다른 동물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뭐든 해도 되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일만 했습니다. 원숭이는 동물들이 물을 마시고, 고기를 잡아먹는 강이 오염된 일에는 나 몰라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 든 동물들이 평화롭게 사는 곳에 거대한 탑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동물들이 그런 커다란 탑이 있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고 아무리 반대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언제 인간들이 침입해 올지 모른다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물론 동물들은 무기 만드는 걸 반대했습니다. 원숭이는 이번에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이 풍족한 곳에는 더 많은 음식을 줬고, 음식이 부족한 곳에는 스스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나무라며 그나마 있는 음식도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몸단장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수행원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물들은 하루하루 살기 힘든 나날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먹을거리도, 안전한 거처도 찾기가 어려우니 짝을 만나기도 힘들고 그러니 새끼를 낳지도 못했습니다. 원숭이는 동물들의 수가 줄고 있다고 성토할 뿐, 진짜 동물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다른 동물들은 먹을거리를 찾지 못해 힘든 생활을 하는 중에 맛있는 음식을 여보란 듯 과시하며 먹었습니다.


  결국 화가 난 동물은 임금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며 항의했습니다. 원숭이는 자기에게 항의하는 동물들은 모두 인간 편에 붙어 동물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라며 비난했습니다. 원숭이의 편에 붙어 원숭이가 먹다 남긴 음식을 받아먹는 일부 동물들이 원숭이의 말이 맞다며 동조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숲을 걷던 여우가 인간들이 놓은 덫을 발견했습니다. 덫 안에는 맛있는 고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여우는 원숭이를 찾아갔습니다.


  “임금님, 제가 맛있는 고기를 찾았는데 가서 드시겠어요?”


  원숭이는 신이 나 여우를 따라갔습니다.


  “보세요, 저기 맛좋은 고기가 있어요.”


  여우가 말했습니다. 원숭이는 달려들어 고기를 먹다가 그만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여우는 이때다 싶어 동물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임금님이 늘 인간들에 대해 잘 안다고 했죠? 보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인간들이 만든 덫에 들어 있는 고기를 덥석 잡았네요!”


  동물들은 모두 힘을 합쳐 원숭이를 임금 자리에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탑을 지으려던 계획을 무산시켰습니다. 무서운 무기를 만들지도 않기로 했습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강을 원래대로 돌릴 방법을 놓고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일들을 자기 잇속을 차리지 않고, 동물들을 위해 성실하게 해낼 새 임금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동물들은 이번에는 자극적인 말만 앞세우는 동물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진심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임금을 찾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임금에게만 맡기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안전하고 평화로운 동물 세계를 만들기 위한 일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평화는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모두 가슴에 깊이 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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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진 님은 환상문학ㆍ과학소설 작가로 장편소설 <지우전-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부엉이소녀 욜란드>, 작품집<각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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