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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016.10] “아동권리, 제가 알려드리죠”

글 남경혜 사진 박영주

 

현장 1

┃권리를 알다


한 달 반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약 20일 동안 성인, 청소년 총 5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제는 교육감 선거와 청소년 참여. 교육감 선거에 청소년의 참여가 필요한지, 찬성과 반대의 이유는 무엇인지, 청소년 참여로 인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지, 「공직선거법」 등의 선거권 연령 제한 규정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아울러 이번 설문조사 실시에 대한 설명회도 열었다. 설문 결과 보고서에는 각 항목에 대한 응답 비율과 분석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는 어느 시민단체의 활동 내용이 아니다. 부산 지역 청소년 동아리 '권리서포터즈'가 한 일이다.


  권리서포터즈는 백양종합사회복지관의 프로그램으로 부산 지역의 청소년들이 모여 스스로 권리의 주체임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권리 문제를 직접 찾아 이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해 캠페인, 설문조사, 글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권리 옹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인권친화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참여하는 청소년 주도형 동아리다.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청소년으로 구성되고 지금은 4기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4년 전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인권이라는 주제가 아이들에게 낯설어 모집을 해도 지원하는 청소년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활동 내용이 널리 알려져서 많이 지원하고 있어요. 엄마나 선생님들의 권유로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처음엔 수동적이었다가도 활동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권리서포터즈의 기획자이자 담당자인 심예지(사회복지사)의 말이다.


  아이들이 적극성을 띠게 되는 것은 모든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아이들 스스로 하기 때문이다. 권리서포터즈 활동 기간 지켜야 할 '인권행동강령'부터 구성원이 직접 정한다. 오랜 시간 논의한 끝에 강령을 마련하고 그 강령안에 각자 서명함으로써 자신이 지켜야 할 약속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권리의 주체다

아동권리 기본교육을 먼저 시작한다. '권리' 첫걸음 떼기.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이용해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게임과 설명으로 진행된다. 아동의 정의, 아동권리의 역사 그리고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한 내용까지 섭렵하게 된다. 권리교육이 끝나면 권리탐구활동으로 이어진다. 주변의 권리 문제를 찾아서 기사, 칼럼, 논문 등 다양한 자료 조사와 토론을 통해 권리의 내용을 채우고 권리옹호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린다. 초콜릿을 나눠주면서 공정무역에 대해 알리기도 하고, 아동권리에 대한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영화 속 권리'라는 제목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활동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권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놓고 회의를 많이 했어요. 전시, 영상 제작 기사 작성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아동의 4가지 기본권에 대해 퀴즈 맞히기로 자연스럽게 아동의 권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었어요.”


  “아동권리를 주제로 한 '권리쏭' 만들기는 가사에 아동의 정의, 아동 최우선의 원칙, 비차별의 원칙(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인종, 국적 등), 아동의 4가지 기본권(생존·보호·발달·참여권),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역사,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례들을 어떻게 가사로 만들어 잘 전달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2015년에는 차별이라는 큰 주제로 부산 지하철역에서 외모차별, 국적차별, 차별금지법을 알리는 부스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소주제별로 부스를 만들었어요. 외모차별 부스에서는 만일 살인사건이 난다면? 이란 가정하에 범인의 용모만 보고 투표하게 함으로써 외모에 대한 편견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국적·인종차별 부스에서는 투표자가 사장이나 면접관이 되어 학위, 자격증 등 다른 조건이 같고 국적만 다른 이력서를 보고 어떤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를 질문했어요. 차별금지법 부스는 외국의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알리고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과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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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더라도 스스로


권리서포터즈는 청소년의 참여에 기반을 두고 그들에 의해 운영된다. 물론 대학생 멘토단과 사회복지사가 있으나 그들은 조력자일 뿐이다.


  “아이들이 어떤 주제로 활동할지 스스로 정합니다. 올해 4기에는 자율학습과 교육감선거권 두 가지 주제가 나왔어요. 그중 하나를 선정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조사하고 토론해서 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권리서포터즈는 반대로 내가 원하는 주제가 아닌, 상대방의 주제를 조사합니다. 그러면 주제 선정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지고 자기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을 갖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아동권리뿐 아니라 집단 내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었다.


  “활동하면서 내가 인권침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나도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더라고요.”
  “대학생이 되면 권리서포터즈 멘토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요.”


  아이들은 시종일관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지친 또래의 표정과는 사뭇 달랐다. 아동의 권리는 자신들의 이야기이고 그것은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일까? 그들은 오늘도 모든 아동이 생존, 보호, 발달 및 참여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는 세상을 꿈꾼다.



 

남경혜 님은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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