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 기획 > <국제인권 따라잡기 11> ‘사람’이 먼저다

기획 [2016.11] <국제인권 따라잡기 11> ‘사람’이 먼저다

글 김형구 그림 강우근

 

사람이 먼저다



2016년 병신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16년은 국제적으로는 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있었고 국내적으로는 여러 인권침해 사건이 사회의 화두가 된 한 해였습니다. 신년 벽두에 이스탄불의 술탄 마흐메트 인근 광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시작으로 한 일련의 테러 사건, 작년부터 이어진 시리아 난민 사태, 시리아 내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제형사재판소 탈퇴 움직임, 북한 인권 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안을 위협하는 사건과 사태는 '공공의 안전과 인권의 제한 한계'에 대한 문제들을 야기해 국제인권 보장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도 심각한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의 발생,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근로기준과 관련한 문제들이 여론을 뜨겁게 달군 한 해였습니다.

 


  이 같은 실태는 많은 경우 법과 정책의 문제로 또는 가치와 가치의 충돌 문제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학 연구자로서 법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법과 제도는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홍익인간'의 이념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요? 근대 민주주의의 탄생은 '왕을 위한 법과 제도' '국가 또는 신을 위한 법과 제도'를 기초로 한 구체제의 가치에서 '인간을 위한 법과 제도'로 인식이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하며 '인간의 권리'를 다른 어떤 권리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권리, 인간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외부의 침해로부터 지킨다는 측면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권리침해를 삼가야 하는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인권기준의 적용과 이행은 자주 문화상대주의, 우리 사회의 실정과 다르다는 주장, 인권보다는 다른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 이데올로기나 정치역학 등에 근거한 저항에 직면하곤 합니다. 현실에서 이러한 저항은 인권적 가치와 다른 가치가 대립하는 형태로 담론화하며 대개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 의사소통으로 해결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논의의 미로 속에서 대립의 평행을 달리기도 합니다.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 단원이었을 때 선생님이 “길을 잃으면 지도를 펴고 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실용(학문)과 각론을 중시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총론과 이론이 가지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과 제도, 심지어 국가마저도 사람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국제인권은 모든 국가에서 인정하고 준수해야 하는 최소의 법적 구속력 있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문자로 기술되어 있는 법이 현실에서 언제나 자동적으로 준수되고 이행되지 않는 것처럼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적용과 준수에도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인권에 대한 글을 1년 가까이 연재하면서 인터넷의 댓글이나 실생활에서 '국제법은 법이 아니다' '먹고살기 빠듯한데 편안한 소리한다'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반응을 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견해를 볼 때면 국제인권, 나아가 민주 사회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각기 다른 견해를 수용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고 이를 위해 개개인이 일상에서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사회를 더욱 '인간 중심의' '민주적인' 사회로 발전시키지 않을까요?

 


  국제인권기준과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입장을 좋아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피부, 인종, 국적, 문화, 종교, 언어, 가치관 등과는 관련 없이 우리가 '인간'이기에 누려야 하는 근본적인 권리가 바로 '인권'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국제인권기준의 구체화와 관련해서 언제나 다양한 사회적 담론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지만 이러한 논의의 근본은 '배려'와 '인간 가치'가 되어야지 '선입견'과 '증오'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bar

김형구 님은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한국항공대학교와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국제법, 국제기구론, 국제인권법, 국제항공법, 국제형사법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