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거닐다 [2017.06] 장다리꽃과 나비
이재무
텃밭 장다리꽃 피어
나비 눈부시네
이 집 살림은 어떤가?
저 집 곳간이 났나?
이 꽃 저 꽃 치마폭
한나절 내내 들춰보더니
살림살이 모두 고만고만해
더는 흥미 없는 듯
발 재게 놀리며
둑 너머로 사라지네.
이재무 시인의 ‘장다리꽃과 나비’라는 시입니다. 농촌에서의 유년체험을 바탕으로 따뜻한 서정을 그려온 시인이 특유의 담박하고 정감 있는 언어로 그려낸 풍경입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편입된 후 곤고한 일상을 엮어가는 사람들의 부대낌과 갈등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풍족하든 부족하든 가족과 고향이라는 단어는 늘 우리를 경계 없이 품어 준다는 든든함이 있습니다.
‘장다리꽃과 나비’는 <몸에 피는 꽃>(창작과 비평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