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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출범

인권수첩 [2019.02]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출범

글 혐오차별대응기획단

 

혐오표현이란 ‘어떤 개인과 집단에 대해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을 말한다. 그래서 혐오표현은 단순히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혐오표현을 듣는 사람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히고 우리 사회의 차별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불만이나 불쾌한 감정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그렇게 말하게 됐는지, 그 말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려 한다. 이것이 바로 ‘혐오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열쇠다.

 

1

 

혐오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

무지의 편견에서 시작된 혐오와 폭력으로 표현되는 혐오는 물론이고 ‘그냥’ 말 또는 글뿐인 혐오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희롱과 성차별을 경험한 피해 여성은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조차 힘들고 두렵다. 용기 내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답지 않다는 비난을 받고, 그래서 생기는 상처들을 또 혼자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뱉어지는 편견과 혐오, 차별의 말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위축되게 만든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병들게 만들며,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각자의 노력과 상관없이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청소년, 노인, 난민, 이주민 등 누구 하나 혐오로부터 안전한 사람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구제방안 연구(2016)」 중 피해 사례>

의사가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한 환자에게
“착각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전동 휠체어를 보면서
“아우 이런 것을 왜 여기에 대 놨어… 저쪽으로 좀 대 놓지.”
성추행 기고에 대한 댓글
“여자는 성기를 잘 간수해야 한다. 글을 쓴 목적이 복수인 것 같은데, 차라리 가해자를 찾아가 직접 복수를 해라!”

 

2

 

혐오차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이하 ‘기획단’)은 2018년 12월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1월 2일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기획단은 위원장 직속 부서로 차별시정국장이 단장을 맡고 5명의 직원이 있다.

우리는 혐오차별 문제에 대한 해법에 대해 혐오차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관련 정책 마련, 차별적 관행의 개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2월 20일 진행된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는 난민과 여성 등 혐오표현 당사자의 피해 경험을 듣고, 추진위원회 구성 목적과 향후 활동 방향 및 역할을 선포하는 선언문 낭독 시간을 가졌다.

추진위원회는 혐오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와 자문, 실천을 위한 기구라는 성격에 맞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외부 위원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는다. 또 혐오차별 분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과 혐오차별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대표, 활동가 등 인권위 내·외부 25인으로 구성됐다.

2019년 기획단은 혐오차별의 현황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단계적 실천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혐오차별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실태조사와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혐오차별에 대한 법적 규제 마련에 앞서 각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정보 제공과 함께 자율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홍보·협력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차별을 조장하는 동시에 차별의 한 형태로 발화되고 실행되는 혐오차별에 대한 국회나 정부의 입장은 우리 사회가 혐오차별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혐오차별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없도록 국회와 정부 등 관계 기관의 관심과 노력을 이끌어 내고 각 기관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사랑할 때 드는 힘만큼 미워할 때도 힘이 든다. 오히려 미움을 표현하는 일이 몸도 마음도 더 힘든 일이다. 몇 년 전 밀린 월급을 달라는 요구가 괘씸해서 4명의 이주 노동자에게 2만 2,802개의 동전으로 월급을 줬던 사장의 이야기. 그 동전 월급을 주기 위해 사장이 쏟은 수고로움의 크기를 상상해보자. 사장의 행동에 화는 나지만 왜 그렇게 팍팍한 삶을 살아갈까에 대해 생각하면 그것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국가인권위는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비난이나 시시비비를 따지는 일이 아닌 그 본질을 찾아 해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혐오차별은 당장 멈춰야 할 행동이다.

 

3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출범 선언문〉

지금 한국 사회는 ‘혐오’의 한 가운데에 있다. 온라인에서 10명 중 9명은 혐오표현을 경험한다. 여성, 장애인, 노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을 비하·모욕하는 표현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지난해 제주도 예멘 난민에게 쏟아진 혐오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제 혐오의 표현이 일상화, 전면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연한 혐오 속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적 갈등의 골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혐오는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다. 단순히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넘어 이들을 모욕하고 위협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위를 부정하고 배제하려 한다.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에게 덧씌워진 고정관념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 구조적 편견과 차별의 유산이자 이 시대 불평등의 현실 속에서 증폭되고 있다.
혐오의 문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다.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구조적 차별을 재생산하고 다양한 차이를 가진 ‘모든’ 사람의 ‘공존’을 파괴한다. 민주주의 기초를 위협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
오늘 우리는 ‘혐오의 시대’와 결별을 선언한다. 혐오를 극복하고 공존의 시대로,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로 가는 걸음을 내딛는다. 인류가 이미 70년 전 세계인권선언에서 확인했듯 그 어떠한 이유로든 인간의 존엄성을 유보할 수는 없다. 이에 우리는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걸음에 함께 할 것임을 선언한다.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 혐오차별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혐오차별 해결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모든 사람은 존엄의 시대를 살아갈 자격이 있다!

2019. 2. 20.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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