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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를!

인권위가 말한다 #2 [2020.01] 차별과 장애를 너머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를!

글 김영록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 인권특별조사단 조사관

 

7년 전,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보치아 종목 국가대표 수석코치가 선수를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도자에 의한 폭력과 학대는 언론보도 이상으로 심각했다. 피해자 이름이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도 있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장애인체육회는 2년마다 정례적인 실태조사를 비롯한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같은 해 장애인체육회가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폭력 피해는 0%였고, 그 이후로 약속했던 정례조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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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낙인·침해의 양상들

2019년 2월, 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가부 등과 함께 범정부적인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하 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은 먼저 초·중·고와 대학생, 직장운동부 선수 등 생애주기에 따른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추진했다. 7년 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장애인 체육선수들에 대한 조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결과보고회 및 정책간담회가 지난 2월 13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인권위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하여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장애인 체육선수들이 (성)폭력의 위험지대에 놓여 있음이 확인됐다. 장애인 선수 10명 중 2명은 구타나 기합, 과도한 훈련 등 감금을 포함한 체벌 등을 경험했고 응답자의 9%는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장애여성 선수들 10명 중 3명 정도는 생리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지도자에게 말하지 못하고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고, 10명 중 1명은 피임약을 복용하고 생리일을 미룬 채 경기출전을 했다고 밝혔다.
전문(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재활체육의 구분이 뚜렷하게 이뤄지지 않는 장애인 체육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신체활동을 할 장소로의 접근과 편의는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 선수들은 주로 장애인 전용체육시설과 공공체육시설에서 활동(합하여 39.2%)하고 민간체육시설 이용자(20.3%)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장애인 전용체육시설 상당수가 운동기구와 장비, 편의시설 등이 부족하여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공공 및 민간체육 시설 이용자 10명 중 6명은 안전상의 이유, 장애가 심각하다는 이유 등으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4명가량은 비장애인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스스로 이용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실질적인 개선을 도모할 때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피해 경험 비율이 높다는 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이러한 피해를 입고도 그것을 적절하게 치유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돌아봐야 할 때다. 장애인 선수 10명 가운데 3~4명은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참고 견디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가 가장 높긴 하지만 피해자 10명 중 2~3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대응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내·외부 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절대다수(67.3%)는 오히려 피해사실이 왜곡되거나 피해자 따돌림 등의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충격적인 뉴스거리나 일시적 의제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음을 던져야 한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반복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장애인체육회 등 내부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지났다. 인권위와 장애인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폭력과 성폭력의 사각지대를 걷어내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모든 체육시설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도 함께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보편적 디자인’ 원칙 아래 설계해 나가기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이번 조사결과를 계기로 차별과 장애를 넘어서 평등한 스포츠를 할 권리 보장과 인권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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