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 > 인권 도서관 > 전염병, 인류애와 연대로 대처해야

인권 도서관 [2020.02] 전염병, 인류애와 연대로 대처해야

글 안병훈 교보문고 과학MD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는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전염병은 과거에도 찾아볼 수 있다. 14세기 유럽과 서아시아를 강타한 페스트, 아메리카 대륙을 강타한 천연두,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에이즈 등 수많은 전염병들이 오랜 시간 인류와 역사를 함께 했다. 전염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의 입장에서 보면 숙주인 인류에 기생하는 것은 그들의 생존 방식일 뿐이다. 인류와 전염병, 두 생명체 간의 보이지 않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네이선 울프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영사

1

 

다가오는 새로운 판데믹 시대

1918년 인류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스페인 독감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판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발생 빈도가 짧아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19세기 말이나 되어서였다. 연구 기간이 짧은 만큼 바이러스는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과연 인류는 다가오는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병원균인 바이러스는 숙주를 옮겨가며 확산하거나 숙주에 동면하는 형태로 세포생물에 기생하여 생존한다. 확산을 통한 생존 방식은 숙주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확산은 기본적으로 숙주의 개체 수가 밀집되어 있고, 숙주에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수록 쉽게 이루어진다. 인류의 ‘길들이기’ 문화로 인해 동식물과의 접촉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정착 생활과 풍부한 식량으로 인구가 급증했다. 바이러스가 확산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 셈이다. 세계면역계 구축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전염병의 전조를 탐지하는 범세계적 감시망과 정보기술을 이용한 예보시스템 등 활용 가능한 현대적 도구들을 갖추게 됐고, 백신 등의 의료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판데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면역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있기에 판데믹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은 역설하고 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1

 

몸에 대한 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속설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여길 수도 있지만, 그 뿌리에는 제국주의 시기의 혈액형 인류학이 있다. 루드빅 히르쉬펠트는 16개 국가의 군인 8,500명의 피를 뽑아 분석한 후 A형 인자를 가진 사람이 B형 인자를 가진 사람보다 더 진화했다는, 인종주의적 전제를 담은 ‘생화학적인종계수’를 만들었다. 이 지표는 당시 일본에서 사용되어 조선에서 인종계수를 측정하고, 일본과 가까울수록 인종계수가 높다는 계산을 도출해내게 된다.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사회의 제도나 폭력이 우리 몸에 어떻게 기록되는지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몸과 질병의 사회사를 이야기한다. 병원 진단 과정이나 의학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몸만을 표준으로 삼아 여성에게 생긴 문제들을 고발하고, 신약 개발에 있어서 고소득국가에서 소비되는 약만 개발해 필요한 약이 부족한 저소득국가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어떤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왜 그 시기에 그 질문을 던졌는지, 그 질문을 답하기 위한 연구들은 어디에 발표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식은 이후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본질을 향한 질문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몸을 둘러싸고 어떤 지식이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지, 누가 왜 특정 지식을 생산하는지,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들기 위해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 반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배운 교훈이 있다. 역사의 흔적을 통해 전염병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했는지 알 수 있다. 이제라도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 외에 전염병을 제대로 알고 공부하는 것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전염병에 대한 예방이 될 것이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