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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도서관 [2022.10] 음악이 된 우리의 삶에 귀를 기울여 보았나요?

글 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음악이 아니고서는』

 

『음악이 아니고서는 - 차라리 노래를 듣는 마음에 관하여』
(김민아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2022)

 

 

인생 노래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노학자는 “늙어서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독서와 집필을 꼽았는데 음악 또한 그러하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은 진심일 터이니, 음악과 연이 깊다면 그 사람의 나이테도 고울 것이다.

 

저자가 정한 이 책의 본래 제목은 ‘타인의 선곡’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처럼 “퇴근길에 들어보라고 친구가 공유한 플레이리스트”다. 풀리지 않는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벗들에게 “너 이거 한번 들어볼래?”하고 건네는 따뜻한 선물이다. 음악을 잘 몰라도 술술 읽히니 아무 쪽이나 부담 없이 펼치시라. 어쩌면 저자가 던진 떡밥을 물고 자신의 인생 노래와 만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권이 음악을 만날 때

 

김민아 작가는 오래전 인권위 인권상담센터에서 일했고 최근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임에도, 날이 갈수록 인권위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강퍅함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화(火)가 쌓인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그가 찾아낸 생활의 지혜도 음악이다. 진심을 전하기 어려운 시절, 음악은 모든 장벽을 뚫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30곡 중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박성연의 <바람이 부네요>를 꼽았다. 한국 재즈의 대모로 불렸던 박성연,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휠체어를 타고 노래했다. “마음을 열고 마주 보면서 손을 맞잡아요”라는 단순한 가사에서 위안을 얻고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이 참 많았을 듯하다.

 

이 책은 70~80세대 대중음악의 애틋한 추억과 시대적 애환도 소환한다. 동시대 장인이면서도 무대에서 마주친 적이 없는 김민기와 조용필이 등장하고, 최병걸과 정소녀가 함께 부른 ‘쇼쇼쇼’ 시절의 <그 사람>까지 불러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서 에릭 클랩튼의 기타 연주를 끌어내고, 전두환의 사망과 정태춘의 <5.18>이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오버랩된다.

 

 

음악이 된 우리의 삶에 귀를 기울여 보았나요?

 

사람을 위로한 음악을 향한 고마움

 

저자는 탁상 달력 여백에 “사고가 아니다. 사건이다. 사건이 아니고 사람이다”라고 적어두었다. 사람을 단편적으로 보지 말자는 나름의 다짐일 것이다. 그는 부지런히 글을 쓰면서도 특별히 무엇을 준비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다가오는 걸 마주하면서 지낸다. 음악이 고마워서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고백은 진심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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