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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022.12] 자립준비청년 ‘나’로 서기

글 김성민(브라더스키퍼 대표)

 

 

청소년 및 청년의 자립과 취업에 관한 이슈는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해결해 가야 할 사안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기존 정책 대부분이 일반적인 대졸 청년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사회적·경제적 제약을 지닌 자립준비청년1)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습니다. 자립준비청년 역시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과 개선 과정도 지속되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립준비청년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립해 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제안합니다. 실천적 정책 수립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첫째로, 자립수당 지원제도2)를 활용하여
자립준비청년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활용해 주시길 제안합니다.

 

지난 8월에는 광주에서 아동양육시설 출신의 두 명의 청년이 생활고와 외로움 끝에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하며 우리 사회가 잠시 충격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와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특별한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평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워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너무 많습니다. 열여덟 살은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입니다. 자립준비청년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자립수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시길 제안합니다. 자립수당이 처음 만들어질 때 많은 전문가들이 낙인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저는 오히려 자립수당 신청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통계뿐만 아니라 자립수당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인 선택까지 미룰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자립수당이 시작된 후로 현장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자살 소식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더불어 지난 10월 18일에는 강선우 의원실의 도움으로 자립수당을 받고 있는 아동의 실태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자립수당 대상자 7,270명 중 20명이 ‘사망’으로 지원금이 중단되었습니다. 20명의 사망자 중 1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자립수당은 자립준비청년의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이며 자료입니다. 자립수당을 지원금만 주는 정책으로 남겨두지 마시고 자립준비청년의 통계를 바로 알 수 있는 제도로 활용한다면 정확한 통계를 통해 극단적인 선택과 심리 정서·경제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자립지원전담요원3)을 늘려가는 것과 더불어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한 대안들도 마련해 주시길 제안합니다

 

자립준비청년은 매년 2,500명에서 3,000여 명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전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많은 범죄나 사기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보호종료 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네 명 중 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락이 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연락되는 나머지 자립준비청년들 또한 힘겹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선우 의원님께서 수고해 주신 덕분에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보호기간을 만 24세로 연장하고, 자립지원전담기관4)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10월 기준으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9곳에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없으며 전국에 배치된 자립지원전담인력 역시 120명에 불과하여 자립지원전담요원 1인당 135명을 관리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립지원전담인력을 확대하는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자립지원전담인력만 늘리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지난 10월과 11월 70여 명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을 만났습니다. 자립지원전담기관과 자립지원전담요원의 확대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문제가 예방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던 저는, 요원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현장의 상황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먼저는 집중사례관리아동 대상에게만 사례관리비(1인당 30만 원)가 지원되고 있고, 나머지 대상자에게는 지원금이 없는 상황입니다.(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기준 1,600명 중 225명만 집중사례관리대상) 자립준비청년은 퇴소 이후 모든 시간이 집중관리기간입니다. 다시 한번 구분하여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립준비청년들이 보편적인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명확한 업무지침과 규정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시설 내 자립지원전담요원과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유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자립지원전담기관이 설립되면서 행정적으로 업무가 다시 한번 분리되어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지침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아동양육시설의 자립지원전담요원과 자립지원전담기관, 그리고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유기적으로 한 아이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 협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업무 지침도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인력지원은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업무를 수행하는 시설이나 교육이 부족하여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립전담요원을 늘려가는 것과 더불어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한 대안들도 마련해 주시길 제안합니다.

 

 

셋째로, 중간보호종료아동5)에 대한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발간한 『2021년 아동자립지원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중간보호종료아동은 243명으로 자립준비청년 관련 지원정책에 배제되며, 만기 퇴소를 해야만 자립지원정착금, 공공임대주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호기간 중에 다른 복지시설, 가정위탁으로 옮기는 경우를 제외하면 원가정 복귀, 병원 입원, 쉼터 입소 등으로 퇴소하는 아동은 보호기간을 인정받지 못하여 여러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광주의 두 명의 청년 또한 중간보호종료아동으로 자립준비청년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동자립지원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중간보호종료아동 92명(44.4%)은 원가정 복귀를 선택하여 퇴소하나 재학대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중간보호종료아동의 재학대 사례는 5,517건으로 2020년 기준 3,671건에 비해 1,846건 증가하였고, 전체 아동학대 사례 3만 7,605건 가운데 재학대 비율 14.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보호가 종료되더라도 지속적인 사례관리시스템이 마련되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끝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정책지원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로, 자립준비청년의 취업지원에 필요한 정책적 방안이 필요합니다

 

자립을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보육원에서 17년간 생활했고, 보육원 퇴소 후 지난 18년간 자립준비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2018년에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시작하였습니다.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립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입니다. 저 또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보육원을 퇴소하고 18년간 자립준비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7년간 비영리 단체를 통해 보호아동을 교육하고,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했지만 후원만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200여 개의 보육원을 다니며 보호아동과 사회복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보육원의 핵심 키워드가 ‘자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립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사업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립준비청년에게 당장 일자리를 줄 수 없어서 많은 사업가들을 찾아 다니며 일자리를 연계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100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그렇게 아이들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 근무했던 자립준비청년의 근무기간이 3개월이었고, 1~2주 만에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회사 대표님들과 자립준비청년을 인터뷰해 보니 개별적 상황도 있었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자립준비청년의 상황을 잘 알기에 많은 것을 챙겨 주고 배려해 줄 때 ‘내가 시설 출신이라 불쌍하게 생각하나?’라는 의문이 들고, 반대로 일을 배우다 보면 큰 소리가 나고 혼이 날 수도 있는데 그때에도 ‘내가 시설 출신이라서 막 대하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이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여 퇴사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함께 하는 사람의 믿음과 관심, 배려와 기다림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저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브라더스키퍼가 시작되었습니다. 회사마다 우대사항이 있듯이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을 우대합니다. 보호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의 경험을 우대함으로써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당당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낸 시간만큼 경력으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21년에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함께 취약청년의 자립과 취업 지원 방안에 대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정부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자리사업과 시도 일자리 지원사업의 연계가 중요하며, 또래에 비해 조기 독립으로 일자리를 통한 경제적 독립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서는 더더욱 일자리지원사업 간의 연계를 통한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브라더스키퍼와 같은 사회적기업을 필두로 자립준비청년의 사회적 안착을 위해 물질적, 심리적 지원을 동시에 지원해 줄 수 있는 일자리의 발굴과 함께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시도의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연계로 기초와 심화 취업지원이 반복적으로 지원되면서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일반인보다는 완화된 제적 사유의 적용을 통해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자립준비청년의 취업지원책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조급함이 완화되어, 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음으로써 직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립 정책과 연계된 취업 지원정책은 사회 참여 기회의 확대와 고용 정책이 함께 연동됨으로써 사회 참여를 통한 자연스러운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립준비청년 관련 부처 및 지자체, 연계기관 협의체의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지난 18년간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정책 개선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많은 변화와 결실을 맺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우리들의 손길과 보호가 필요한 자립준비청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정책의 개선이 당연히 밑바탕 되어야겠으나 좀 더 섬세하고 따뜻한 케어와 지원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보호종료아동의 자립과 인권을 위해 활동해 2022년 제11기 국민추천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습니다.

 

1)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
2) 자립준비청년에게 보호종료 5년 후까지 매월 40만 원을 지원해주는 제도
3) 만 15세 이상 보호아동의 자립지원계획 수립, 지원금 신청, 집 구하기 등 자립 후 사후지원 등을 수행하는 요원
4) 자립준비청년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
5) 성인이 되기 전 보호시설에서 조기 퇴소해 홀로 지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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