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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물리치는 삼계탕 먹고 더 씩씩하게 일하세요!
등록일 : 2017-08-18 조회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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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활동가 이하정 매니저를 위한 삼계탕 한 상

 

"삼복더위 물리치는 삼계탕 먹고 더 씩씩하게 일하세요!"

 

인권을 지키는 것은 어떤 거창한 일이 아니라 소박하더라도 정성껏 차린 한 끼 밥상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흔한 제철 음식으로 푸근한 밥상을 차려, 혼자 대충 때우기 쉬운 분과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가 함께 나누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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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더위 때문에 짜증을 낼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여름이 더울 만큼 더워야 가을에 추수할 곡식들이 쑥쑥 자라는 것’이라며 잘 참으라고 하셨다. 만약에 너의 기도를 듣고 여름이 시원하게 하늘이 조화를 부리게 되면 가을 농사가 흉년이 들 거라고 하시며 그런 기도는 하는 게 아니라던 아버지 말씀이 올해는 더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지금의 내 나이쯤이셨을 아버지는 아무 불평 없이 뙤약볕에 나가 논일이고 밭일을 묵묵히 하셨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나타나서 한 줄기 소나기를 내려 주고 하늘에 커다란 무지개가 걸리면 “아이구, 하나님이 우리 언년이 기도를 외면할 수가 없었나 부다.” 하셨다.

 

어렸을 때는 여름 소나기가 오면 정말 내가 기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선풍기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실시간으로 일기 예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 이 세상에서 여름이 없어지게 해주세요.’라는 어리석은 기도는 하지 않는다. 왜 이토록 더운지를 터득(?)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내가 켜 놓는 선풍기나 에어컨이 여름을 점점 더 뜨겁게 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 되도록 참고 견딘다. 정말 힘이 들면 땡볕을 피할 수 없는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여러 해 동안 더운 여름날이면 동네 할머니들을 모셔 놓고 삼계탕 잔치를 벌이곤 했었다. 시골 동네 이야기가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고향 같은 분위기로 살았던 바로 몇 년 전까지의 꿈같은 이야기다. 지금은 주민자치단체나 종교단체들이 나서서 여름에 어르신들 보양식 드리는 일을 대신 하고 있으니, 내 건강상의 이유와 대접 받던 노인들이 많이 돌아가시기도 해서 못하고 있는 죄스러운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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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청소하는 분이나 할머니 몇 분에게는 대접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먹는다. 아무리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진정과 사랑을 듬뿍 담아서 음식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진심과 사랑을 담아 한여름에 차리는 ‘인권밥상’의 메뉴는 고민 없이 삼계탕으로 정했다.

 

식당에 가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은 얌전하게 먹기가 어렵고 남겨야 할 경우가 많아서 음식 남기는 걸 정말 큰 죄라도 짓는 것인 양 생각하는 나는 일부러 남기려 해도 그럴 수 없도록 조리를 한다. 닭은 일반 삼계탕용보다 조금 더 큰 것을 선택하고 사오는 즉시 압력 밥솥에 넣고 푹 삶는다. 굵은 왕소금을 조금 넣어서 삶으면 닭고기의 누린내를 없앨 수도 있고 고기에 미리 간이 배기 때문에 국물도 시원하고 고기도 구수한 맛이 난다. 구수한 고기 냄새가 날 때 불을 끄고 압력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기만 건져 내어 살을 알뜰하게 뜯어 낸다. 살을 발라낸 뼈는 고기를 건져낸 국물에 넣고 다시 끓인다. 식혀서 냉장고에 잠깐 넣어 두면 기름을 완전히 걷어 낼 수 있다.

 

찹쌀은 미리 씻어서 불려 두었다가 인삼, 마늘, 밤, 대추를 넣어 밥을 짓는다. 왕소금을 조금 넣고 지으면 찹쌀의 씁쓰레한 맛을 줄일 수가 있다. 땀을 맛이 흘리는 사람에게는 뼈를 삶을 때 인삼 대신 황기를 넣어서 끓여도 된다.

 

넓은 냄비에 국물과 밥을 한꺼번에 넣어서 한소끔만 끓여 내면 냄비째로 놓고 자기의 양을 조절해서 담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명을 대접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집에서 만든 무우 장아찌나 매콤새콤한 고추 피클, 새콤달콤한 단무지만 있어도 준비 끝이다.

 

기쁜 마음으로 준비한 삼계탕을 싸들고 가서 만난 이는, 이 세상의 흐름에 영혼 없이 합류하지 않고 소신대로 자기 삶의 주체자가 되어 일하고 있는 젊은이였다. 방학동에 있는 청소년 복합문화공간 ‘놀이터(LOE)’의 이하정 매니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대학 진학 대신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지금은 서울시의 청년활동가로 선정되어 중고등학생인 청소년들을 만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문화공간에 근무하면서 수십 명의 어린 친구들을 만나고 사진이나 영상물 만드는 작업을 같이 하기도 하고, 삶의 길라잡이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삼계탕 한 그릇 대접해 주려다가 내가 오히려 아름다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온 것 같아서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를 만난 듯이 기분이 좋다. 젊은 사람이 노인들이나 즐겨 먹을 것 같은 삼계탕을 맛있게 싹싹 먹어 주어서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아직도 사회적인 불안감이 가득한 이 세상에 또 하나의 희망의 등불을 찾아낸 것 같았다.

 

여름 손님은 마마보다 무섭다고 했는데, ‘권오분 식’으로 삼계탕을 끓여서 먹고 남은 죽은 냉장고에 두었다가 갑자기 손님이 오면 대접해도 좋다. 차가운 죽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비린내나 누린내도 없고 그야말로 보양식이다. 삼계탕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시원한 수박을 디저트로 먹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나머지 더위를 견디는 약이 되는 음식이니 한 번 넉넉히 만들어서 몇 끼니 식구들에게도 먹게 해보자. 인권

 

 

 

권오분 님은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한국자생식물보존회, 숲과 문화 연구회, 한국식물연구회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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