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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라는 이름의 개미지옥, 불공정 계약을 공유하는 이들
등록일 : 2017-08-18 조회 : 80

프랜차이즈라는 이름의 개미지옥,

불공정 계약을 공유하는 이들

 

 

 

네모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를 맺어진 동등한 계약 관계로 여긴다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 기업과는 달리 가맹주는 개인이 갖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슈퍼가 붙어있다. 아무리 번화가라지만 이렇게 바로 붙어있으면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는 젊은 학생이 알바로 근무하고 있었고 슈퍼에는 나이 좀 지긋하신 아저씨가 계셨다. 

 

나는 이 거리를 꽤 오래 전부터 다녔기에 두 가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좀 안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는 원래 편의점 사장이었다. 편의점을 하기 전에는 성수동 수제구두를 가져다 팔던 구두 아저씨였다.

 

하루는 구두 집에 잘 차려입은 청년 하나가 와서 손님인 척 하다가 구두 아저씨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사장님, 장사 잘 안되죠? 요즘 프랜차이즈가 대세인데 들어보셨어요?’라고. 그는 OO편의점 영업사원이었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지가 몇 십 년인데 시퍼렇게 젊은 놈이 내뱉는 소리에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 젊은 놈은 꽤나 유능했던 것 같다. 결국 아저씨는 몇 개월을 찾아오는 영업사원의 설득을 받아들여 편의점을 열기로 했다.

 

계약서 뭉치를 들고 왔던 날 아저씨는 화끈하게 도장을 찍었다. 젊은 영업 사원과 대화하는 시간이 제법 쌓였으니 신뢰가 가서였을까? 아니 그보다는 자본과의 거래에 서툴렀기 때문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지금까지야 성수동 구두 장인들과 몇 십 켤레 단위로 거래를 해왔으니 말이다. 어째든 계약서에 도장은 찍혔고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 결말은 익히 예상되는 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본사가 해줬기에 초기에 드는 비용은 크게 없었다. 수익도 아저씨 본인 인건비 정도는 나올 것 같았다. 게다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심야 영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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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번화가라지만 새벽 세 시, 네 시까지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계약상 24시간 문을 열어둬야 했다. 알바를 쓰자니 돈이 한 푼도 남질 않았고 본인이 직접 하자니 건강이 문제였다. 낮에 돈 벌어 야간 알바 임금 주는 모양이 돼 버렸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를 지출하고 정말 단 한 푼도 남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결국 몇 달 만에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5년 약정이었으니 수익이 남지 않아도 최소한 3년은 유지를 하고 해지하는 것이 상도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렇게 버틴 3년. 인고의 세월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1억 원 가까운 위약금을 물어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차라리 빨리 결정했으면 더 나았을 걸 버틴 기간만큼 위약금이 더 커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변호사에게 문의해봤지만 다 계약서에 써 있다고 했다.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결국 수천만 원의 위약금을 현금으로 바치고 가맹 해지를 할 수 있었다.

 

사업이라는 것이 잘 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성공의 열매는 본사와 가맹주가 3:7로 나누고 실패의 쓴 잔은 가맹주가 홀로 독박을 쓴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 해지한 구두 아저씨의 슈퍼를 죽이기 위해 바로 옆에 직영 편의점을 세웠다. 그래서 슈퍼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게 된 것이다.

 

이게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세상은 좀 좋아졌을까? 전혀! 얼마 전 보도된 OOO피자의 보복 영업 행태를 보니 세상은 그대로다. 탈퇴한 가맹점을 죽이기 위해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직영점을 세운 후 상품 가격을 절반으로 후려쳤다고 하니 그 잔인함이 하늘을 찌른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5, 6년 전부터 제기가 되어 왔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참 더디다. 그나마 이런 행태가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할까? 그동안 이렇게 죽어나간 자영업자가 얼마나 많을까?

 

이런 문제들은 조금 애매한 면도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주는 엄밀히 따지면 계약 관계다. 전쟁터에 비유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계약 당사자 간의 계약준수는 철저해야 하고, 경쟁자 간의 때로는 비열하기까지 한 전술들은 허용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주는 둘 다 이윤을 추구하는 법적 실체이기 때문에 동등한 존재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 둘을 같은 성격으로 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법인의 형태로 존재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오직 이윤 추구만을 존재 목적으로 삼는 이익집단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사람이다. 기업이라는 이익집단은 모든 선택의 기준이 이윤이다. 심지어 기업 윤리마저도 그 궁극의 목표는 이윤이다. 그러나 사람인 자영업자는 다르다. 윤리적 제약과 공동체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위에서 예로 든 구두 아저씨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보인 행태를 봐도 알 수 있다. 가맹주인 구두 아저씨는 이른바 ‘상도’를 지키기 위해 이윤이 없어도 계약 준수를 하려는 윤리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윤을 위해 탈퇴한 가맹주 하나 망하게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주는 근본적으로 공정 계약을 할 수 없는 관계다. 우선 정보력과 전문성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자본주의 이론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은 공정 경쟁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가맹주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주는 정보와 전문성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에 놓여 있다. 반대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주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가공’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결국 공정한 계약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규제하는 방법 밖에 없다. 시장이 알아서 조정할 것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고수하면 수많은 자영업자의 실패를 방치해두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라는 양식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는 이미 오랜 기간 검증된 유용한 형태의 사업양식이다. 누구든지 사업을 시작하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프랜차이즈는 그러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니까 프랜차이즈의 핵심 역량은 위험 관리다. 제과, 커피, 분식, 치킨 등 각 사업 분야에 따라 달라지는 특수한 위험을 관리해주는 것이 프랜차이즈의 역할이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위험과 가맹점이 직면한 위험이 다를 때, 즉 이 둘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때 발생한다.

 

가맹점이 잘 될 때 프랜차이즈 본사도 잘돼야 이치에 맞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맹점이 힘들면 프랜차이즈 본사도 함께 힘들어야 한다. 잘 될 때는 수익을 함께 나누고 어려울 때는 가맹점이 독박 쓰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표적인 경우다. OO카페 본사는 신규 영업점을 오픈할 때마다 수익이 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맹점이 힘들어도 본사는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본사의 이익 구조와 가맹점의 이익 구조가 다르다. 대체적으로 사업이 잘 될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불황과 같은 위험 상황에서는 본사와 가맹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된다. 가맹점은 죽어나가는데 본사는 버틴다. 종국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자신의 가맹점을 쓰러뜨리면서 생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바로 불공정 계약의 결과다.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이익 구조가 상충하면 단순히 가맹점만 피해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 경제가 함께 타격을 받는다. 가맹점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사람의 노동력과 자본이 프랜차이즈 본사로 빨려 들어가면 그것은 곧 그 지역의 노동력과 자본이 그만큼 소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이런 문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위기가 왔을 때 불합리한 구조가 드러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프랜차이즈 문제가 자주 대두되는 것도 계속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구조적 불합리가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를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맺어진 동등한 계약 관계로 치부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가맹주들은 자본주의 시장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복지의 대상이고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다. 기업과는 달리 가맹주는 개인이 갖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양쪽의 무게가 다른 막대의 균형은 당연히 중앙일 수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서서 그 균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본사를 규제하고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노력을 통해 공정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일 뿐 아니라 동시에 지역 경제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인권

 

 

 

강도현 님은

경영컨설턴트, 펀드매니저로 근무했으며, 6년 전 동료 운동가들과 함께 소셜카페를 창업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겨우 살아남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골목사장 분투기』를 쓴 저자로, 현재 전임 사회운동가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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