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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등록일 : 2017-09-29 조회 :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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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기적을 만든 배려

    

 

 

rec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를 두고 누군가는 ‘지붕 없는 감옥’이라고 불렀다.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쳐져 주변국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이곳의 상황을 그렇게 묘사했다. 이 지붕 없는 감옥 가자 지구는 현대 중동의 역사에서 가장 극심하고 참혹한 분쟁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과의 종교 및 영토 전쟁으로 그리고 뒤따른 팔레스타인 내부 정파 간의 내전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가자 지구는 늘 피와 눈물의 뒤범벅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척박한 인권의 불모지 중 하나로 꼽혔다. 영화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바로 이곳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기적이란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2005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가자 지구에 살고 있는 소년 무함마드 아사프는 천재적인 노래 실력을 지녔다. 그에게는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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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와 친구들은 골목길 여기저기에 조악한 간이 무대를 마련해 놓고 또래의 아이들을 불러 모아 노래 실력을 뽐낸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물벼락을 얻어맞기 일쑤다. 누군가 물벼락을 내리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웬 노래야?” 물벼락을 내린 그 어른은 삶의 생사가 기울어가는 이때에 재잘 대듯 노래나 하고 있는 아이들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철없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피와 눈물이 흐르는 곳에서도 노래는 종종 멈추지 않으며 사람들은 그 노래 덕분에 용기나 안식이나 희망을 얻는다. 그러니 물벼락을 내린 그 어른의 판단은 어쩌면 틀렸다. 그는 그가 못마땅하게 생각한 무함마드의 그 노래가 사람들을 얼마나 위로하게 될지 알지 못했다. 그 노래의 힘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던 건 오히려 어린 무함마드와 친구들이었다.

 

일원들 중에서도 무함마드의 몇 살 위의 누나가 밴드 활동에 가장 열성적이다. 그녀는 그럭저럭한 기타 실력을 갖춘 어린 기타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추진력을 갖춘 밴드의 실질적인 매니저다. 무함마드와 친구들은 매번 그녀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다. 돈이 없으면 장사를 하고 그 장사가 마음 대로 잘 되지 않으면 또 다른 장사 거리를 찾는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경전을 외워 목돈을 받게 된 무함마드의 덕분으로 밴드는 조악하지만 소중한 악기 몇 개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음악도 정식으로 배운다. 그렇게 하여 이들만의 밴드가 완성되고 조촐한 결혼식 피로연 등을 돌며 노래를 부르는 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때 무함마드의 인생에 첫 번째 고난이 닥친다. 쾌활하고 씩씩한 무함마드의 누나가 갑작스럽게 신부전증에 걸리고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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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가자에 산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분쟁지역에 산다는 것에 관한 참상을 일거에 일깨운다. 그녀의 부모들은 그녀를 치료해 줄 능력이 없고 그녀의 국가도 그녀를 치료해 줄 능력이 없다. 이것이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영화 속에서 누군가 한탄하듯 말하지 않았던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더라면 이런 병에는 안 걸렸을 텐데”라고 말이다. 물론 그 말은 틀린 말이다. 스웨덴 사람이라고 해서 신부전증에 걸리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우린 이 말을 인권과 복지에 대한 결핍과 갈망의 말로써 이해하게 된다. 스웨덴이 인권 복지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얼마간은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의 유년시절을 다루는 이 영화의 전반부에는 참혹한 현실을 은연 중 일깨우는 인상적인 대목들이 자주 등장한다. 혹은 그 참혹한 현실 때문에라도 점점 더 소중해지는 것은 희망과 꿈이고 그것들에의 가치를 언급하는 중요한 대목들도 등장한다. 가령 이런 장면들이다. 무함마드가 누나의 병을 고치기 위해 그러니까 큰돈을 구하기 위해 음악 선생님과 함께 어느 갑부를 찾아 갔을 때, 그 휘황찬란한 집안의 규모와 장식들을 보고 놀란 무함마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집인가요, 공항인가요?” 소년은 물론 공항에 가본 적이 없을 것이다. TV가 아니라면 공항이 어떻게 생긴 곳인지 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무함마드의 탄식은 세상에서 이렇게 생긴 곳에 처음 와봤어요, 라는 놀라움의 표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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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흥미로운 것이 있다. 무함마드가 비유를 든 것은 다름아니라 ‘공항’이다. 그때 지붕 없는 감옥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무함마드에게서 엿보인다. 무함마드도 그의 죽은 누나도 가자를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들은 어느 밤 “걱정 마. 언젠간 여길 떠날 테니까”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혹은 이 아이들은 떠나는 것만큼이나 유명해지고 싶었다. 유명해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도 믿었다. 그 때문에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꿀 거야”라고 오누이는 함께 외쳤다. 물론 누나는 죽고 밴드는 해체되고 무함마드는 외롭게 남았지만 이건 겨우 이 영화의 절반이다. 좋은 마음씨를 지닌 음악 선생님이 무함마드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그 누구도 네 꿈을 짓밟게 내버려 두지 마라” 무함마드는 진심으로 그 말을 새겨들은 것 같다.

 

2012년, 무함마드는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사로 일하고 있지만 음악에의 꿈은 여전히 접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의 꿈은 자꾸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그때 무함마드의 눈앞에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펼쳐진다. 폐허의 건물 더미를 넘고 달리는 일군의 젊은이들의 ‘프리 러닝’ 장면이다. 가파르고 멋진 외관을 지닌 건물이나 곡선미를 지닌 아름다운 골목 등에서나 어울릴법한 그 최신의 스포츠가 폭격 때문에 폐허가 된 잔해 더미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서 무함마드는 엷은 미소를 짓는다. 무함마드는 그때 이 통곡의 건물 사이를 달리는 젊은이들의 꿈의 질주를 본 것이며 미소로써 자신도 그들과 같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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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는 마침내 여비를 모아 인기 프로그램 ‘중동의 아이돌’에 참여할 계획을 세우고 오디션이 열리는 이집트의 카이로로 가기 위해 가짜 비자를 만들어 몰래 국경을 넘는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 장에 도착하지만 마감시간은 지났고 번호표는 이미 바닥난 뒤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무함마드는 경비원에게 쫓기면서도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는데, 영화는 이때의 무함마드를 마치 프리 러닝을 즐기는 누군가인 것처럼 그려낸다.

 

그러고 나면 이 영화의 가장 중대한 한 장면이 등장한다. 오디션 장으로 몰래 들어선 무함마드는 화장실에 넋을 놓고 앉아 있다. 가까스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번호표가 없으니 오디션을 볼 기회가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러했을까 혹은 여기까지 온 자신을 위로라도 하려는 것이었을까, 그가 화장실에 앉아 노래 한 소절을 멋지게 부른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그의 노래를 들은 한 응시자가 그러니까 자신도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밝힌 누군가가 자신의 번호표를 무함마드에게 건넨다. “나는 가망이 없지만 당신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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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전개되는 이 영화의 내용은 사실 예상 가능하다. 누군가는 이 영화의 가장 중대한 장면이 무함마드가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다시 말해도 이 영화의 가장 중대한 장면은 바로 화장실의 그 대목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극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각색해냈다. 무함마드의 가족사, 직업, 등등 많이 것이 상상적으로 첨언됐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라고 할 만한 무함마드가 번호표를 얻게 된 이 일화는 극화가 아닌 온전한 실화라는 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화장실에 몰래 숨어서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다른 대기자들이 모두 있는 곳 한 쪽에서 불렀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 무함마드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가자 지구의 피폐한 풍경들이 그 노래 위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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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무함마드의 이야기가 단순한 한 개인의 성공사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인권에 관한 심리적 치유의 일화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언론은 그를 두고 ‘팔레스타인에서 온 로켓’이라는 애칭을 부여하며 환영했고 무엇보다 무함마드는 이 프로그램의 팔레스타인 최초의 우승자로서 팔레스타인을 정서적으로 합심시켰다. 무함마드와 그의 우승으로 팔레스타인의 전 국민이 들썩거렸다. 언론이 무함마드에게 “당신의 목소리가 정부도 해결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무함마드는 역시 그 질문에 걸맞게 “제 조국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을 뿐이에요”라는 당당한 답을 돌려주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내전의 원인이 된 하마스의 강경파와 타파의 온건파, 서로를 적대시하는 두 정파조차도 적어도 무함마드에 대한 지지라는 면에서는 합심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우리는 무함마드의 그 성공을 가능케 한 혹은 팔레스타인 인권에의 심리적 치유 드라마를 가능케 한, 화장실의 그 누군가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 기적을 만든 건 무함마드의 노래지만 그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건 그 익명의 배려자다. 그러니 이 영화가 말하는 기적이란 그 작은 배려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end

 

 

 

정한석 님은

저서로 『성질과 상태』를 펴냈으며,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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