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 없는 지역사회를 꿈꾸다
(사)푸른사람들 대표이사,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관장. 문종석 관장의 역할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지역 안에서 이웃들에게 나눔과 돌봄의 순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로 시작된 마을복지는 다문화 어린이도서관이란 유기적 공동체를 만들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는 새로운 모습의 두 번째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인권_ 대표이사로 계신 ㈔푸른사람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문종석_ ㈔푸른사람들의 전신인 푸른시민연대를 지난 1994년에 설립했어요. 그리고 2014년에 법인 푸른사람들로 명칭을 변경했죠. 출범 당시에는 한글을 모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 ‘어머니 한글교실’을 열어 지금까지 23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1998년부터는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시작해 그의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복지 사업을 진행했어요. ㈔푸른사람들은 0세부터 80세까지 지역주민들을 위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에서,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사업, 자원봉사자들의 지역 활동, 이주여성들을 위한 지원사업, 다문화도서관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 어머니 한글 교실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지역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권_ 이주노동자들을 돕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문종석_ 1998년 당시 푸른시민연대는 어머니 학교로 알려졌어요. 당시 이문동은 봉제공장지대로 점차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겨나던 시절이었죠. 어느 날 인근 슈퍼 사장님께서 두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와서 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그들은 한국에 일을 하러 온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었어요. 지역 주민이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저희를 찾아온 거였고, 그 계기로 푸른시민연대의 이주노동자지원팀이 결성되면서 다문화사회를 위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권_ 다문화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어쩌면 우연한 계기였던 셈이네요?
문종석_ 그렇습니다. 외국에서 이사 온 이웃과 소통을 원했던 이웃분이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였죠. 지역의 이웃으로서 이주노동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경우에요. 그 영향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으로 확대돼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 다문화가정의 복지에 이르게 된 거죠. 다문화사회는 거대 담론이 아닌 지역 안에서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과 어떻게 더불어 살까를 고민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권_ 마을 복지 전문가로, 도서관 관장으로서 역할이 다양한데요. 서로 어떤 유기적인 관계가 있나요?
문종석_ ㈔푸른사람들의 목적은 지역주민들에게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쌍방향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이주노동자들이 독거노인의 집수리를 돕거나 이주여성들이 한국음식을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봉사를 하는 거죠. 지역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진정한 이웃을 만드는 거예요. 그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해요. 도서관 또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문화를 나눌 수 있다면 다문화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시작되었어요.

인권_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는 언제 어떻게 건립이 되었고, ‘모두’란 명칭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문종석_ 지난 2003년부터 우리나라에 국제 결혼 붐이 일었어요. 그때부터 이주여성인권센터와 본격적으로 이주여성들을 돕게 되었죠. 이주여성들의 경우 한국에 거주한 지 약 3년 정도가 지나면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더라고요. 하지만 문제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보육문제였어요. 방치되는 아이들을 도울 방법으로 구상한 게 놀이방과 공부방, 그리고 도서관 등이었죠. 그때가 2008년경이었는데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던 시기였었죠. 운이 좋게도 STX기업의 후원으로 다문화도서관 건립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2008년 9월,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는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의 명칭인 모두는 모든 것을 포괄하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에요. 다문화라는 의미가 우리나라에서는 상대 문화라는 뜻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다양한 문화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_ 도서관에서 한국인을 선주민, 이주여성을 이주민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문종석_ 이주민이란 표현은 말 그대로 이주한 이웃을 표현한 거고, 선주민은 원래 살고 있는 주민을 뜻해요. 그렇게 이주민을 이웃에게 알리자는 의미로 떡을 돌리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어요. 이주민들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기도 했고요. 예를 들면 베트남은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노천카페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그런 문화를 소개하고자 동네 거리에 베트남 사진을 걸어놓고 노천카페를 만들어 도심 속 베트남 거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지역주민들에게 이주민과 선주민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었죠.

인권_ ‘모두’ 에서 선주민 이용자들과 이주민 이용자들의 교류와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문종석_ 현재 도서관의 이용률은 선주민 이용자가 80%, 이주민 이용자가 20% 정도를 차지해요. 아무래도 이주민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이용률은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고안한 게 이주민 엄마가 아이들에게 외국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중국, 일본 엄마들은 언어 모임을 통해 선주민 이용자들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있고요. 언어를 배우는 한국의 엄마들과 이주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사제지간이 되면서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어요.
인권_ 현재 ‘모두’의 구비된 도서의 양과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문종석_ 총 2만 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8천 권이 13개국의 어린이 도서, 1만 2천 권이 한국어 도서예요. 다국 도서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신청을 받고 있고요.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책이 신청이 많은 편이에요. 초창기에는 국내에서 열린 일본 도서전을 통해 직접 찾아가 일본책을 기증받기도 했어요.

인권_ ‘모두’ 도서관에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들인가요?
문종석_ 두 달에 한 번꼴로 토요일마다 문화의 날을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일본의 날’이면 일본 엄마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일본어로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책을 읽어주고, 놀이를 하고 간식을 나눠먹는 행사예요. 일본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날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일 년에 한 번 매년 10월에 진행하는 다문화축제가 있어요. 약 천 명 정도 모이는 큰 행사인데, 올해로 10년째 진행하고 있어요. 경희대나 외대 운동장에서 30여 개의 부스를 설치해서 진행하는데, 각 나라의 문화를 선주민에게 알리는 축제 같은 행사예요.
인권_ ‘모두’의 콘텐츠 중 모어보육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그 취지와 성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문종석_ 엄마의 언어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예요. 하지만 이주민 엄마들의 경우 가족 구성원 중에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사람이죠. 서툰 언어로 아이와 소통하다보니 아이가 엄마를 싫어하게 되고, 엄마 또한 점차 아이와 소통을 멀리하게 되죠. 그래서 고안한 게 이주민 엄마들에게 자국의 언어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였어요. 학교에서도 이주민 엄마들이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엄마가 학교에 오는 걸 무척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이는 엄마를 존중하게 되고, 엄마 또한 자국의 언어로 당당하게 아이를 교육시키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 거죠. 이 외에도 세계동화구연대회를 열어 자국의 언어로 동화를 재미있게 표현하는 팀에게 상을 주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엄마는 당당히 모국어로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는 두 가지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셈이죠.

인권_ 다문화가정을 위해 10년간 다양한 역할을 한 ‘모두’가 현재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사실인가요?
문종석_ 후원을 하던 STX기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지원이 끊겼어요. 지속적으로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고, 급하게 6천만 원의 지원을 받았어요. 하지만 작년에 임차료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경영이 크게 어려워졌어요. 그 결과 올 9월 15일로 폐관이 예정돼 있었죠. 그런데 기적처럼 5년간 무상으로 40평 정도의 공간을 지원하겠다는 후원자의 연락이 왔어요.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의 인건비와 관리비, 인테리어 비용은 여전한 숙제죠. 10년간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의미 있는 콘텐츠를 유지했지만 국가가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에 큰 실망을 했어요. 하지만 위기가 기회란 생각으로 ‘모두’의 시즌2를 잘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다문화도서관 모두’라고 불러주세요. 10년간 어린이들도 성장을 해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거든요(웃음).
인권_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종석_ 우리사회는 다문화사회를 준비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진입한 나라예요. 때문에 다문화가정의 비율은 높지만 이와 관련된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죠. 신도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다양한 전반시설을 준비하는데, 이주민을 위한 인프라의 투자가 전혀 없는 거죠. 확대 해석하면 국가적 이민정책, 다문화정책 등의 방향에 대한 담론이 전혀 없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갖출 필요가 있어요. 도서관이나 동사무소에 적어도 5개 언어로 된 안내 책자를 비치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게 해줘야 해요.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수에게 이에 적절한 교육을 시켜야 해요. 하지만 우리는 소수에게 교육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죠.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게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의 성숙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_ 우리나라에는 다문화 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인데요. 이를 위한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종석_ 새로운 정부에서는 멈춰버린 다문화사업 정책이 활발하게 정립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우선 이민정책 총괄부서가 만들어져야 하고요. 다문화사업 이전에 우리 사회에 다양성의 교육이 기초교과과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교육시스템이 활발해져야 문화를 받아들이는 수용이 넓어질 수 있어요. 사실 다문화 교육시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없다고 보면 돼요. 때문에 좀 더 생활 깊숙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성의 교육시설과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해요. 인권은 거창한 사회적 담론이 아닌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인권_ 이상적인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문종석_ 다문화라는 표현보다는 다양성이란 단어를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강서구 장애인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문제만 봐도 우리사회의 심각한 인권 수준을 읽게 돼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세상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주는 일. 그런 다양성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시스템 구조에 투자하는 일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_ 관장님이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문종석_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인식이죠. 지역 속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국적이 다른 이들이 경계와 차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회적 공간을 만드는 일이에요. 외국의 인형가게에 가면 백인, 황인, 흑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인형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주의를 학습한 민족이 아니기에 의식과 관념적인 차별은 작은 교육만으로도 변화가 가능해요. 지금부터라도 세심한 다양성 정책을 지원한다면 우리나라의 다양성 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문종석 관장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필리핀 여성 엠마와 그의 딸 로시따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과제빵을 배우면서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 엠마의 유일한 꿈은 로시따 빵집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이주여성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 꿈을 도울 수 있는 사회라면 참으로 행복한 사회가 될 거라는 말을 남겼다. 
지유리 님은
전방위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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