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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러들이여, 전문직으로서의 긍지를 가져라! 외
등록일 : 2017-12-01 조회 : 77

12-03-01

 

배달러들이여, 전문직으로서의 긍지를 가져라!

 

 

 

01 나는 프로배달러다. 음식배달경력 약 3년, 그리고 회사생활을 하며 퀵서비스의 시스템을 약간 혼합해 전국을 광역으로 혼자 뛰어다닌 게 대략 4년이다.

 

배달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외부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 오토바이 운전에 적응하지 못하면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한겨울 칼바람과 한여름 땡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움직여야 하는 나름대로의 전문직인 셈이다. 그러므로 배달러들이여 긍지를 갖자. 우리는 프로배달러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비를 주섬주섬 꺼내 입고 달렸더니 다시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멘탈이 붕괴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크게 숨 한번 쉬고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다시 달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혼자 짜증내봤자 날씨가 좋아지진 않는다. 눈이 오면 오는가 보다, 비가 오면 오는가 보다 하는 부처의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그것이 프로배달러다.

 

음식배달 느리다고 클레임 거는 것 정도는 허허 웃으면서 넘겨버려야 할 것이며, 언제 도착하느냐는 매장의 독촉전화 수십 통에 스트레스 받아도 우리의 도착시간이 빨라지진 않는다. 그런 전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여유로운 자세가 중요하다. 마음 급해져서 사고라도 나면 그 사람들이 병문안 때 델몬트 오렌지주스 한 박스 사들고 올 것 같은가.

 

아파트 21층에 배달을 갔다가 눈앞에서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면 그냥 자리에 자리 깔고 앉아서 폰으로 뉴스나 보면서 시사상식을 쌓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런 거 하나하나 다 열 받기 시작하면 교통사고가 아닌 화병으로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논어에서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 하였고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였다. 할인카드 포인트가 없어서 다른 할인이라도 해달라고 떼쓰는 사람, 속옷 바람으로 문 열어주는 아저씨, 카드결제한다고 해놓고 현금 오만 원짜리 들고 나오는 사람, 배달시켜놓고 그새 잠들어서 안 나오는 사람, 현관문 열자마자 멍멍이가 짖어대며 쫓아오는 상황 등을 겪더라도 눈앞에 닥친 그런 상황들을 그냥 즐겨보자. 아르바이트가 아닌 전문 배달러의 시급을 따져보면 생각보다 적은 편은 아니지 않은가. 질기고 안전하게 오래 살아남다보면 강해질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02

 

 

 

정민 님은

‘날로먹기 연구소 블로그 (https://goo.gl/opFrne)’를 운영하며 투잡으로 배달을 즐기는 프로라이더입니다.

 

 

 


 

 

 

 12-03-02

 

 

대리기사는 운전할 때가 가장 편하다니까?

 

 

 

01 날이 지면 술 드신 고객들의 자동차를 운전하는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다. 오토바이든 자동차든 앉아서 운전하니 가끔은 엉덩이가 아파 나도 사무직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음료수 쥐어 주며 잘 부탁한다는 고객, 흡연해도 되냐 묻는 고객, 외진 곳에 살아 미안하다는 고객, 상식 있는 고객님들은 참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것은 진상 고객이다. 강남 룸싸롱에서 나온 만취한 손님은 대리비 만 오천 원이 없다며 다음날 부쳐준다더니 전화 걸 때마다 회의 중이네, 이동 중이네, 그걸 떼어먹을까봐 그러느냐 오히려 큰소리치더니 결국 떼어먹었다. 화곡동에 사는 어떤 손님은 대리비를 가지고 나오라고 큰소리치며 집에 전화했는데 막상 나온 사모님이 더 무서워 덩달아 같이 혼나는 기분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내가 마음에 든다며 같이 한 잔 하러 가자며 꼬드기는 손님이다.

 

콜이 와서 달려갔는데 술 취한 사모님이 주차를 2층에 했나? 4층에 했나? 가물거린다며 자가용을 찾으러 땀나게 뛰어다닌 일, 자가용은 찾았는데 이번에는 사모님과 길이 엇갈려 헤맨 일, 경기도 모처 으슥한 곳에 떨어져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보려 하는데 차를 세우려는 나도, 세우는 사람도 서로 무서워 한 일, 그러다 내게 길을 물어보는 초보운전자를 만나 내가 운전해 길을 찾아주고 나도 대로변으로 나갔던 일, 집에 가는 길이라고 부인과 통화하던 손님이 내게 전화기를 내밀며 부인에게 확인 좀 해달라던 일, 세상에는 안 겪어보면 모를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콜이 들어오더니 새벽까지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짭짤한 수익을 얻게 되었던 날, 그래도 대리기사 할 만하네?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여느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하고, 먹고, 쉬는 게 최고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수원에 세종시에 대전까지 가게 될 때는 이럴 때 여행한다는 생각으로, 추운 날 시골에 떨어져서 40분씩 걸어 나올 때는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성공하는 거라고 믿어본다.

 

대리기사는 운전만 하면 되니까 신경 쓸 일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더운 날, 추운 날 밖에서 대기해야 하고, 들어오는 콜을 재빨리 잡아야 하고, 손님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하니 지루함도 참아야 하고 신경도 써야 하고 긴장해야 하는 일이 많다. 대리기사는 오로지 운전할 때가 가장 편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02

 

 

 

박인환 님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으로,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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