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 형제복지원 사건 진실 규명

“<1987>이라는 영화가 흥행이라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어떤 내용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1987년이 누군가에겐 독재에 맞선 항쟁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겐 차디찬 교도소 안에서 전향하라는 고문 교도관에 맞서 비전향 장기수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때로 기억될 수 있으며, 또 어떤 이들에겐 국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채 인간쓰레기로 낙인찍혀 감금의 시절을 보내야 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중략) 세월은 흘러 31년이 지났다. 1987에 돌아가신 열사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잘 가꾸어 발전시키기를 하늘에서 바랄 것이다. 1987년 대한민국의 독재를 종식시켜준 것에 대해 민주화운동에 앞장서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하지만 지금 여기! 1987년에 명분도 없이 인간쓰레기로 낙인찍혀 민주화운동에 가려지고 버려진 자들도 현재 2018년 지금 당신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기억해달라. 그리고 우리들 처절한 외침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부랑인’은 누구인가
영화 <1987>이 회자되고 있다. 1987년 1월 박종철 군이 경찰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과 시민들은 군사독재 정권의 폭력에 항거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안고 거리로 나왔다. 그 물결은 전 국민의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헌법 개정을 통해 직선제를 쟁취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속에 잊힌 사건이 있다. 가장 가난했고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강제 수용되어 온갖 인권유린을 당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또 가정 폭력에 견디지 못해 잠시 방황한 아이들, 친척 집을 방문하러 왔다가 주소지를 찾지 못해 파출소에 문의한 아이들도 옷을 허름하게 입었다는 이유로 ‘부랑아’로 낙인찍혔다. 심지어 장애가 심한 사람이 있는 가족들은 마을 주민들이 “좋은 곳 있다”는 권유에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헌법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며 자국민을 상대로 불법 감금, 강제 노역, 임금 착취, 성폭력, 폭력, 그리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지옥’을 만들었다. 수용소를 운영한 사람의 부도덕함에서 시작된 일이 절대 아니다. 불법하게 얻은 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적’이 필요했고, 그 군사정권의 희생자는 비국민 취급당한 가난하고 장애가 심한 사람들이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배제와 감금의 정책은 필수적인 통치 수단이었을 뿐이다. 이것이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이다.
1987년의 형제복지원
대부분의 ‘우리’에게 1987년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거리로 뿜어져 나온 혁명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그해 따뜻한 봄날, 거리로 나오지 못하고 또다시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전원 조치’된 사람들, 그래서 ‘우리’가 아닌 ‘그들’로 불린 사람들이 바로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피해 생존자들은 “내가 뭔가 잘못했으니 잡혀왔겠지”, “부모님 말 안듣고 공부 안 해서…”라며 끊임없는 자기 비하로 30여 년의 세월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못하고 모든 일의 원인은 그저 ‘못난 나’라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고 일종의 세뇌가 되어 착취당한 삶을 부끄러워하며 ‘부랑인’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고자 차라리 ‘침묵’을 선택했다. 하지만 ‘인권’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터득한 피해 생존자들은 지난 30년의 세월을 ‘그림자 인간’처럼 보내지 않기로 했다. 형제복지원 같은 수용소 정책이 국가 정책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진정한 위로의 출발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 등이 발의했다가 자동 폐기된 후, 20대 국회에 새롭게 발의한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통과는 요원한 상태다. 국회는 이를 ‘인권’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접근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국회는 조속히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권고했고, 형제복지원대책위와 피해생존자모임은 지난 1월 17일, 대검찰청 앞에서 지난 30년 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다시 재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선감학원과 형제복지원 진상규명하라는 현수막을 펼치들고 시위하고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