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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모니터 안에 사람 있어요
등록일 : 2018-11-13 조회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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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와 여러 간담회를 통한 본 단체의 지속적인 요청 끝에 전국 지방경찰청에 사이버성폭력 전담 수사팀이 꾸려진 것이 지난 3월이다. 이어 8월 13일 마지막으로 본청이 사이버성폭력 특별 수사단을 꾸렸다. 웹하드 카르텔을 수사해달라는 국민 청원의 요구와 불법 촬영 편파 수사 시위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은 경찰은 11월 20일까지 총 100일간 사이버성폭력 특별 단속을 펼칠 예정이다. 9월 26일 기준으로 벌써 1,012명을 검거하고 63명을 구속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수사가 이뤄졌으니 사이버성폭력에 대해 한시름 놓아도 되는 것일까? 아니,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당신의 가해자는 몇 명입니까

지난 5년간 23,556건, 올해 7월까지 7,648건이나 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디지털 성범죄 정보 심의 및 시정 요구 현황은 촬영물을 이용한 사이버성폭력 실태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방심위에서 심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누군가 신고를 했다는 뜻이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고 알아도 신고를 하는 건 또 다른 문제가 돼버리는 사이버성폭력 사건의 높은 암수율은 신고 건수만으로 집계될 수 없다. 우리는 이 어마어마한 범죄의 규모를 인지할 수 없다. 잡히는 범죄자도 실제 범죄자 수에 비하면 극소수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말할 수 있는 숫자는 479뿐이다. 사이버성폭력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통계가 아직 없으므로 479라는 숫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기서 479란, 본 단체에서 지원하는 피해 경험자 리스트에서 무작위로 짚은 한 분의 영상에 대해 삭제 요청이 이뤄진 건수다. 한 사람의 성관계 영상 하나가 479개의 게시물로 둔갑해 사이버 공간에 업로드됐다. 이게 나의 일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한 영상 당 조회 수를 1회로 가정해 봐도 벌써 479명이 나의 성관계 모습을 봤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더 안타깝게도 조회 수는 1회에서 멈추는 일이 없다. 많게는 수백만, 적게는 몇천 회의 조회 수를 479에 다시 곱해야 실제 수치에 가까워진다. 해당 영상을 삭제할 때 봤던 조회 수를 어림짐작해 약 15,000이라는 평균을 내보면, 결국 7,185,000명 정도가 나의 가해자라는 수치가 나온다. 서울 인구가 986,000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눈앞이 아득해진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2017년 동안 206명의 사이버성폭력 피해 경험자를 지원했다. 그중 1명에게서 찾은 숫자가 479라고 생각했을 때, 206명이 한 경험의 규모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온라인 시장에는 꾸준히 새로운 피해 촬영물이 유통되고 있다. 일개 민간단체가 피해 경험자 지원도 하고 단체로서 활동도 하면서 이를 모두 모니터링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번 영상이 유통되기 시작하면 몇백 개의 사이트에 공유가 이뤄지고,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발표한 사이버성폭력 특별 수사단의 수사 결과는 크게 기쁘게 느껴질 리 없다. 단지 소라넷 폐쇄 프로젝트 후 3년 만에 드디어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졌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년까지만 해도 피해 경험자들은 신고 과정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사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담당 수사관들과의 접촉을 통해 다시금 2차 피해를 입고 신고를 포기하기도 했다. 담당 수사관이 스크린샷, 썸네일 등 온라인상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인지하지 못하거나, 여성의 행실을 탓하며 성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사건을 대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교육 활동을 이어간 결과 경찰 조직은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훨씬 먼 과거부터 노력이 필요했던 부분이라 생각하니 과거 피해 경험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아련하게 느껴지면서, 한편 이제라도 변화하려는 의지가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한국 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는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경찰이 범인을 잘 잡아도 다른 제도가 함께 뒷받침돼있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실 정부는 2017년 9월 29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한 이후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 이때 제시된 여러 대책 중 구상권이 유일하게 통과됐으나, 실제 현장에서 피해 경험자를 지원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국내 유통 플랫폼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정보통신 사업자가 음란 정보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한 후 삭제와 접속 차단 등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시 시정 명령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음란 정보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했으나 의도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는다. 과태료 부과는 행정 처분일 뿐 전과가 남지 않는다. 또한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는 이들이 피해 촬영물과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매달 벌어들이는 억 단위의 수익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과태료 이상의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또 피해 촬영물은 음란물이 아닌 성폭력의 증거일 뿐이며, 성기가 나오지 않은 피해 촬영물은 음란 정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규제할 대상을 단순히 음란 정보라고 규정할 게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 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하는 피해 촬영물이 포함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성폭력 처벌법 제14조 개정에서 피해 촬영물 유통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과 같이 ‘유통 플랫폼 사업자’와 ‘소지한 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즉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피해 촬영물에 대한 발견과 삭제, 전송 방지 혹은 중단 조치의 의무를 부과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유통 차단은 물론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것도 엄연한 가해이자 범죄라는 인식을 각인시켜 국산 야동의 소비문화 근절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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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실 이런 법 없이도 국내 플랫폼이 필터링 조치를 제대로 하면 국내 사이버성폭력 문제는 웬만큼 해결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필터링이란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나 음란 정보 등의 불법 전송을 차단하고, 콘텐츠를 선별, 검수하는 기술적 조치를 말한다. 웹하드 이용자가 동영상 파일을 업로드·다운로드할 때 웹하드 업체에서 배포하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해당 파일의 해시 및 DNA를 추출한다. 필터링은 해당 해시 및 DNA를 전송받은 필터링 프로그램이 이를 검색해 저작권 침해 여부, 음란물 여부를 판단한 후 클라이언트에게 다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2년도부터 시행된 ‘웹하드 등록제’에 따라 국내에서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필터링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며 필터링을 해야 하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웹하드 수익의 대부분은 피해 촬영물을 포함한 음란물의 유통 및 판매로 발생하므로 필터링을 웹하드의 재량에 맡겨둬서는 안 된다. 웹하드와 연관된 필터링 업체가 고의로 필터링을 하지 않거나 필터링을 무력화하거나 우회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이런 행위들이 발각됐을 경우 형사 처분할 수 있도록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다.
“모니터 속에 있는 저 여자, 당신이 보고 즐기라고 마련된 물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국산이라니요. 사람에게 원산지를 붙이면 안 돼요. 그 사람에게는 ○○녀가 아닌 진짜 이름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러하듯이 그도 자신의 삶을 살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연결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니터에서 재생되는 동영상 파일로 그 사람의 삶을 멋대로 재현하고 소비하는 것은 권리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한누리(활동명: 리아) 님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 소라넷의 존재를 알고도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해 포기하며 지내다 2015년 어느 계기로 인해 다시 용기를 얻고 사이버성폭력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 글에는 바닥에 노트북이 놓여있고 그 위에 가면이 얹힌 사진과, 커튼이 드리워진 방 안에 한 여인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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