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베일 듯 날카로운 말들이 한국 스포츠계를 배회한다. 예전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지금 것은 유독 날이 서있다. 인내의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진짜 바꿔보자.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분노의 역류. 개혁을 위한 위원회가 총 가동됐다. 바야흐로 개혁의 시기다.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한국 스포츠, 왜 엘리트 중심이 됐나
한국 스포츠의 독특성은 정부 주도성에 있다. 정부를 위한, 정부에 의한 스포츠 육성이 70년대부터 지금껏 이어졌다. 70년대에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엘리트 스포츠를 키웠다. 수출 중심의 경제가 절실했던 상황이라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려야 했다. 올림픽이 좋은 홍보 수단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엘리트 스포츠를 키웠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TV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에 국민들의 자긍심은 고양됐다. 국가의 투자와 국민의 지지가 공모해 한국 스포츠의 엘리트 스포츠 중심성이 구축됐다. 엘리트 스포츠는 상징자본을 획득하며 존재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엘리트 중심의 한국 스포츠,
무엇이 문제인가
엘리트 스포츠는 제도 자체가 경쟁, 승리, 모범을 지향한다. 모범적인 승리를 위한 경쟁 시스템이 핵심이다. 전체 스포츠계에서 볼 때 없어서는 안 될 제도다. 문제는 우리 스포츠계가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지나치게 쏠렸다는 사실이다. 특히 각 종목 단체에 그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인력 부족과 자금 부족, 행정력 부족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역시 엘리트 중심으로 조직이 돌아간다. 지역 체육회는 말할 것도 없다.
지금보다 더 나은 스포츠계, 어떤 모습인가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 구축, 우리 동네 스포츠클럽 등 스포츠 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추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스포츠 선진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 생태계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 학교체육을 강화하면 스포츠 선진국이 될까? 소년체전이 ‘축전’으로 바뀌면 스포츠 생태계가 완성될까? 스포츠클럽은 모든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인가? 내가 생각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스포츠계’의 모습은 단출하다. 운동하기 편한 나라다. 단출해 보이지만, 만들긴 쉽지 않다.

운동하기 편한 나라, 시스템 구축 필요
운동하기 편한 나라는 학교 운동부를 없애고 학교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한다고 만들어지진 않는다. 핵심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이란 한 개인으로 하여금 미래를 기획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의 총체다. 버스정류장의 전자 안내 시스템이 없었을 때 우리는 82번 버스가 언제 올지 몰랐다. 미래의 행동이 기획되기 어려웠다. 시스템이 생기자 기다리는 버스가 5분 후 도착할 걸 알게 되고,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사 올 기획력이 생겼다. 시스템이란 이런 거다. 문제는 우리 스포츠계가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있어도 기형적이거나 내재화돼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스포츠 개혁, 한 방에 되는 게임이 아니다
이런 환경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화다. 엘리트 중심의 한국 스포츠계를 개혁하는 일은 한 방에 되는 게임이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로만 가능한 일이다.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기존의 무엇을 줄이고 어디를 늘려야 할지, 그 일을 누가 할지 등에 대해 묻고 답하고 논쟁하고 타협해야 한다. 지식보다는 지혜가 요구되고, 상호 간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개혁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상호 이해관계자들과 꾸준히 만나야 한다. 방향은 운동하기 편한 나라다. 방안은 시스템 구축이다. 선수들의 희생으로 겨우 잡은 개혁의 기회를 부디 이번에는 살렸으면 한다. 한 방의 개혁이 아닌, 장기 수선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남상우 님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으로 근무 중이며, 스포츠사회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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