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 18세 선거권’을 포함한 정치개혁 법안이 국회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완성의 과제였던 ‘18세 선거권’이 반드시 통과돼 더욱 폭넓은 청소년 참정권의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OECD 가입국 중 높은 선거 연령
2018년 지방선거가 한창인 시기에 한 청소년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선거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돼 있는데, 이 청소년이 SNS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누가 뽑혔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온라인상으로 선거운동을 했던 청소년들 또한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선거철 투명 인간 되는 청소년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와 정당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길거리에서 악수를 하고 명함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런데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지나가면 악수를 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은 ‘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 과정이나 당선 이후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의견은 쉽게 무시되곤 한다.

“선거 연령 하향 요구는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호소입니다. 참정권은 이 사회 모든 사람들에 대한 존재의 인정입니다.”
- 2018년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며 삭발 시위에 나섰던 청소년 김윤송의 말
미래의 주인이 아닌 현재의 주인 2017년은 박근혜 정권을 탄핵한 해였다. 곳곳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정권의 퇴진과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중에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다수의 중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참여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나 표현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국 청소년 중 과반수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집회 참여나 시국선언 등 다양하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은 탄핵됐고, 그해 5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촛불 대선’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함께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은 ‘만 19세’라는 연령의 장벽에 막혀 촛불 대선에 참여하지 못했다. 광장에서는 민주시민으로 대우받았지만 학교로 돌아간 뒤 다시 침묵과 순종을 강요받는 위치에 놓였다. 탄핵 이후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될 것인지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도 선거권은 ‘19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청소년은 미성숙하고 정치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청소년은 이미 이 나라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에 저항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문을 받다 17세에 죽음을 맞이했던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3·1운동과 독립투쟁에 나섰던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었다. 독재자 이승만 정권을 끌어내린 4·19 혁명의 도화선을 당긴 것도 고등학생들이었다. 최근의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민주주의 문제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발 벗고 나서왔다.
민주주의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권리가 주어질 때 진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참정권은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권리이며, 내가 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다. 그동안 인류는 재산, 인종, 성별 등의 참정권 자격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고, 이제 남은 것은 나이 기준이다. 청소년도 머지않아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강민진 님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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