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기업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공부하고, 세대차이와 세대갈등을 민감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조직에는 서로 다른 세대가 늘 함께 일해왔고, 세대차이로 인한 상하관계 문제도 항상 존재했었다. 그런데 왜 요즘 갑자기 세대 이슈를 중요하게 바라보게 됐을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세대차이의 본질에 어떤 배경이 있는 건 아닐까?

직장 내 세대갈등은 왜 이슈가 됐나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보면 과거 X세대도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만큼 과감하고 놀라운 변화 세대였는데, 왜 X세대가 직장에 들어갔을 땐 기성세대와 갈등이 없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직장 내 세대갈등의 실체를 밝히는 데 중요한 논점이다. 우리는 세대가 달라서 갈등을 빚는다고 오해를 하는데, 사실 세대보다는 시대가 달라서가 더 맞다. X세대가 직장에 갔던 시대엔 평생직장이 남아있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당연히 여겼던 평생직장을 X세대도 동조하고 영향을 받았다. 평생직장이 유효하던 시대의 조직문화는 후배가 선배에게 져줬고, 선배의 말은 부당하더라도 무조건 따랐다. 오랫동안 계속 봐야 할 선후배 관계다 보니 위계질서가 확실했다. 꼰대를 꼰대라고 부르지 못했고, 꼰대짓이 불편해도 참고 감수하는 게 미덕이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평생직장이 사라졌다. X세대에겐 평생직장 시대의 흔적이 잔상으로 남아있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머릿속엔 평생직장이란 말 자체가 들어갈 틈이 없다. 그들은 여러 직장, 여러 직업을 바꿔가는 게 당연한 시대를 맞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직장에 들어와서 최대한 빨리 많은 것을 배운 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한다. 여기서 커리어를 쌓았으니 다른 데서 또 커리어를 쌓고, 그렇게 실력을 키워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계속 만들어가는 걸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 내 위계 구조 중심의 조직 문화와 일방적 상하관계를 받아들이긴 어렵다. 개인주의적 사고가 선배 세대보다 더 강하게 자리 잡은 이들은 과거의 관성이라도 문제 있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저항한다. 선배 입장에선 이를 불편하게 여긴다. 선배들은 과거의 방식이 안 통하니, 후배인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통제하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왜 회식문화를 기피할까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회식 문화다. 술 마시면서 단합과 소통을 한다는 게 기성세대가 회식에 대해 가진 생각일지 몰라도, 밀레니얼 세대는 평소 사무실에서도 안 되던 소통을 술자리에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못마땅하다. 거기에 술 취한 상사의 잔소리나 술 마시기 강권 등도 폭력적이라 여긴다. 팀장인 기성세대 직장인은 ‘혼냈으니 술 사주며 풀어줘야지’ 혹은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회식으로 풀어야지’의 태도로 회식을 바라본다. 그에 반해 팀원인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은 ‘혼난 것도 힘든데 회식까지 하면서 더 힘들게 하네’, ‘일하느라 고생했다면서 일찍 퇴근시켜주진 못할망정 술로 괴롭히네’라는 상반된 태도를 갖는다.
분명 기성세대 팀장의 의도는 순수하다. 격려하고 싶고 치하하고 싶은 의도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방법을 바꿔야 한다. 더 이상 고기 먹고 술 먹는 회식이 밀레니얼 세대에겐 즐겁지 않다. 모두가 함께 일률적으로 술 마시는 문화도 불편하고, 술을 강권하는 것도 불편하다. 술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내놓고 친해진다는 것도 기성세대 방식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술 없이도 즐겁게 놀 줄 안다. 맨 정신에도 자신의 속마음을 적극 표현한다. 자기주장도 강하고 의사소통에 능하다. 굳이 술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고, 오히려 술 마시고 진심인 양 주정 부리는 걸 싫어하기도 한다. 솔직히 우리의 회식문화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자 군대 문화의 일부다. 상하관계 속에서 술로 질서를 잡는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구시대적이다. 조직의 단합과 소통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걸 술 먹는 회식으로 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바꿀 순 없을까? 회식비는 회사의 비용이다. 즉 회식의 효과가 없다면 굳이 회식비를 줄 필요가 없다. 회사가 회식비를 없애기 전에 직장인들로선 효과가 있을 단합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대차이보다 시대차이가 더 맞다
당신의 여자 후배가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을 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까? 그동안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던가? 외모에 대한 칭찬을 통해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외모에 대한 말은 칭찬이든 비판이든 모두 하면 안 된다. 후배는 당신에게 외모 평가받으려고 출근한 게 아니다. 그러니 후배가 뭘 입었건, 아무 말 안 하는 게 좋다. 입장 바꿔서 당신이 늘 외모를 평가받고 지적당하면 어떻겠는가? 입장 바꿔보면 절대 하면 안 될 일인 걸 안다. 과거엔 이런 게 문제가 안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부당하지 않아서 문제가 안 된 게 아니다. 평생직장이란 굴레와 상하관계가 견고하던 한국식 조직 문화 탓에 부당함에 대해 저항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과거에도 문제였고 지금도 문제인 건 마찬가지란 말이다.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혁신이다
우린 퇴근 앞에 ‘칼’을 붙이고 ‘정시’를 붙여서 ‘칼퇴근’, ‘정시 퇴근’ 같은 말을 쓴다. 정시에 하는 퇴근 자체가 힘드니 앞에서 뭘 갖다 붙여서 그 의미를 강조하는 셈인데, 사실 퇴근은 그냥 퇴근일 뿐이다. 출근과 퇴근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이자 보장된 계약이다. 휴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기업들은 평균 연차가 2주일 정도 되지만 실제 휴가를 소진하는 건 평균 1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휴가를 반납하고 일하는 걸 미덕으로 여긴 과거의 조직 문화 탓이다. 만성적 야근도 마찬가지다. 노동 시간이 길고 수시로 야근을 반복한다.
김용섭 님은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며,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대한민국 세대 분석 보고서』 외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