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서울시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전열기에서 불이 옮겨 붙어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참사가 일어났다. 고시원이 위치한 청계천변은 과거에 판잣집이 몰려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산책로와 관광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오래된 주거지가 고급 아파트로 탈바꿈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열악한 주거로 인한 고통은 소수의 문제거나 과거의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하는 우리 사회에서 주택조차 아닌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최저주거기준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와 관련된 최소한의 기준으로 최저주거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은 가구원 수별 최소 면적 기준, 최소 방수 기준, 주택의 필수 시설 기준으로 측정한다. 최소 면적 기준은 1인 가구의 경우 14㎡로 1인 가구가 이보다 좁은 면적에 거주하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것이다. 만약 재래식 부엌이나 재래식 화장실을 쓰고 있거나, 입식 부엌,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었더라도 다른 가구와 공동으로 이를 사용해야 한다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된다1. 1995년에는 전국적으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46.3%로 절반에 가까웠지만, 2010년에 들어서는 11.8%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그러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2000년대 후반 들어 주택 이외의 거처(이하 비주택) 거주 가구가 크게 증가했다.
실효성 부족한 주거복지 정책
대표적인 주거 상향이동 정책은 열악한 비주택 거주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2이다. 임대주택의 한 유형인 매입임대주택 또는 전세임 대주택을 비주택 거주자에게 더 저렴한 보증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복지 정책이다. LH공사 기준으로 고시원이나 쪽방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50만 원의 보증금만으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에 입주 할 수 있도록 보증금의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이 이 정책의 특징이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잘만 활용 하면 비주택 거주자들을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킬 수 있을 것만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먼저 공급 물량이 매우 적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 다. 국토교통부 예산안에 따르면 매입임대주택의 2019년 공급량은 23,520호이지만,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에 배정된 물량은 2,000호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26,580호로 전체 공급량이 늘어나지만 주거취약계층 물량은 2,000호로 동일하다. 투입되는 금액으로 보면 2019년에는 전체 매입임대주택 예산의 7.5%, 2020년에는 6.2%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에서 정한 호당 매 입단가가 일정 금액으로 정해져 있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곳에 매입임대주택의 공급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지역은 공급이 부진한 경향이 있다.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하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취약계층 밀집지역에서 복지정보를 얻기 좋고 복지서비스가 집중되기 때문인데,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매입임대주택이 없으면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전세임대주택은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주택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스스로 주택을 물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특히 독신 취약계층에게는 임대인이 임대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편, 고시원이나 쪽방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이주 외에 리모델링이나 개보수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정책도 있다. 저렴쪽방 사업이나 고시원을 리모델링하여 공급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임대료 부담을 상승시키지 않으면서, 지금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주거지원 정책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공이나 공공의 지원을 받는 사업주체가 소유권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나, 쪽방이나 고시원으로 인한 수익이 일정 정도 유지되는 한 매입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비적정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국내의 헌법 및 주거기본법, 우리 정부가 비준한 UN사 회권규약에서는 누구에게나 적절한 거처에서 살 수 있는 권리 즉,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적정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있었지만 한계가 뚜렷한 만큼,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주거품질 확보 필요
주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 마다 규제로 인해 오히려 주택이 부족해진다거나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는 비판적인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더 근본적으로는 도시 내 저렴 주거지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뉴타운 사업처럼 도시 내 오래된 저렴 주거지들을 아파트로 바꿔버리는 개발은 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시 밖 혹은 도시 내의 더 열악한 거처로 내몰아 저 렴 주거지를 중산층 이상의 주거지로 재편해버렸다. 지금까지 전면 개발을 통해 도시의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해왔다면 이제는 도시 내 저렴 주거 재고가 일정 수준 이상 감소하지 않도록, 이러한 주거지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개량을 지원해 주거 품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저렴 주거지를 보존한다면 비적정 주거와 중산층 주거지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도시의 다양성과 생기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 공동사용 여부는 주거실태조사를 할 때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응답자들이 혼란을 겪는 기준이다. 간혹 우리 집은 여러 명이 같이 화장실을 쓴다는 이유로 공동사용에 응답하는 응답자들이 있다. 여러 명이 부엌·화장실·욕실을 사용하더라도 한 가구이면 공용사용이 아니라 단독사용으로 판단한다.
2) 2019년 7월자로 사업명이 주거사다리 지원사업으로 개편되었으나 지원내용은 동일하며 기존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3)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5조제1항제2호
김기태 님은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