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길이 번지는 현장에서, 소방관은 불만 끄는 사람이 아니었다.
문을 두드리고, 손을 잡고, "나가야 합니다"를 반복하며 사람을 설득했다. 초고령사회의 재난은 이미 달라졌다. 정보도, 이동도, 마음도, 취약한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지는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Q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장애가 있는 주민, 혼자 사는 어르신 등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동 수단, 인력, 시간, 설득, 위치 파악 등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힌 어려움이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A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취약계층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한된 시간과 여건 속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면서도 빠르게 대피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대피를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노부부는 집으로 번지는 불을 바가지로 직접 끄고 계셨고, 여러 차례 대피를 권유했음에도 집을 지켜야 한다며 완강히 거절하셨습니다.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Q 재난 상황에서는 ‘빨리 대피하라’는 안내가 중요하지만, 고령자에게 그 정보가 실제로 닿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식은 무엇이었습니까? 또 정보 전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A 현장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직접 방문을 통한 대피 안내’였습니다. 재난안내문자와 마을 방송이 여러 차례 실시됐지만, 고령의 주민들은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문자를 즉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청력이 좋지 않아 방송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문자나 방송만으로는 대피 유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Q 긴급한 구조와 대피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고령자의 의사를 듣고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안 나가겠다”, “집이나 가축을 두고 갈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 있었는지, 그런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합니다.
A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의 터전이고 생계와도 직결된 공간이다 보니,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쉽게 떠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순히 대피를 안내하기보다, 현재 재난 상황과 산불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불길의 확산 속도와 예상 이동 경로, 현재 위치의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마을 이장이나 이웃 주민, 유관기관 복지 담당자 등 평소 신뢰 관계가 형성된 분들과 함께 설득하는 방법도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대피를 거부하시는 경우에는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소방과 경찰이 협력하여 강제 대피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Q 이번 대응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서는 재난 대응 방식이나 매뉴얼도 달라져야 한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이번 산불 대응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서는 기존의 재난 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대피소를 지정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대피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소방뿐만 아니라 경찰, 보건소,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평상시 반복적인 대피훈련과 점검을 통해 실제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Q 불이 꺼진 뒤에도 피해 주민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산불 이후 고령 주민들에게 가장 오래 남는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셨습니까?
A 산불 이후 피해 지역을 순찰하면서 느낀 것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어려움이 불이 꺼진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장 거주할 공간과 생계 문제도 중요하지만, 고령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쌓아온 생활 기반과 공동체를 잃었다는 정신적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집이 불타 사라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집에 담긴 삶의 기억과 일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이 고령 주민들께는 더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외로움과 불안,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이어지고, 작은 불씨나 연기만 보여도 불안감을 느끼는 트라우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산불 이후 지원은 주거와 생계 복구에 그치지 않고, 심리 치료와 공동체 회복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꼭 바뀌어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A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민 교육과 마을 단위 대피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글_ 편집실
인터뷰 협조_ 소방교 정재준ㅣ경상북도소방본부 안동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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