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 2023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 현장사진,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에게, 다양한 주거 현장을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Q ‘기후위기’와 ‘주거권’은 얼핏 보면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후위기가 왜 집의 문제이고, 주거권의 문제인지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여름날 그늘 없는 땡볕을 걷기가 해마다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강력한 한파가 찾아오고, 폭우와 산사태, 며칠씩 꺼지지 않는 산불, 경험하지 못했던 강한 바람과 가뭄,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까지 기후위기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동과 노인은 집에서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보냅니다. 기후위기가 사람이 살기에 위험한 집들을 먼저 찾아 덮치고 있습니다. 단열이라는 개념조차 자리잡지 않았던 시기에 지어진 쪽방을 비롯한 노후주택에서는 폭염과 한파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합니다. 재난 발생시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지하와 고시원에서는 수재와 화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서초구 우면산과 2026년 8월 거제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파트도 기후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주거권은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집에서 살 권리입니다.

Q 실태조사를 위해 침수·산불 피해지역, 쪽방, 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숙소 등 여러 주거 현장을 살펴보셨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사례가 있었나요?
A 2022년 8월 8일 관악구 지하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낮은 곳에서 아동과 발달장애인, 여성 노동자 일가족 3명이 119 구조를 기다리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지대의 고층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세찬 비가 내리는 하루였을지도 모릅니다.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그 집이 저지대 상습 침수지역에 위치해 있고, 폭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천장 가까이까지 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으로 위험한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태조사를 통해 참사 현장 인근에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는 지하주택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날과 같은 기록적인 폭우가 다시 내린다면, 지하주택은 순식간에 물에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한 차수판을 설치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입니다. 구조적으로 위험한 지하주택들은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집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Q 냉난방기가 있어도 요금이 걱정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은 어떤 상태를 말하며, 왜 단순히 생활비가 부족한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걸까요?
A 폭염과 한파가 되풀이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집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를 넘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은 소득이 부족해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소득뿐 아니라 주택의 성능과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종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Q 기후위기에 취약한 집에서 사는 문제를 개인의 형편이나 선택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재해·재난 구호 전문가가 전해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2024년 7월 청양군에 폭우와 함께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산 아래 위험한 곳에 살던 노부부는 “죽어도 우리 집에서 죽겠다”고 하시며 아무리 설득해도 대피를 거부하셨다고 합니다.
Q 노후주택 소유자 가운데는 그린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기존 주택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왜 중요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까요?
A 헌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개발 방식입니다. 모든 지역에서 유효한 해법도 아닙니다.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실태조사 이후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기후위기와 주거권의 관계를 다시 이야기한다면 당시보다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A 2026년 여름 경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2025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생활하던 안동과 의성의 임시주택 20동이 침수됐다고 합니다. 재난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재난 이후에도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 것입니다.

정리_ 편집실
인터뷰 협조_ 최은영 | 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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