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당국이 왕실 모독죄(lèse-majesté) 개정안을 발의한 야당 정치인 44명을 기소할 예정이며, 이는 정치 활동 평생 금지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가 오늘 밝혔다.
2026년 4월 24일, 대법원 정치인 형사부는 국가반부패위원회가 제출한 사건을 접수하였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해산된 야당인 전진당(Move Forward Party) 소속 정치인 44명이 형법 제112조인 왕실 모독죄 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국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민주주의 정부 체제를 옹호하고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레인 피어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지부장은 “야당 정치인 기소를 통해 태국 당국은 오남용되고 있는 왕실 모독죄는 이 법이 보호하려는 왕실만큼이나 신성불가침한 존재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정치적 의도로 점철된 이번 사건은 인권 존중과 민주적 통치 체제를 회복하려는 태국의 불안정한 노력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소된 44명에는 전직 전진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나따퐁 루앙빤야웃 당대표를 포함한 야당 인민당(People’s Party) 소속의 현직 국회의원 10명과 기타 핵심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위반 건당 3년에서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왕실 모독죄의 지속적인 사용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표현의 자유 탄압과 인권 위기2014년 군사 쿠데타 이후 태국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 권리를 행사한 1,997명을 기소했으며, 이 중 최소 291명에게는 왕실 모독 혐의가 적용되었다. 태국 당국은 종종 왕실 비판론자들을 재판 전 보석 허가 없이 수개월 동안 구금해 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왕실 모독죄를 악용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 역시 태국 내에서는 심각한 후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헌법재판소는 야당 정치인들의 왕실 모독죄 개정 캠페인이 국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태국의 입헌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을 근거로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전진당을 해산하고 당 지도부에게 10년간의 정치 활동 금지 처분을 내렸다. 2026년 2월, 방콕 형사법원은 저명한 표현의 자유 활동가인 핌시리 페차남롭에게 징역 32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왕실 모독죄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2017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성명을 인용해 연설했다는 이유로 왕실 모독죄 혐의를 받았다.
국제인권법 위반과 국제 사회의 역할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들 44명의 정치인에게 내려지는 어떠한 처벌이나 정치 활동 평생 금지 조치는 태국이 1996년 비준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자유권규약)’에 따라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및 민주적 참여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일반논평 제34호를 통해, 왕실 모독죄와 같은 법률이 “비난의 대상이 된 인물의 신분만을 근거로 더 엄격한 처벌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으며, 정부는 “기관에 대한 비판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태국은 2021년 UPR 당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여러 권고를 수용했으나, 이를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인권이사회는 오는 11월 태국에 대한 차기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피어슨 지부장은 “유엔과 관련국 정부는 태국에 근본적인 자유를 억압하기보다 표현의 자유를 증진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며, “태국 정부는 44명의 야당 정치인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왕실 모독죄에 대한 진지하고 공개적인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강력한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