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동향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전반의 인권 이슈와 정책, 제도 동향을 소개합니다. 국제사회의 인권 논의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에게는 인권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국제적 관점을, 인권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는 세계 인권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공합니다. 국제인권동향은 국제 기준에 기반한 인권 보호와 증진을 함께 고민하는 소통의 창입니다. |
|
|
이달의 소식 1. [발전권] 투쟁으로 세운 이정표: 반인종주의와 발전권은 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가 2. [여성인권/분쟁과 인권] 수단 무력분쟁 3년째...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성폭력 3. [아동인권] 이탈리아 상원, 교내 성교육에 부모 동의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 4. [정보인권] 잠재적 범죄자 찍어내는 인공지능? '리스크 프로파일링' 당장 금지해야 |
|
|
1.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소식 [발전권] 투쟁으로 세운 이정표: 반인종주의와 발전권은 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가
사회적 영향 및 인권 전략 전문가인 에짐 다이크는 유엔 ‘발전권 전문가 메커니즘(EMRTD)’ 연례 회의에서 "과거 발전 분야는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을 산업화가 아닌 '현대화'의 길로 이끌기 위해 고안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대중적 담론에서 현대화가 곧 서구화이자 백인화로 인식되어 왔음을 비판하며, 인종이나 젠더 중립적인 발전이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발전의 개념을 새롭게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진화하는 인권 의제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보니 이바워 교수는 국제 인권의 초기 초점이 20세기 중반 유럽의 위기에서 비롯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만 국한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탈식민지 국가들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로 프레임워크를 확장했고, 그 결과 1986년 유엔 총회에서 발전권을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으로 선언한 ‘발전권 선언(DRTD)’이 채택되었다.
또한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채택된 ‘더반 선언 및 행동계획’은 전 세계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대응하는 가장 포괄적인 계획이다. 더반 선언은 역사적 불의가 오늘날의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했음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촉구한다. 따라서 발전권 선언과 더반 선언은 어느 하나도 홀로 달성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와 관련하여 레이첼 바루스 브라질 인종평등부 장관은 최근 2026년 3월 25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역사적인 결정인 '노예화된 아프리카인 매매 및 인종화된 가택 노예제를 인류에 반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선언한 결의'를 언급했다. 바루스 장관은 이것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 오랫동안 미뤄왔던 '배상'에 대한 법적·윤리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 평가했다. 그녀는 구조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을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으며, 특히 기후 위기에 취약계층 공동체가 불균형하게 노출되는 '환경적 인종차별'을 시정하고 배상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곧 발전권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정에서 실행으로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라디카 발라크리슈난 교수는 두 선언이 각각 국가 간의 불평등과 국가 내부의 불평등을 다루며 서로를 보완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바워 교수는 두 선언이 채택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언적 인정'과 '실제적 변화'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전 세계에 뿌리 깊은 구조적 인종차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바워 교수는 인종화된 소수자 집단과 이들을 대변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단순히 정책을 따르는 역할을 넘어, 다자기구 및 양자기구의 수장과 같은 리더십 위치에 올라 감시와 책무성 프로세스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야만 구조적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적 전환의 달성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해체해야 한다. 겔프 대학교의 멜리사 페로 교수는 데이터 추출과 알고리즘 설계, 선주민들의 동의 없는 외부 지식 체계의 강요를 통해 식민지적 권력이 연장되는 이른바 '기술적 식민주의'를 경고했다. 페로 교수는 과거의 과오를 거울삼아 인공지능 개발이 취약계층의 정의와 평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커모디티즈(African Commodities LLC)의 설립자 차피 바카리는 발전의 중심에 사람을 두어야 하며 결과의 실질적인 체감도가 중요하다고 말했고, 루이 미셸 전 벨기에 외무장관 역시 개발 원조가 시혜성 자선에서 벗어나 공여국과 수혜국 간의 '대등하고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바워 교수는 배제와 소외가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거짓 약속에 전 세계 시민들이 저항하고 있다며,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투쟁으로 세워진 두 선언의 가치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독려했다. 그는 인류를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유엔이 창설되었다는 다그 함마르셸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며 의연한 개혁의 지속을 당부했다. |
|
|
2.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소식 [여성인권/분쟁과 인권] 수단 무력분쟁 3년째...전쟁 무기로 사용되는 성폭력
수단 무력분쟁 상황에서 분쟁 관련 성폭력은 그 규모, 빈도, 잔혹성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심각하다. 강간, 집단 강간, 성노예, 강제 결, 그 외 다른 형태의 성폭력은 지난 3년간 이어진 전쟁의 특징이 되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최근 발표한 수단의 인권상황 보고서에서는 분쟁 관련 성폭력이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는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패턴을 고발했다. 성폭력은 민간인들에게 공포와 트라우마를 심어주기 위한 전술이자, 보복성 공격 및 민족적 적대감에 기반한 폭력으로 널리 악용된다. 이는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리 펑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수단사무소장은 "성폭력이 남긴 상처와 그 여파는 한 사람의 평생을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라고 참상을 전한다. 그는 이어 "생존자들은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트라우마, 원치 않는 임신, 사회적 차별,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공동체로부터의 배제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의 분쟁이 시작된 2023년 4월 15일부터 2026년 4월 중순까지의 3년 동안을 다룬다. 이 기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수단의 18개 주 중 16개 주에서 최소 838명의 피해자에게 영향을 미친 546건의 분쟁 관련 성폭력 사건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이렇게 검증된 수치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과 피해자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과 여아였으나, 남성과 남아 피해자도 다수 파악되었다.
리 펑 사무소장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낙인, 치안 불안, 그리고 필수 행정·의료 서비스의 붕괴로 인해 이 비극의 진짜 규모는 여전히 장막 뒤에 가려져 있다”라고 짚었다. 그녀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전하며, “한 생존자는 우리에게 '아직도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잠을 잘 수도 없고, 결코 잊을 수가 없다'며 울부짖었다”라고 전했다.
리 펑 대표는 “우리는 집단 강간, 성노예제, 납치 및 인신매매, 구금 시설 내에서의 성적 고문, 강간으로 인한 임신 사례들을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어린 소녀들의 피해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참혹한 범죄들은 마을과 도시를 습격하는 과정이나 국내실향민 캠프 안팎, 가택 수색 과정, 검문소와 피난 과정 등에서 발생했으며, 흔히 다른 심각한 인권 침해 및 학대 행위와 동시에 자행되었다”고 고발했다.
지난 3년간 성폭력 범죄에 대한 보고는 분쟁의 지리적 확산 및 피난 경로의 전개 양상과 궤를 같이해 왔다. 기록된 가해자 명단에는 이번 분쟁에 연루된 모든 교전 당사자와 무장 세력이 망라되어 있다
민족 말살의 수단이 된 언어적 폭력과 착취 보고서는 민족적 적대감에 기반한 공격이 이루어지는 동안 가해자들이 사용한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히 고발한다. 한 여성은 집단 강간을 당하기 직전 가해자들로부터 "네가 마살리트(Masalit) 족이라면, 오늘 너를 도살해 버리겠다"라는 협박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는 “성폭력뿐만 아니라 성노예제 역시 가해자들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악용되었으며, 전투원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가사 노동이나 다른 형태의 강제 노역을 부과했다. 이러한 범죄들은 빈번하게 집단으로 자행되었으며, 다른 인권 침해 행위들과 복합적으로 일어났다”고 적시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많은 이들, 특히 집단 강간을 당한 생존자들은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보건 의료 시설이 파괴되거나 작동하지 않았고, 치안 불안과 이동 제한까지 겹치면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러한 권리 침해는 시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면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사법 개혁의 필요성 가해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면책' 관행은 여전히 팽배하며, 이는 또 다른 인권 침해와 학대를 조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분쟁 관련 성폭력에 대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지휘 책임을 지는 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가해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폭력이나 기타 국제 범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면 조항도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리 펑 소장은 국제 사회를 향해 분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의 근간에 '책임자 처벌'과 '책무성 규명'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것만이 수단에 깊게 박힌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뿌리내리게 할 유일한 길”이라고 짚었다.
사법 정의와 피해자 중심의 대응, 그리고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통해 성폭력의 패턴과 그 폐해를 뿌리 뽑지 못한다면, 수단의 평화와 사회적 결속은 향후 수년 동안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
|
|
3. 휴먼라이츠워치 소식 [아동인권] 이탈리아 상원, 교내 성교육에 부모 동의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
이탈리아 상원이 최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발디타라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아동과 청소년이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률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기 전 부모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초등학교에서는 성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을 제안한 주세페 발디타라 교육부 장관은 상원 표결이 끝난 후, 법의 목적이 아동을 '젠더 프로파간다가 유발하는 혼란으로부터 보호'하고 '자녀의 성별 정체성에 대한 발언권을 부모에게 되돌려주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발디타라 장관은 생물학적 성교육의 경우 앞으로 과학 교과 수업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적 성교육은 보편적 인권 기준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이 교육과 정보, 건강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탈리아 역시 이러한 보편적 인권 기준을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유엔 교육권 특별보고관은 성교육이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으며, 모든 아동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유럽 국가와 상반된 행보, 정보 공백에 놓인 아이들대다수 유럽 국가와 달리 이탈리아는 원래도 성교육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함께 2025년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아동 중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반면 이탈리아 아동의 57%는 성매개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학교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이탈리아 학부모의 95%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성과 관계에 대한 교육이 유용하다고 답했으며, 91%는 이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서는 성교육이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 학교는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성교육 활동에 대해 이미 부모의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법은 그 요건을 까다로울 정도로 강화했다. 이제 학교는 모든 성교육 계획을 학부모에게 사전에 통지해야 하고 외부 강사가 누구인지 밝혀야 하며, 강의 자료를 수업 일주일 전에 공유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성교육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체 활동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행정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성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전면 취소해 버리는 상황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포괄적 성교육이 주는 긍정적 효과와 국가의 책무포괄적 성교육은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신체와 인간관계, 동의의 개념, 성 및 재생산 건강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성과 관련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주고, 성매개 감염병이 확산되는 위험도 낮춰준다. 나아가 인권과 성평등 원칙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침으로써, 궁극적으로 젠더 기반 폭력을 예방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자신을 안전하고 건강하며 주체적인 역량을 갖춘 인격체로 성장시켜 줄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권리가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교육 현장에 새로운 장벽을 세울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동의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를 배우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한다. |
|
|
4. 국제앰네스티 소식 [정보인권] 잠재적 범죄자 찍어내는 인공지능? '리스크 프로파일링' 당장 금지해야
공공기관이 법 집행이나 사회 보장 급여 지급, 이주·이민 관리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리스크 프로파일링(위험도 평가) 시스템'이 국제 인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당장 퇴출당해야 한다는 국제 앰네스티의 신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리스크 프로파일링이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앞으로 법이나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사전에 예측하는 기법을 말한다. 각국 정부는 실제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잠재적 범죄자'를 식별하겠다는 명목으로 이 시스템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예측 과정이 빠르게 자동화되는 추세인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잇따르고 있다. 리스크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국제 인권 기준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정밀 검증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스템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덴마크의 사회 보장 급여 부정수급 조사, 프랑스의 체류 허가 심사, 네덜란드의 사회 보장 기금 부정행위 탐지 시스템을 비롯해 호주의 자동 채무 회수 프로그램 등에 실제로 도입되어 쓰이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예산을 아낄 수 있으며, 사기 등의 범죄를 예방하고 이주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앞세운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정책적 허구임이 드러났다. 실증적인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빈곤을 비롯한 복잡한 사회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자동화된 배분과 감시’로 처리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정 효율성’ 문제로 변질시키는 편리한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 집행이나 사회 보장, 이민 심사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영역에서 리스크 프로파일링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억울하게 범죄자 낙인이 찍힌 사람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심한 경우 주거지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강제 추방을 당하기도 한다. 정당한 사회 보장 혜택을 거부당하는 것은 물론, 죄 없이 투옥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차별과 교차적 영향각국 정부는 이 기술이 인간의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인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보고서는 이 시스템이 자행하는 차별적이고 구조적인 부작용에 주목했다. 이 기술은 평등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며 인종, 민족,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장애 여부에 따른 차별을 오히려 고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잔인하게 무너지는 이들은 사회적 소외계층이다. 인종화된 소수자, 무슬림, 이동하는 사람들, 장애인이나 만성 질환자, 그리고 저소득층일수록 알고리즘에 의해 ‘의심스러운 대상’으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 이들은 일상적인 감시 체계 아래 놓이게 되며, 결국 삶을 뒤흔드는 가혹한 행정 처분의 희생양이 된다.
알고리즘의 편향성은 단순히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범죄나 사기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아무리 정당할지라도, 이 시스템이 특정 지역사회 전체를 샅샅이 감시하는 핑계로 악용된다면 그로 인한 인권 파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앰네스티 조사 결과, 정부가 리스크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류나 왜곡을 걸러낼 수 있는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부는 이 시스템이 범죄나 부정수급을 막는 비용 효율성이 좋은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 도구들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끊임없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특정 개인이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지, 혹은 사회 보장 제도를 악용할지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필요한 완벽한 데이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의 복잡한 행동 양식을 수치로 측정하고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스템은 결국 엉뚱하고 편향된 대체 지표를 끌어다 쓰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단순히 ‘과거 체포 이력’을 기준 삼거나, 복잡한 급여 신청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실수’를 고의적인 부정수급 징후로 단정 짓는 식이다. 그 화살은 고스란히 인종화된 소수자와 취약계층 공동체로 향한다.
이처럼 리스크 프로파일링 모델은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며, 무고한 이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는 이어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리스크 프로파일링 알고리즘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환상이다. 인간의 삶이 투영된 데이터는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정부가 과거의 축적된 사회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려 든다면,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차별받아온 취약계층을 다시 표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과거의 불평등을 그대로 학습해 미래에 더 큰 불의를 재생산하는 꼴이다. 사회적 모순과 문제는 기술적인 장치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이 수집한 수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리스크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다층적 차별과 소외를 겪고 있는 취약계층일수록 더 위험한 범죄 집단이나 재정적 리스크가 높은 대상으로 자동 분류하고 있었다.
리스크 프로파일링은 금지되어야출입국 및 이주 관리, 사회 보장 부정수급 탐지, 범죄 통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리스크 프로파일링은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이든 규칙 기반이든 관계없이,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하는 엄중한 영역에서는 설령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예측형 프로파일링과 위험도 평가 시스템의 사용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각국 정부는 이 금지 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제정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당국은 해당 시스템의 사용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개발과 생산, 판매 역시 전면 멈춰야 한다. |
|
|
주요 국제회의 일정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6.15~ 7.10 제62차 인권이사회 7.13~7.17 제1차 노인권리에 관한 정부간 실무그룹 회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