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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관련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담당부서 : 아동청소년인권과 등록일 : 2026-03-31 조회 : 9568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관련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소년사법을 둘러싼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상한연령(형사책임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논의가 진행된 데 이어, 최근 시민참여단 숙의나 공개 포럼 개최 등 이른바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책 도입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공론화 과정에서 다음의 사항들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기를 바라며 성명을 발표합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되는 소년범죄의 증가나 저연령화, 흉포화 등의 주장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10여년간 성인범죄 대비 지속·폭발적인 증가나, 소년범죄 전반의 구조적인 급증을 일반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주장 역시 통계와 상충하는 지점이 적지 않습니다. 10~13세 저연령 소년범죄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감소 또는 정체 추세를 보여 왔고, 소년범죄에서 가장 큰 비중은 여전히 경미한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일부 지표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하여 소년범죄 급증·저연령화·흉포화로 일반화하는 것은 현실을 과장 해석할 위험이 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인한 소년범죄 예방이나 감소 효과 역시, 국내외 연구를 종합할 때 충분히 입증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형사미성년자를 조기에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은 낙인과 사회적 배제, 보호·교육의 기회 상실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재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다수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습니다.

 

○ 촉법소년이 법의 보호막 뒤에 아무런 제재 없이 숨고 있다는 인식은 현행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촉법소년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10세 이상은 보호관찰, 시설 감호위탁, 단기 소년원 송치 등 자유와 행동이 엄격히 제한되는 소년보호처분이 적용될 수 있고, 12세 이상은 최대 2년까지 장기 소년원 송치도 가능하여 실질적인 형벌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정작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근본적인 질문을 뒤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특히 우려됩니다. 많은 연구들은 소년범죄의 배경에는 빈곤과 불평등, 가정의 위기, 방임과 학대, 학교와 지역사회 안전망의 부재, 정신건강과 발달적 특성에 대한 적절한 지원 부족 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년범죄 예방의 핵심은 돌봄, 교육과 복지, 정신건강 지원, 위기 가정에 대한 조기 개입과 맞춤형 지원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연령 하향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 아동이 지닌 발달 단계와 취약성을 고려한 사회적 투자의 강화, 소년사법 관련 통계 구축, 회복과 교육, 재사회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예방·회복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 국제인권기준 역시 소년범죄 대응에 있어 처벌 강화와 연령 하향이 아니라, 아동의 권리 보장과 회복·재사회화 중심의 소년사법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4(2019)에서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높이고 이미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을 채택한 국가는 그 연령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고. 가능한 한 아동을 형사절차 밖으로 전환하고, 소년사법제도는 교육·돌봄·재사회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그동안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표명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아동에게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지는 않은지 숙고해야 하며, 아동은 단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를 가진 인격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 관련 공론화 과정이, 소년범죄를 엄벌해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교육·돌봄·복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연령 하향이 아닌 소년사법을 둘러싼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2026. 3. 31.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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