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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4주년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담당부서 : 아동청소년인권과 등록일 : 2026-05-04 조회 : 1459

 

어린이날 104주년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아동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경쟁과 통제, 처벌이 아닌

권리와 보호, 회복의 원리에 기초해야 -

오늘은 104주년을 맞이하는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의 의미는 아동을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이자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제도와 문화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실제로 보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국제인권규범이나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모든 정책과 제도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에 충분히 미치지 못합니다. 유니세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동의 웰빙 수준은 주요 국가에 비해 낮고(36개국 가운데 27), 특히 학업 능력은 4위로 높은 반면 정신적 건강은 34위로 최하위권이며 육체적 건강은 28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삶의 만족도 또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연평균 40여명에 이릅니다. 이는 아동이 경쟁에서는 앞서 있을지라도 삶의 안정감과 안전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여전히 권리의 주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른바 ‘4?7세 고시로 불리는 극단적인 조기 사교육의 확산은 심각한 아동인권 문제입니다. 이러한 과도한 선행학습은 아동의 놀이·휴식·자기표현의 시간을 박탈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합니다. 아동의 성장은 경쟁의 속도가 아니라 존중받는 시간의 밀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보다 실효적인 대응도 중요합니다.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영유아는 학대 징후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발견되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며, 아동학대가 주로 가까운 관계 안에서 반복된다는 점은 아동학대 대응이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위험 신호 조기 포착과 공적 개입 강화, 아동 안전을 담보할 쉼터 등 인프라 확충과 피해아동 회복 지원, 현장 인력 확충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동은 체벌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으며,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훈육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또한 학교는 아동의 인권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인권감수성과 상호존중을 배우고 민주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곳입니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육활동을 대립적인 관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사의 인권이 존중받는 환경이 조성될 때 아동의 인권도 최대한 보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교를 인권친화적으로 만드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최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식은 범죄 예방에 실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낙인과 차별을 확대하고 아동을 더 이른 나이에 형벌 체계로 내몰 우려가 있습니다. 많은 연구는 소년범죄의 배경에 빈곤과 불평등, 가정의 위기, 돌봄 공백 등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법은 처벌 강화가 아니라, 범죄 배경의 조기 발견과 통합지원, 교육적 개입과 회복적 사법을 통해 이들이 다시 공동체 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돕는 사회적 지원 체계의 강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지향해야 할 방향은 더 이른 처벌이 아니라 더 두터운 회복의 기회입니다.

 

과잉경쟁 교육, 아동학대, 인권친화적 학교, 소년사법 문제는 서로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아동을 둘러싼 정책과 제도는 경쟁과 통제, 처벌이 아니라 권리와 존중, 보호와 회복의 원리에 기초해야 합니다. 이것이 아동의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국가와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인권위 또한 모든 아동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맡은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2026. 5. 5.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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