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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진료 개인정보 제공은 사생활 비밀 침해 행위”

  • 담당부서홍보협력팀
  • 등록일2002-07-30
  • 조회수4781
경찰청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징계 및 피해자 손해배상 등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문모씨 등 15명이 경찰청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을 상대로 진정한 ‘정신과진료 개인정보 제공 및 이용’ 사건과 관련, 7월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찰청에 정신과진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경찰청이 이를 수시적성검사의 자료로 이용한 것은 위법행위이며 헌법 제17조에 명시된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경찰청장 등 관계 공무원을 징계할 것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 관계 직원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경찰청이 감사원 권고를 빌미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공받아 관리하고 있는 자료(수시적성검사대상자 명단)의 삭제자료를 이용한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의 중지 권고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과 국민건강보험이사장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손해배상사생활 비밀 및 인권침해 사례의 재발방지에 필요한 조치(직원 인권교육 등) 이행을 권고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후 진료비 청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개인정보가 경찰청으로 넘어가서 수시적성검사 통보 대상자 선정 자료로 사용되어, 영문도 모른 채 12,800여 명이 검사 대상자로 통보받고(2002. 5~6.) 이중 3,000여 명이 수시적성검사를 받게 된 내용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감사원이 2001년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정신질환자, 간질병 환자 등의 진료명세를 요청한 뒤, 2001년 9월에는 경찰청장에게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 25,510 명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자료를 통보받아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지정여부를 정하도록 권고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경찰청은 2001년 5월과 200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의 권고 등을 근거로 들면서 특수상병(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와 정신분열증)의 총 진료일수(투약일수 기준)가 180일(1998. 10~2001. 12.) 이상인 사람 13,328 명에 대한 전산정보 제공을 요청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생활의 비밀은 정신과 치료 병력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정신과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감안할 때, 일정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질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진정인들 역시 정신과 치료 사실을 주변인들은 물론 가족에까지 숨기고 있었으며, 타인에게 치료 사실이 공개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진정인들의 주치의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개인정보가 공개된 이후 치료를 중단하거나 증상이 악화되었으며, 정신과 치료 사실이 아내에게 알려져 이혼 위기에 처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중대한 개인정보를 다량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본연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경찰청에 진정인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경찰청이 이를 제공받아 본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한 행위는 진정인들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 제공 및 경찰청의 이용은 명백한 위법]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10조는 개인정보의 목적외 이용과 타 기관에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고, 다만 제2항에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당해 처리정보를 이용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2항은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기관 스스로 보유목적외 목적으로 당해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사 개인정보를 타 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당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도로교통법 제70조 제1항 등에 비추어볼 때 경찰청에 수시적성검사와 관련 있는 개인정보를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관도 아니므로 위법하며, 동법 제2항의 ‘상당한 이유’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정신병력에 관한 개인정보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공공의 이익에 명백한 위험성이 현존한다는 개연성이 입증되어야 하는 것인데, 피진정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들을 종합해볼 때 이를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제2항의 모든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병력 특히 정신과 병력의 공개는 정보주체의 권리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제공과 이용은 어느 점으로 보나 위법행위입니다.

경찰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과 관련, 감사원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의 권고(감사원법 제34조의2)는 해당 기관의 장이 자율적으로 처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안에 대한 조치이므로, 감사원 권고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검토해야 할 책임은 경찰청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수시적성검사의 목적이 안전운전에 문제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운전면허를 제한하거나 취소하는 것임을 생각할 때, 검사대상자는 과거 병력이 아닌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경찰청은 대상자들의 현 상태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없이 6개월 이상 진료 받은 자료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경찰청은 이미 도로교통법시행령 제52조의5에 따라 시도지사 등 10여개의 기관으로부터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와 관련 있는 개인정보를 통보받아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정신보건법 제24조 및 제25조와 관련하여 정신질환으로 보호자의 동의에 의하여 입원 치료 중인 사람으로 입원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에 대한 자료 및 정신질환으로 시도지사에 의하여 입원 치료 중인 사람에 대한 자료는 특별시장광역시장 및 도지사로부터 정기적으로 통보받아 수시적성검사 해당자 통보에 이용하고 있음) 따라서 경찰청이 사생활 비밀 침해와 같은 위법을 저지르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개인병력에 관한 정보를 통보받아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를 선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정책권고]

이와 동시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사원장행정자치부 장관경찰청장 등에게 정책에 대해서도 권고했습니다. 먼저 감사원장에게는 수시적성검사와 관련한 감사지적 및 권고사항이 부적절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음을 고지하고,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령의 개선과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와 관련된 법령의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서는 △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국가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규정을 최대한 명확히 할 것 △ 망자(亡者)에 대한 개인정보가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는 바, 개인정보보호법의 대상을 망자까지 확대할 것 △ 개인정보보호법의 벌칙조항을 강화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수시적성검사 관련 법령에 대해서는 △ 운전면허 결격대상을 근거가 분명한 경우로 제한할 것 △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나 병력자에 대한 차별이 없도록 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간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 차원의 프라이버시권이 무시되어 왔으며 국가기관의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가볍게 취급되어 왔는지 그 실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진정인은 15명이지만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인해 이 사건 피해자 12,800여 명의 손해배상 청구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을 계기로 향후 공권력에 의한 사생활 침해의 재발방지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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