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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공관 앞 표현의자유 침해사건

  • 담당부서홍보협력팀
  • 등록일2003-04-01
  • 조회수3713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유모씨(남․43세)가 2002년 8월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소재 주한미국대사관 정문 앞 인도에서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던 도중 경비중인 경찰로부터 제재를 받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2002년 9월 시위 당시 경비책임자인 종로경찰서장과 동경찰서 경비과장 및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나모 경감 등을 상대로 진정한 사건에 대해, 피진정인들에게 국가인권위에서 실시하는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진정인 유모씨는 2002년 8월 30일 12시15분경 평상복차림으로 미대사관 정문에서 남쪽으로 약 4~5m 떨어진 인도에서 피켓(90cm×60cm)을 들고 평화적으로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자 당시 현장경비업무를 수행 중이던 전경 4~5인이 “일반인의 통행 및 미대사관 업무수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시위장소를 미대사관 정문에서 15m 가량 떨어진 남쪽 모퉁이로 옮길 것”을 요구했으며, 유모씨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경비책임자인 서울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나모 경감은 △‘외교관계에관한비엔나협약’(이하 비엔나협약) 제22조를 근거로 “미대사관 정문 앞 1인 시위를 허용할 수 없다”며 수차례에 걸쳐 장소 이동을 종용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자 다수의 전경을 동원, 방패로 유모씨를 미대사관 남쪽 모퉁이로 밀어냈으며 △유모씨가 재차 정문 쪽으로 이동하려 하자 10여명의 전경이 이를 제지했습니다.

  1인시위 제지와 관련, 미대사관 경비책임자인 종로경찰서장은 △미대사관 정문 앞 인도는 폭이 2.5m에 불과하고 일반시민 등의 출입이 잦아, 시위자가 피켓 등을 갖고 있을 경우 통행에 불편을 가져올 수 있고 △반미시위대의 화염병․오물 투척 및 월장 등 위험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에 유모씨를 미대사관 남쪽모퉁이로 이동시킨 것은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종로경찰서장은 진정인 유모씨에 대한 조치가 비엔나협약 제22조 제2항(‘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 및 제29조(‘외교관의 신체는 불가침이다. 외교관은 어떠한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아니한다. 접수국은 상당한 경의로서 외교관을 대우하여야 하며 또한 그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여하한 침해에 대하여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와 국내법인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등을 고려한 적법한 절차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 국가인권위는 다각도의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외교통상부의 의견과 1인시위 관련 판결 및 외국의 사례 등도 참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의 조사내용과 판단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진정인이 1인시위를 벌였던 미국대사관 앞 인도는 피진정인의 주장과 달리 평소 일반시민의 통행이 드문 반면 미대사관의 경비를 위해 배치된 경찰기동대 차량 및 대원들의 밀도가 높은 곳입니다. 따라서 진정인의 1인 피켓시위가 일반인들의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며,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할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둘째, 미대사관 주변은 반미시위대의 화염병 투척 등 위험요소가 상존하고 있으므로 공관보호를 위해 경계태세 강화가 필요하지만, 진정인은 시위의 목적이 명확한 피켓을 들고 혼자서 조용히 서 있었을 뿐 공관에 위해가 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진정인의 1인시위는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 하에 일정한 장소에서 행하는 집시법상의 ‘시위’ 개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집시법상 시위금지와 관련된 조항(예 : 국가기관․외국공관 등의 경우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금지)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진정인이 통행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경범죄처벌법의 조치대상도 아닙니다.

  넷째, 비엔나협약 제22조는 접수국에게 공관의 보호를 위한 특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동 협약 제29조는 외교관에 대한 불가침권과 신체․자유․품위에 대한 침해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공관 부근에서의 1인시위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 피진정인은 유모씨의 1인시위를 단속한 이유로 △단순히 시위장소가 미대사관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줄 수 있고 △최근 미대사관이 위협받은 시위사례가 있다는 점을 들었을 뿐입니다. 결국 피진정인들은 유모씨의 1인시위가 구체적으로 미대사관에 어떠한 위협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다섯째, 비엔나협약 제1조에 규정된 ‘공관지역’은 ‘소유자 여하를 불문하고, 공관장의 주거를 포함해 공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건물의 부분 및 부속토지’를 말합니다. 하지만 유모씨의 1인시위 장소는 비엔나협약에서 규정한 공관지역이 아니고, 유모씨는 외교법상 불가침을 인정받고 있는 미대사관의 경계를 침범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유모씨의 미대사관 정문 앞 1인시위가 국내법 위반 또는 비엔나협약에 따른 경찰의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여섯째, 국가인권위는 경찰이 미대사관 정문에서 약 15m 정도 떨어진 대사관 남쪽 담장 모퉁이로 유모씨를 밀어내고 그곳에서 시위를 하도록 허용한 점에 대해 검토했습니다. 이와 관련 유모씨가 애초에 원했던 시위장소는 아니라 해도 주변 통행인들에게 시위의 목적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이자 다른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가 인정된다는 점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따라서 유모씨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시위의 시간․장소․방법 등이 국내법이나 비엔나협약 등에 위반되지 않았음에도 공권력 등에 의해 변경 또는 훼손됐다면, 유모씨는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입니다. 또한 유모씨가 원하는 장소에서 시위하려는 행위를 경찰이 부당하게 억압․방해했다는 점에서, 유모씨는 헌법 제12조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까지 침해당한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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