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 > 특집 > 이상한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집 [2016.02] 이상한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글 정흥준 그림 아이완

 

이상한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  '자영업자'라고 쓰고 '노동자'라고 읽는다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대출모집인, 텔레마케터, AS수리기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로 혼자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1인 자영업자'라고도 한다. 1인 자영업자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채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도 이들을 '사장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공식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혹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한다.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에 의해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는 2003년 노사정위원회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첫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둘째, 우리나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대체 얼마나 될까? 셋째, 이들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인가 아니면 자영업자인가? 넷째, 만약 이들이 노동자라면 어떤 조치들이 뒷받침되어야 할까? 네 가지 물음에 대해 짤막하게 답해보고자 한다.



┃  배달 중 숨진 오토바이 배달원 산재보험 적용 못 받아



첫 번째 물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왜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일까?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특정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4대 보험에서 배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기업의 복리후생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근로자라면 마땅히 각종 휴가와 근로시간 등이 정해져 있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예외다. 노조법상으로도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처럼 활동하지만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이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때론 억울하다. 분명히 노동자처럼 업체의 관리하에 일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란 이름의 임금을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기에 각종 사회적, 법적 보호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56개 직종 약 230만 명



두 번째 물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그 숫자가 얼마나 되나?
사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정확한 국가 통계는 없다. 유일하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추정이 가능하지만 자영업자는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만 알 수 있으며 당연히 과소추정된 결과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상당수는 1인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고, 과제(민간부문 비정규직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14년 우리나라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약 23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규모는 전체 취업자 2568만 명 중 약 9%가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몇 년 전 고용노동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IT직종 프로그래머 중 95%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였으며 학습지 교사의 80%, 카드ㆍ보험모집인의 93.5%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방과후 교사, 헤어디자이너, 임대차 조사원, 가사 도우미, 방송 작가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특수고용이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직종 중 156개 직종에서 특수고용 형태가 발견되었다.


세 번째 물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자영업자에 가까울까? 노동자에 가까울까?
이 물음은 항상 논란거리였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완전한 자영업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최소한 법적으로는 노동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영업자라면 특정 업체에 사실상 전속되어 있어도 종업원도 채용할 수 있고 업무도 위탁계약서에 제시된 내용만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대부분은 특정 업체와 전속으로 일한다. 최근에 그 규모가 늘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AS기사, 배달원, 텔레마케터, 보험모집인 등 모두 특정 업체에 소속되어 일한다. 이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업체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출ㆍ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업체가 정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지각을 하거나 회사가 정한 규정을 위반할 때는 일방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 계약해지를 당한다. 대표적으로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이나 학습지 교사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며 회사의 규정을 지키면서 일해야 한다. 계약에 없는 내용의 업무를 할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앞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연구보고서 중 면접조사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학원 차량 기사는 학생을 수송하는 일 외에 학원 청소, 책걸상 수리, 화장실 수리 등 다양한 부수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과 학계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경제종속성과 사용종속성을 자주 사용한다. 경제종속성은 특정 회사에 전속되어 있으며 출ㆍ퇴근 등이 규칙적이며 수입의 대부분이 특정 회사에서 발생하는 정도를 의미하고, 사용종속성은 회사의 관리감독 정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앞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에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제종속성 및 사용종속성에는 차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자영업자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 필요



네 번째 물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앞의 세 가지 물음의 결론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그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의 노동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보호 조치가 동반돼 왔다. 예를 들어 영국은 고용계약을 맺은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회사를 위해 직접 노동력을 제공하면 고용 및 노동관계법을 적용받도록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유사근로자'란 이름으로 단체협약법, 연방휴가법, 산업안전보건법, 연방정보보호법, 가족돌봄휴직법, 보편평등법 등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와 차이를 두지 않는 셈이다. 오스트리아 역시 독일과 유사한 법적 보호 조항을 두고 있다. 굳이 선진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보호와 처우 개선은 논의되고 있는 사회보험의 전면 확대 및 의무 적용이다. 최소한 일하면서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경우 이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근로자 지위 여부를 떠나 사회적 책무다. 그런데 현행법상 산재보험은 6개 직종(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 운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에만 국한되어 있다. 그것도 노동자와 달리 사업주의 부담이 50%로 제한되어 있으며 적용 예외 조항이 있어서 의무 가입도 아니다. 그 결과 6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9.8%만이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산재보험만이라도 전체 특수고용직종에 의무 가입 조항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 근본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형태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당대우를 경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적 규율보다 사용주와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고용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정규직 고용관계 대신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특수고용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인 흐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학자는 전 세계적으로 일(Work)의 형태가 너무 다양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전통적인 고용관계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관계 여부, 즉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떠나 국가는 모든 구성원에게 열심히 일한 대가로 최소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와 이유 없이 혹사당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난 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노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영업자도 아닙니다. 저는 가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느끼는 절망과 상실을 우리 사회가 어루만져줄 수는 없는 것일까.


 


정흥준 님은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