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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삶 [2017.11] 삶의 행복을 더 이상 유예하지 말아요, 우리!

글 박도빈 / 일러스트 장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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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행복을 더 이상 유예하지 말아요, 우리!

 

 

 

01 6년 전,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청년들이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마을의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각자의 배경과 경험, 분야는 달랐지만 교육 철학과 삶의 지향점이 비슷했기 때문에 활동가로서 겪는 어려움과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과 삶이, 활동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서울 강북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은 거창한 사명이나 특별한 재주가 없기 때문에 주로 돈이 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열심히 합니다.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활동으로, 프로젝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로 하나 둘씩 만들다 보니 작은 규모의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활동 분야가 다양합니다. 몇 년째 진행하고 있는 길고양이 프로젝트에서 구조 후 입양이 어려워 함께 살게 된 상근 고양이 두 분을 모시고 6명의 활동가가 함께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에 있어 잘 먹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므로 동네형들 공간에는 멋진 주방이 있습니다. 식재료를 구입하면 먹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많고, 혼자 요리하고 설거지 하는 것이 귀찮아 사먹거나 시켜먹게 되는 동네 1인 가구 청년들이 모여 반찬을 하고 김장을 해 나누어 가집니다. 화학조미료에 알러지가 있는 주방장님 덕분에 추리닝 브런치에서는 생산자에게 직접 구입한 재료로 건강한 요리법을 배우는 호사도 누립니다. 공유경제라는 거창한 개념까지 설명하지 않더라도, 함께 준비하는 음식은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고 훨씬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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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청년들과 밥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와 어려움에 있어 사회구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난과 역경의 청년기를 보내고 성공하신 멘토 분들의 강의를 듣고 책을 보고 있자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게으르고 나약한지 자연스럽게 반성하게 되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청년약국은 유명한 분들의 강의나 멘토링이 아닌, 청년들이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공감하며 서로에게 처방전을 작성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2014년 워크숍으로 시작하여 여러 지역의 청년들을 만나왔고, 올해는 전국 청년 200명과 함께 23일 캠프로 개최하였습니다. 또래의 다른 청년들도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공감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위안이 되고, 모두가 이길 수 없는 경쟁에서 우리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년문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주거입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세입자로 살아갈 텐데 방송과 언론에서는 내집마련부동산 투자만 이야기할 뿐 아무도 세입자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내 집을 가지게 될 때까지 불행하게 살 수만은 없으니, 세 청년단체가 모여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 세입자들을 시작했습니다. ‘동네형들과는 세입자들 간 서로의 고민과 노하우를 나누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봅니다. 주거 정책을 제안하고 실제로 협동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민달팽이유니온은 집을 구할 때 어떤 것을 잘 살펴야 하는지, 집주인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임대차보호법 등에 대한 강의와 자체적으로 만든 주택임대차계약서를 함께 써보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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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네 목공소인 마을목수공작단에서는 전구와 콘센트, 문고리 등의 교체 방법과 변기, 세면대, 싱크대의 원리를 배우고 각자의 손에 맞는 젓가락, 숟가락, 그릇을 직접 깎아서 만들어 봅니다. 현재 20명의 청년들이 튼튼한 세입자가 되기 위해 10주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배움과 성장에 대한 만족 뿐 아니라 앞으로 함께 집을 보러 다니거나 집 꾸미기를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에 들떠있습니다.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동네친구는 때때로 그 어떤 정책이나 지원보다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혼자 사기 부담스러운 과일을 함께 사서 나누어 가지거나, 아플 때 같이 병원을 가줄 수도 있으며, 자취생들의 로망이지만 국내에 매장이 하나 밖에 없어 제품보다 배송료가 더 비싼 이케0’ 매장에 차를 빌려 함께 가구를 사러갈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복지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딴청 연구소는 일하는 청년들이 일정기간 이상 저축하면 그 금액만큼 적립 지원하는 희망두배청년통장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는 놀이, 배움, 예술, 주거의 네 가지 주제 모임이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혼자하기 어렵거나 엉뚱하고 쓸데없는 일들을 함께합니다. 모두 직장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각 모임별로 자체적으로 모임지기를 정해 직접 활동을 기획하고 준비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아 사실 저희는 별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문제를 다루는 활동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우리의 권리인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인권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내용들이 다소 어렵고 막상 내 일상의 문제와 쉽게 연결되지 않아 공부가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희 같이 인권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인권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재단법인 바보의나눔과 함께 인권살롱3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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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권분야의 활동가와 당사자 분들을 사람책으로 초대하는 인권 라이브러리에서는 장애인권, 노동권, 성평등, 주거권, 환경권 등 익숙한 권리뿐 아니라 기본소득권, 평화권, 시민권, 동물권 등 조금은 생소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 청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헤어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경험과 환경에 따라 우선순위와 중요도가 다를 수 있는 각 개인의 인권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는 워크숍 인권 미용실에서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 청년들이 참여하여 매년 전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지하철에서 노약자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지만 알바를 마치고 혹은 힘든 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나를 위한 자리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장한 청년들을 위한 배려 좌석, 협동주택에 함께 살아간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세탁기에 룸메이트가 넣고 돌린 빨간색 옷 덕분에 분홍색이 된 하얀색 티셔츠, 매일 길고양이들 밥 주는 일 때문에 이웃들과 갈등이 많은데 그냥 한 끼라도 마음 편하게 사람과 고양이가 마주보고 앉아 밥과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설계된 테이블 등 일상의 다양한 고민들을 재미있게 표현하여 더 많은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합니다.

 

매년 동네형들의 가장 큰 목표는 올해도 문 닫지 않고 잘 버티는 것입니다. 단체의 유명세나 사업의 확장을 위해 모두가 하나 되어 힘을 합치기보다는, 적당히 좋아하는 일로 적당히 구성원들 서로 간의 다름이 공존할 수 있는 일터를 지향합니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동네형들의 활동이 자신과 맞지 않는 삶의 길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만 가면, 졸업만 하면, 취직만 하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던 삶의 행복을 더 이상 유예하지 않고 지금 행복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02

 

 

 

박도빈 님은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의 공동대표이자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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