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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밑줄 긋기 [2018.02]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만나다

글 편집부

 

글, 그림 밥장
펴낸 곳 한울림

책

 

살면서 연습장이나 책 귀퉁이에 사소한 낙서 한 번쯤은 하기 마련이다. 손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밥장’이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비정규 미술가’를 자청하는 그는 여행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며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이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의 인생에 우연히 그림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그는 직장을 관두면서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2009년에 낸 <그림, 그려보아요>에서 그는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로, 방송인으로 살아온 그는 사회공헌을 위한 재능 기부도 여럿 했다. 2015년 무렵, 저자는 초록어린이우산재단으로부터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내용을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으로 풀어내는 일을 제안 받았다. 그림 한 컷을 내용에 맞춰 그리는 일이지만 ‘프로'인 그에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렇게 한 주가 흐를수록 저자는 자신이 아동의 권리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배우는 게 많을수록 마음은 불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아동의 권리를 알수록 ‘지금 나는 어떤 어른인가?’라고 되묻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도 착한 척, 옳은 척하면서 그림을 그려야 하니 몹시 부담스러웠습니다.”
그가 그린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11월 20일 전 세계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동의 모든 권리를 문서에 담아 국제법으로 승인되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1990년 10월 2일 발효돼 2016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 세계 196개국이 비준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만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적용된다. 협약은 전문과 54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1조부터 40조까지 실제적인 아동 권리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권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아동은 4대 기본권을 가진다. 우선 생존의 권리.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다. 안전한 주거환경에서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하며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누려야 한다. 보호의 권리, 발달의 권리, 참여의 권리 등도 지닌다. 아동권리협약의 기본 원칙은 크게 차별 금지, 아동 최상의 이익 최우선, 생존과 발달, 아동 의견 존중 등 네 가지다. 아동은 자신이나 부모가 어떤 인종이든,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언어를 쓰든,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모두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저자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1조부터 40조까지 모두 자신의 글과 손 글씨로 부드럽게 풀어썼다.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협약 내용을 글과 그림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저자는 스스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함을 이번 작업을 통해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내용을 통해 더 많이 사람에게 쉽고 재미있게 아동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 덕분에 책은 어느 면을 펼치든 아동 인권에 대해 조금씩 알도록 돕는다. 저자는 단순히 조항설명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사례를 찾아 되도록 쉽게 이야기를 풀었다. 저자의 그림은 딱딱한 글에 생명력을 더한다.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 읽든 독자는 유엔에서 정한 아동권리협약에 대해 사례와 함께 접한다. 이를 통해 아동 인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단순히 어른이 양보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반드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저자가 원했던 어른의 변화에 한걸음 다가선 셈이다.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아동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그래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변화에 동참한다면 아동 인권 존중이라는 책임의 출발점에 막 서게 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세계에 있는 아동들의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고. 그리고 그 아이들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은 곳이 되게 만들려고 투쟁으로 뭉친 것이라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이 시대의 미래이자 동시에 현실이라는 것을 책은 강조한다. 즉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꼭 맞는 세상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02

 

 

 

화면해설.

이 글에는 밥장이 그리고 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만나다 책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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