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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속의 칼 [2018.03] 혐오가 가져온 낙인, 조선족 괴담

편집부

 

강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면 ‘범인은 조선족’이라는 댓글이나 가짜 뉴스가 퍼진다. 수사 결과 범인이 조선족과 아무 관련이 없어도 강력 범죄는 모두 조선족과 연관되어 있다는 혐오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그림

 

“너희 나라로 돌아가”

“도끼 어딨니?” 영화 속 조선족 폭력배는 도끼로 피해자의 신체를 절단한다.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조선족이 나오는 영화들은 이미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 중 하나로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이주 후 정착한 이들의 후손이며 중국 내 소수민족 중에서도 10위 안에 들 만큼 인구가 많다. 1992년에 체결한 한중 수교 이후 조선족 입국이 대폭 증가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에서 취업하는 조선족의 수도 늘었다. 2012년 ‘오원춘 살인사건’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조선족이 연루된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 보도가 늘어나며 어느새 조선족은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보이스피싱을 다룬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인신매매를 하는 범죄 집단으로 묘사한 영상 콘텐츠가 아무런 제재 없이 방영되며 이런 차별적 인식을 공고히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더군다나 최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혐오 발언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심지어 ‘조선족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다가 시비가 붙으면 휘두른다’, ‘납치 후 장기매매를 한다’ 같은 유언비어까지 더해져 혐오를 단단하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

 

통계가 말해주는 사실

2015년 동북아평화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년의 약 94%가 조선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중 60%는 조선족과 관련된 사건 때문에 차별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2016년 경찰청 범죄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기준으로 한국인 범죄 발생은 3,495건, 중국인은 2,003건이다. 또한 국적별로 구분하면 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적은 러시아로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가 중국의 두 배가 넘는다. 조선족은 늘 흉기를 가지고 다닌다는 인식에 관한 통계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외국인 1,7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범죄 통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이 일으킨 폭력 사건 중 무기가 사용된 비율은 4.8%로 내국인 16.7%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었으며 흉기는 대부분 술병이었다. 이런 수치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서 조선족을 범죄 집단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수의 힘 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혹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경찰을 희화화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하면 관련 단체의 항의나 소송의 위험이 높다. 정권의 언론 통제가 심하던 시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바보 캐릭터가 급증하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미디어에선 조선족을 아무리 나쁘게 묘사하더라도 그들의 항변은 권력 집단의 항의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영화 <청년경찰>에서 조선족을 나쁘게 묘사해 조선족 단체에서 항의를 했으나 큰 반향을 부르지 못했다. 조선족에 대한 혐오와 혐오 발언은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소수이고 약자이기 때문에 거침없이 그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혐오 발언은 언제나 이렇게 약자를 향하고 있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건물과 피?은 칼, 도끼, 파이프를 물고 있는 남자들이 무작위로 나열된 사진 위에 무지에서 출발한 조선족 혐오라는 글씨가 쓰여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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