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 > 돋보기 > 혐오, 우리 사회의 민낯

돋보기 [2018.05] 혐오, 우리 사회의 민낯

일러스트 이선희

 

일러스트에는 웃는 표정의 가면을 든 남성이 남성 두 명의 성 소수자 커플과,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여성에게 화난 표정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혐오’를 검색하면 2개의 단어가 나온다. 둘 다 명사고 하나는 ‘혐오(嫌?) 미워하고 꺼림’, 또 다른 하나는 ‘혐오(嫌惡) 싫어하고 미워함’으로 사실 별다른 차이 없는 단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말하는 혐오는 단지 미워하거나 꺼리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쉬운 예가 여성 혐오다. 많은 이가 “저는 여자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무슨 여성 혐오인가요?”라고 반문한다. 여성 혐오에는 ‘김치녀’, ’된장녀’ 같은 표현부터 성차별, 성적 대상화와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 같은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혐오하지 않지만 저상버스는 낭비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혐오를 부정하는 사람은 차라리 낫다. 아예 혐오를 숨기지 않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니 우리나라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동성애자는 더럽다.”같은 발언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에 걸리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떤 이들은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소수자에게서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취업이 안 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 때문이고, 연애나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여자들이 너무 드세고 재수 없어서다. 내 불행의 원인을 사회가 아닌 사회의 소수자로 화살을 돌리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누굴 미워하는 건 쉬운 일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1990년대의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지금에 비해 인권 의식 수준은 낮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혐오의 방식이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왜 우리는 더 나아지지 못하고 있을까? K-Pop 등 문화 콘텐츠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민낯이 이렇게 혐오로 가득해도 되는 것일까?

 

화면해설.

이 글에는 두개의 얼굴을 가진 남성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된장녀, 김치녀와 같이 여성을 비하는 모습과 다른 한면으로는 동성애나 난민 등에 대해 드러내놓고 혐오하는 모습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