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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돋보기 [2018.07] 지금 여기,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인권편집부

 

역사적으로 인류의 생존기는 자연 파괴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인류는 끊임없이 자연을 훼손함으로써 생존을 이어왔다. 경작지를 만들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파괴의 속도는 더욱 급격해졌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상 오랜 세월 인류 스스로 유발해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세계경제의 중심질서로 자리잡으면서 환경문제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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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가 지켜낸 생명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줄리아 로버츠, 앨버트 피니, 아론 에크하트

 

자본이 윤리를 저버리는 순간은 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됐고, 기업이 거대화하면서 피해는 더욱 심각해졌다. 환경문제는 부메랑처럼 언제나 인간에게 돌아왔지만, 그것이 꼭 던진 이의 품에 가서 안기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 발표된 스티븐 소더버그의 <에린 브로코비치>는 시민적 윤리를 지켜낸 여성의 생존기이자 성공기를 그린 영화다. 환경문제 앞에 이 작품을 떠올리는 것은 주인공 에린이 해결해나가는 문제가 기업이 유발한 환경오염 피해이기 때문이다.

두 번의 이혼을 거친 후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에린은 자동차 사고 이후 작은 로펌에서 사무 보조 일을 시작한다. 어느 날 자신이 정리를 맡은 서류에서 이상한 의료 기록을 발견하고, 이를 조사하다가 거대 기업 PG&E의 공장에서 중크롬에 오염된 폐수를 방출해왔음을 알게 된다. 폐수의 영향으로 근방 마을 주민 대다수가 만성 두통, 코피, 호흡기 및 간 질환, 불임, 각종 암 등에 시달렸음에도 기업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음을 알게 된 에린은 불의를 지나치지 않고 사건에 매달린다.

실제 사건과 인물에 바탕에 둔 영화는 거대 기업의 환경 범죄를 에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좇는다.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피해 규모는 미국 역사에 남은 보상액 규모만큼이나 거대하다. 마침내 600여 명의 피해가 인정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또한 마찬가지. 윤리적 인물의 활약에 힘입은 것이었으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자리를 잡은 미국이 아니었다면, 또 남은 증거가 많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제도가 미흡한 국내의 경우, ‘해피 엔딩’은 아직 먼 이야기다. 2007년 태안 전역을 기름으로 뒤덮었던 삼성1호와 허베이 스피릿호 충돌 사건은 해당 지역 주민의 삶터가 사라지는 엄청난 피해를 낳았으나 제대로 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의 생존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

영화 <노 임팩트 맨>
감독 로라 가버트
출연 콜린 비밴, 미셸 콘린

 

인류 역사에 근원을 둔 전 지구적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환경문제 앞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는 개별 인간의 생존 자체가 지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이동수단은 화석 연료를 태워 움직이고, 온갖 일회용품이 생활 곳곳에서 쓰인다.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는 태평양과 대서양에 섬 규모로 쌓일 정도다. 이쯤 되면 인류 자체가 지구에 해악을 끼치는 원인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영화 <노 임팩트 맨>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 베번은 자신이 환경문제에 대해 병이 날 정도로 걱정을 했으면서 이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생존법’ 실험에 착수한다. 소비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 뉴욕에서 콜린 가족이 벌이는 실험은 포기의 연대기였다. 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포장 배달 음식을 먹지 않고, 두 살 배기 아이의 기저귀를 포기한다. 그다음엔 TV를 버리고 쇼핑을 끊는다.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수단 이용도 중단한다. 욕실에서는 화장품을, 주방에서는 합성세제를 치우고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커피와 사육 과정에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고기도 끊는다. 프레온가스를 뱉어내는 냉장고 사용을 중단하고, 화석연료를 소비해야 얻을 수 있는 전기를 포기한다. 차단기를 내리고 촛불을 켠 채 보내는 밤은 언뜻 로맨틱해 보이지만 포기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콜린 가족의 포기가 이끌어낸 변화는 유의미하지만, 모두에게 포기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대의 삶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문제가 될 만한 소비를 변화시켜 영향의 범위를 줄이는 방법. 그렇게 책임을 분담한다면, 더 많은 관심을 환경에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화면해설

이 글에는 에린 브로코비치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있는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포스터와 푸른 잔디가 있는 숲길을 걷고 있는 콜린 베번 가족의 모습이 있는 노임팩트맨 영화 포스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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