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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바꾸는 일상 [2018.08] 한여름, 그 교실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인권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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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여름, 덥고 습한 곳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른다. “아. 더워 죽겠다”를 연발하며 연신 부채질을 하다가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에 들어가면 “살 것 같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32도가 넘는 날, 에어컨을 틀지 않은 어느 교실의 이야기가 있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특수반

어느 광역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이 학교에는 1층에 저학년 특수반이 있고, 2층에 고학년 특수반이 있다. 각 교실에는 장애 학생이 3명씩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의 에어컨은 요즘 많은 공용 건물이 그렇듯 천장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방식이다. 작동은 행정실에서 맡고 있다. 그런데 한 여름에도 이 두 특수반에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이 두 반에만 에어컨을 틀지 말라는 교장의 지시 때문이다.

특수반 담당 교사의 진정으로 인권위가 조사한 결과 2016년 이 학교는 6월 21일부터 9월 23일까지 에어컨을 가동했다. 하지만 특수반은 저학년 교실에만, 그것도 교사들이 식사를 하는 1시간만 가동했다. 교장은 이에 대해 “효율적인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다. 학교 특성상 1층과 2층은 상대적으로 시원해 에어컨 가동을 조절했다”고 답변했다.

2016년 기상청 관측 기준으로 가장 더운 날은 32.3도였다. 기록에 따르면 교장실 에어컨은 오전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동되었고, 각 교실과 미술실, 음악실 등에도 에어컨이 가동되었지만 특수반은 예외였다.

특수반에서 공부하는 한 장애 학생은 장루주머니(소장 및 대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 복부 밖으로 배출하여 받는 의료기구)를 착용하고 있어 하루 한 번은 주머니 교체를 해야 하는데, 학부모가 교실에서 학생의 옷을 갈아입히고 주머니를 교체하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더위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다른 학생은 더위로 눈이 풀려 수업 중에 얼음 팩을 대주고 수업하는 일도 있었고, 한 학생은 “○학년 ○반은 에어컨 틀어주는데 여기는 안 틀어요?” 질문하기도 했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한 직원의 증언과 컴퓨터로 제어되는 에어컨 전산 기록상으로도 2개의 특수반은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지원해주면 버릇된다

이 외에 겨울에는 피해 장애 학생들의 직업 체험 수업을 위해 제과제빵 체험을 신청했을 때 교장은 “장애 학생은 어차피 지원을 해줘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들의 학부모도 너무 많은 지원을 해주면 버릇이 되어 이후 지원금이 끊기면 자살하고 싶어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특수반의 운영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도 진정 내용에 있었다.

교장은 이에 대해 “공교육 지원이 모두 끝나고 학교를 떠난 후에는 부모가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가 우울증이 오거나 심지어는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공교육 기간에 자립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고, 예산을 오직 아이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노력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진정 내용과 같은 교장의 발언이 있었으며 특수반 비용 400만 원을 남기라는 말도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있었다. 실제 조사 결과 같은 광역시 산하 특수학급 전체 예산 대비 집행률은 96.5%였으나 이 학교는 45%였다. 이렇게 아낀 예산은 책상 개선, 학교 페인트 공사에 쓰였다.

인권위는 장애 학생들이 다른 반과 비교해 특수반만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 예에서 볼 수 있듯, 비장애인과 달리 차별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신체적 고통을 준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지에 반하며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 해당 광역시 교육감에게 징계를 권고했으며 교장에게 장애인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2018년 2월, 이 광역시 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장을 해임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런대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아주 더운 날이면 한동안은 에어컨이 나오지 않던 이 특수반이 생각날 것 같다.

 

 <화면해설>

이 화면에는 교실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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