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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인권 [2018.08]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인권 사전

인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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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국제 사면 위원회
그림 크리스 리델
펴낸 곳 별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인권 사전

 

이제는 ‘조기교육’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1980년대의 ‘국민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은 기역 니은부터 시작하는 한글 공부를 교과과정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중학교에 가서야 ABC를 배웠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은 한글을 읽고 쓰는 게 당연시될 뿐 아니라 영어도 알파벳을 넘어 간단한 인사 정도는 혼자 쓰고 말할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조기교육의 힘이다 .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 한글이나 알파벳 같은 것보다 어릴 때 듣고 보았던 이야기들이 결국 조기교육이 되어 평생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남에게 물건을 줄 때는 제일 좋은 걸 줘라. 흠이 있는 걸 주면 안 주는 것보다 못하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동물들을 괴롭히지 말아라”처럼 일상에서 들었던 엄마의 ‘지나가는 말’이 일상의 순간마다 떠올라 결국 현재 오지랖 넓은 인생의 기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도 그렇다. ‘조금만 더 하면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은 욕심이 들 때 생각나는 건, 책깨나 읽은 후에 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한 구절이 아니라 노새 등에 볏짚 한 단 더 올렸다가 노새 등이 부러져 망했던 상인의 이야기가 있는, 아빠가 읽어준 <이솝우화>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인권 사전> 역시 인생을 관통하는 가르침을 남기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인 네 살에서 일곱 살 정도의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다. ‘사전’이라는 이름에 비해 매우 소박한 두께, 총 40쪽 분량에 공존, 보호, 자유, 안전, 공정, 정의 등 16가지의 단어를 아주 짧은 문장으로 설명하고 그림으로 보충했다.

커다란 날개를 가진 말이 그 날개로 아이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그림에 “보호–누구도 우리를 괴롭히거나 다치게 할 권리가 없어요”라고 쓰여 있는 식이다. 물론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보호가 뭐예요? 왜 보호를 해야 해요? 나도 보호 받아요? 이 말은 왜 날개가 있어요?”

다양한 추가 질문이 따라오겠지만 귀찮아도 성실히 대답리델할 일이다. 그렇게 이 구절과 그림을 알고 있는 아이라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 ‘전쟁터에서 온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폭행을 할 것이니 난민 요청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신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확률이 줄어들지 않을까?

사물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며 익히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수저를 사용해 밥을 먹는 일에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것처럼 부지불식간에 몸과 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인권에 대한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잠들기 전 보호자가 읽어줘도 좋고,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혼자 읽을 수도 있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그림 때문에 다시 책을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조기교육한 인권에 대한 열여섯 가지 단어들이 일생에 오래 남아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면 이 작고 얇은 사전은 가치를 세우는 책인 사전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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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이 책은 열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았어요. ‘자유’와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요. 정말로 근사하고 소중한 자유! 우리 모두의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쓴 책이랍니다. 우리가 가진 ‘권리’를 알아보고, 또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어렵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이 ‘자유와 권리’를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마다 그림을 그렸답니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본문에서 설명한, 백마가 커다란 날개로 한 소녀를 포근히 감싸안은 '보호'라는 의미의 책표지와 하얀 곰이 아이들을 팔안에 감싸고 함께 있는 '공존'이라는 의미의 그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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